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파 - 2018년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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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은 『기파』는 박해울 작가가 약 6년 동안 품고 쓰고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던 작품이다. 근미래(아직 오지 않았으나 곧 올 것 같은 미래)에 '기파'라는 이름으로 얽힌 인간 기파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로봇 이언을 통해 독자가 Humanity,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만든다.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지나친 사전 정보 제공으로, 읽는 재미가 반감될까봐 소설에 대해 조심해야겠다. 이 소설은 #SF #기파 #로봇 #인간성 #영웅 이란 키워드만 알고 읽는 게 가장 재밌을 것 같다.)

소설은 우주택배원으로 일하다 우연히 난파된 우주크루즈 오르카호를 발견해 기파를 구출하려는 충담의 시선과 충담이 오르카호에서 처음 만난 생존자 아누타의 시선, 기파 평전에 기록된 기파에 관련된 내용이 교차되며 소설이 진행된다. 이 세계에서는 가난한 자는, 잃어버린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해서 살 수 밖에 없으며, 기계나 로봇이 대중화되어 사용되고 부자들은 부의 과시를 통해 가능하면 가장 인간의 생체를 유지하고 살아있는 인간을 부리기를 원한다. 기계보단 인간, 살아있는 것을 원하면서도 편의는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부자들의 욕망이 초럭셔리 오르카호의 운행을 가능하게 했고, 그 살아있는 인간, 더 나아가서는 아름다운 인간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이들이 희생을 당한다. 그 희생에는 인간을 포함, 신체 일부를 기계로 가진 인간, 로봇까지 포함된다. 이 소설에서 충담과 아누타, 기파와 이언은 닮은 듯 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향의 욕망과 기억을 가지고 교차되고 움직인다.

그리고 충담이 영웅으로 불리는 기파의 실체를 확인했을 때, 현재 우리가 아는 영웅(간디나 슈바이처, 마더 테레사 등)들이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의심하게 된다. (이미 밝혀졌지만 슈바이처나 마더 테레사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차갑고 몰인정한 모습을 보였다는 말들도 있고, 간디의 경우에는 친아들이 간디가 가족을 부양하는 의무를 저버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영웅이란 우리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 만들어진 모습일 수도 있다. 실제의 모습과는 다르게.


SF적 상상의 세계에서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기파』를 꼭 읽어보시길!

쉽게 술술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기시감이 없는 건 아닌데, 그러면서도 흥미롭다.

(그나저나 저도 SF를 쓰려고 합니다...)


고향 땅에서는 모두 나를 기다리네
구름 위에 떠가는 달이
맑은 모래 일렁이는 물이
내 소식 전해주리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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