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송민령 과학자님이 과알못 일반인들에게 강연을 하시는 것과 같은 책이다. 뇌과학은 어떤 학문이고, 학문적 규정(과연 뇌를 알면 마음을 아는 것인가)과 뇌과학 분야 연구를 과알못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고 있다. (마치 카이스트 언니의 과외를 받는 느낌이랄까?)
사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뇌도 살짝 공부하곤 했는데, 그 때마다 뇌 부위 명칭 외우느라 내 뇌가 빠개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재밌다. 특히 내가 책을 읽으면서 재밌던 부분은 아래와 같다.
-감정에 대한 오해를 풀고 변연계 기능에 대해 설명하는 [감정은 '하등'하지 않다]
-락토바실루스 루테리라는 장내 박테리아는 정말 우리의 정서,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 연구는 소개하는 [장내 미생물과 사회성]
-내 목표를 위해 도파민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도파민의 기능적 설명과 함께 활용법을 제안하는 [목표를 이루는 '도파민 활용법']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와 함께 유명해진 '인공지능'과 뇌과학 연구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뇌과학을 통해 발전하는 인공지능]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젠더 이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데, 뇌연구로 설명하는 성별차의 오해를 분식시키는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
마지막 소주제는 이전에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도 송민령 과학자님이 강연하셨던 주제와도 연결된다. 남성과 여성, 완벽한 성 구분은 생물학적으로도, 뇌과학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여성 안에 남성 호르몬이 다량 검출됐다거나 남성의 몸 안에 기능하지 않는 자궁이 발견된 사례 등 반박할 수 있는 사례가 많았다. 이 책은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니, 이 책에서는 뇌에서는 생물학적 차이가 없다는 걸 여러 실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다만, 성 고정관념이나 문화의 영향을 점화(priming)하면, 호르몬 분비부터 수행능력까지 달라진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내가 사회 문화적 영향을 받아 스스로 규정한 성 정체성에 따라 호르몬 분비와 수행 능력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와우! 바라보는 대로 보인다는 점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