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과학』 표지에는 제목 옆에 '복잡한 세상의 연결고리를 읽는 통계물리학의 경이로움'라는 설명구가 붙어 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잘 설명하는 표현이다.


이 책에는 우리의 일상이 담겨져 있다. 시민들의 저항운동이 비폭력적일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였고 페이스북에서 절친을 찾는 법이나 우정을 측정하는 방법,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와 시간, 지구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인 김범준 교수님이 과알못 독자들을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 하나 쉽게 설명한다는 느낌이 든다.)


통계물리학이란 '통계 방법론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알아내는 학문'인가, 문자 그대로 풀이해보긴 했는데, 김범준 교수님을 알기 전까지는 통계물리학이라는 학문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터라, 실제로 뭘 연구하고, 어떻게 연구하는 지는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통계에 대해서는 조금 알게 되어, 오히려 통계보다 물리학에 대해서 더 감을 잡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물리학이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걸 연구할 수 있는 학문이라는 걸 알았다. 사실 나도 심리학 석사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가까운 관계 내에서 자주 경험하는 '삐침'을 동료들과 연구했고, 내 석사 논문으로는 한국인의 매력전략으로서의 애교를 애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했다. 가끔 뉴스에서 독특한 연구를 보긴 하지만, 실제로 하고 있는 분의 책을 보다니!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지구의 공기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의 신체를 온통 둘러싸고 있는 공기, 그 단어의 뜻처럼 비어있지 않다. 가로세로 1cm인 작은 네모에 공기가 중력으로 만들어내는 힘은 대략 1kg 질량의 물체로 그 위를 누르고 이쓴 정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엄청난 질량의 공기에 우리는 눌리지 않는 것인가. 그것은 공기의 압력이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기는 어디에나 모든 방향으로 존재하고 있어, 우리가 공기를 마치 '비어있는' 것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화성에 가거나 아님, 우주에 맨 몸으로 있다면, 공기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많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은 다들 말 안해도 알 것이다.


물리학의 범위가 참 넓은 것 같다. 심리학과 연관 있는 연구들엔 자연스레 더 눈길이 갔는데, 그건 이 책의 2장 '관계'에 소개된 연구들이다. 그 중 '우정의 개수를 측정하는 법'을 보면, 왜 SNS를 들여다보면,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즐거워 보이는지 김범준 교수님의 과학적 해설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경험하는 '나'는 단 한 명이라 제한적이지만, 전해 듣는 '친구'의 소식은 나보다 다양할 수 밖에 없고, '친구의 친구' 소식은 더 그렇다. 그러니깐 나의 행복 이벤트는 한 달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이지만, 친구와 친구의 친구(물론 그 중의 일부겠지만)에게선 매일 행복한 소식이 들려온다. 심지어 SNS에는 게시자 삶의 아주 일부분을, 찰나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SNS로 인한 인지적, 감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심리학에서도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데, 한 마디로 말하자면 좋지는 않다.


과학자의 시선을 잠깐 빌려 내 일상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보시라!


복잡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단순화의 과정을 거쳐 현실을 ‘어림‘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 P49

사회에서의 압력은 대부분 힘 있는 쪽에서 없는 쪽을 향하게 마련이다. 양쪽의 압력 차이를 버틸 수 있는 튼튼한 가름막을 마련해 힘없는 이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 P161

개미 집단 안에서 한 구성원의 실수로 생긴 문제는 다른 구성원에 의해 신속히 해결된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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