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의 문장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이 책 제목만 보고는 요즘 다양한 가족 형태가 생기니, 그 가족 형태를 소개해 주거나 다룰 줄 알았으나, 읽어보니 사실 아이의 처우에 대한 책이었다. 한국 사람들의 정상성에 대한 이상한 집착(사실 한국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정상가족 내에서 허용되는 '처벌'과 비정상가족 내에서나 발생할 것 같은 '학대'. 처벌과 학대가 서로 매우 다를 것 같지만, 실상 그 차이의 경계라는 것이 얼마나 가느다란 실 같은 것으로 나누어져 있는지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리고 정상 가족에 대한 집착은 여성을 억압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쯤 되면 대체 가족이 뭐길래, 정상 가족이 뭐길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가족 중심 주의가 현재에까지 강하게 이어져오면서 남기는 폐해가 없는지 이야기하고 가족의 짐을 사회에서 함께 나눠들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논의해본다.

인류학 전공자이자, 여성가족부 차관으로서의 저자가 자신의 인류학적 배경과 현실 정치에 참여하며 겪은 고민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최근 인류학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커져 가는 가운데, 이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인류학 또한 인간에 대한 고민이 많은 학문인 것 같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위장된 신체 가학적 체벌이 행동 교정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한 연구가 몇몇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리 선한 의도로 부모가 자식을 때렸다 하더라도 원래 때렸던 목적, 자식의 행동을 교정하는 데에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매를 맞은 당사자에게는 마음에 깊은 상처만 남을 뿐이었다. 물론 아이를 때리면 '일시 중지'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연속적인 관점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럼에도 왜 한국에서 '정상성'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체벌을 하는가.


넬슨 만델라의 말처럼 아이와 같은 신체적 약자에게 대하는 방식이 현재 한국 사회가 신체적, 사회적 약자에게 어떻게 가혹하게 대하는지 알 수 있으며, 얼마나 '정상성'에 대한 신화로 불안을 만들어내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신체 건강하고 지적으로 뛰어난 이성애자 성인의 남성'만 살기 좋은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사실 이 범주에 속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속한다 하더라도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건강한 사회란 신체가 건강하지 않더라도 지적으로 뛰어나지 않더라도 이성애자가 아니더라도 성인이 아니더라도 남성이 아니더라도 살기 괜찮은 사회여야 한다.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