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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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이 책의 표지를 다시 보았다. 높고 커다란 파도 아래 한없이 작은 인간의 모습. 마치 무기력하게 살았던 틸러가 퐁을 만나 겪은 격동의 일 년과도 같았다. 틸러는 파도에 떠밀려 어디까지 가게 될까? 이것만은 확실하다. 파도를 마주한 틸러는 던바에서 살았던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틸러는 위험에 처한 벨과 그녀의 아들 빅터주니어를 아무런 대가 없이 보호하고 지켰다. 불안에 지친 벨이 자살을 시도하자 틸러는 자신의 몸이 다치는 줄도 모르고 그녀를 살려냈다. 소설 초반의 틸러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이런 용기와 애정은 틸러가 평범하게 살았을 때는 절대 알아채지 못했을 자신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타인과 섞이지 못하고 이방인으로서 뿌리내리지 못한 삶을 살았던 틸러가 어떻게 자기 자신으로서 사는 방법을 찾게 되는지, 이 소설은 그 여정을 종횡무진하는 모험들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 소설은 살면서 한 번쯤은 마주할 크나큰 고통과 방황의 시간이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는 걸 일깨워 주는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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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미국에 가지 말 걸 그랬어
해길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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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미국에서 동양인으로서 느끼는 설움을 보며 올해초 미국 애틀랜타에서 있었던 한인 대상 총기 사건이 생각났어요. 멋있어 보이기만 했던 미국이란 나라의 환상을 깨뜨려 준 좋은 에세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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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지음 / 오티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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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아픈 사람들의 유튜브를 많이 본다. 이것이 비교적 건강하고 살 만한 나와 비교하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병마와 싸우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큰 생명력이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손쓸 수 없다고 그저 놔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 해 보려는 의지가 좋다. 내가 좋아했던 한 유튜버는 죽기 전까지 영상 편집을 했고 암과 싸워 이겨내는 방법을 담은 책을 여러 권 사서 소개했다. 그리고 밝게 웃었다. 아픈 환자가 가질 수 있는 위로와 위안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부끄럽지만 내가 호스피스 병동에 갖고 있었던 편견도 저자가 말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환자를 포기하고 더 이상 치료를 안 하고 사망일만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 호스피스 병동에 가라는 것은 결국 사망 선고일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었다. 죽음을 읽는 시간의 저자 이유진은 서문부터 아주 강력하게 환자들의 생의 의지와 질적인 삶의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에서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의가 가정의학이나 내과의의 영역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도 주류는 내과의지만, 추가 수련을 받고 세부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어떤 전공의든 호스피스 완화의학 전문의로 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전공할 수 없지만 어쩌면 호스피스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저자와 같은 정신과의가 아닐까 생각했다. 언젠가 말기 암 환자가 가족과의 말다툼 끝에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둔 다큐멘터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 인간이 얼마나 스트레스에 취약한지 깨달았다.


저자는 미국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 병동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이 책에는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만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고단했던 미국에서의 생활과 그때 만난 환자들도 일부 기록되어 있다. 특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재발을 막기 위해서 약을 먹고 있다는 에피소드가 눈길이 갔다. 처음에는 의사 면허를 잃고 병원에서 쫓겨날까 봐 두려워 병을 인정하지 않았다가 추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나 자신을 찾고 일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여러 환자와 상황을 만나면서 스스로 인사이트를 얻은 에피소드들이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렇게 살아야 옳다'거나 '그런 삶은 틀렸다'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그저 스스로 얻은 작은 깨달음들뿐이다.

죽어가는 과정도 삶의 일부다. 그러니 죽어가는 과정도 살 만해야 한다. 아무 도움 없이 집으로 돌려보내진 환자와 가족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편안하게 지내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며 이것이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존재 이유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가 시작되면 환자를 포기하는 것이고, 더 이상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고, 환자가 더 빨리 사망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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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를 떠나는 너에게 낮은산 키큰나무 20
임어진 지음 / 낮은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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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 순환선‘을 보고 과거에 있었던 안타까운 사건들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희망차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을 보는 것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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