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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 #남성성 #젠더 #퀴어 #동물 #AI
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 기획, 김엘리 외 지음 / 서해문집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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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군부심에 절여져 있는 사람들이 비판하는 책일수록 신뢰도가 상승! 다들 한가락하는 연구자라고 쓰여 있는데 신뢰도 운운하는 거 보면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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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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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 웅크리고 앉아 노려보고 보급 부대원 밑에 멈춰 선다.
"짐승들이 좀 쉬어야겠습니다."
보급 부대원은 놀라움과 혐오가 반씩 섞인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더니 생가죽 채찍으로 손을 뻗는다. 오메이르는 제 몸의 심장이튀어나와 시커먼 공간 위로 날아가는 것만 같다. 하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언젠가, 몇 년 전 할아버지를 따라 산 높이 올라가 나무꾼들이 거대한 은색 전나무 고목을 베어 넘어뜨리는 과정을 구경한 적이 있었다. 나무는 장정 스물다섯 명의 키를 합한 것에 맞먹을 정도로 컸고, 그 자체로 하나의 왕국이었다. 나무꾼들은 낮은 목소리로결연히 노래를 부르면서 박자에 맞춰 나무 밑동에 쐐기를 박아 넣었는데, 마치 거인의 발목에 바늘을 박아 넣는 것처럼 보였다. 할아버지는 코크, 부싯깃, 모탕, 지지대 등, 그들이 사용하는 연장들의명칭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보급 부대원이 채찍을 들고 일어서는 지금 오메이르에게 떠오른 기억은 나무가 한쪽으로 기울며밑동이 갈라져 터지고 나무꾼들이 "우아!" 하고 함성을 질렀을 때순식간에 주변 공기를 채우던 부러진 나무의 무르익은 알싸한 향과, 그 순간 그가 느낀 감정은 즐거움이 아니라 슬픔이라는 것이었다. 몇 세대에 걸쳐 별빛과 눈과 까마귀만 알던 나뭇가지들이 옆으로 쓰러져 관목들 사이로 처박히는 것을 지켜보며 벌목꾼들은 모두가 힘을 합쳐 해 낸 것에 득의양양해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메이르의 감정은 절망에 가까웠고, 그 나이에도 자신의 감정이 환영받지 못할 것임을, 심지어 할아버지에게도 숨겨야 하는 것임을 감지했다. 왜 슬퍼하니? 할아버지는 물었을 것이다. 인간이 뭘 할 수 있겠니? 인간보다, 인간이 아닌 존재에 더 연민을 느끼는 아이는 어딘가 잘못된 아이다. - P435

큰소리로 읽는 동안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그녀가 흐름이 끊기지 않게 읽는 단어들이 귓전을 흘러 지나가는 동안만큼은마리아가 한결 덜 아파하는 것 같다. 마리아는 근육이 이완되면서안나의 어깨에 머리를 떨군다. 당나귀가 된 아이톤은 산적들에게납치되고, 물방앗간 아들의 채찍을 맞으며 바퀴를 끌고, 지치고 갈라진 발굽으로 천지 만물이 끝나는 곳까지 걸어간다. 마리아는 통증으로 신음하지도 않고, 보이지 않는 땅 밑 광부들이 방바닥 밑에서 긁어 댄다고 속삭이지도 않는다. 안나 옆에 앉아 촛불을 바라보며 두 눈을 깜빡이는 그녀의 얼굴은 즐거움으로 생기가 넘친다.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일까, 안나? 배를 여러 척이나 통째로 삼킬만큼 큰 물고기가 정말 있을까?"
쥐 한 마리가 돌바닥을 가로지르더니 뒷다리로 일어서서 안나를향해 코를 발름발름하는 것이, 마치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다. 안나는 리키니우스와 앉아서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를 떠올린다. 그는 MöOos, 그러니까 mythos라고 썼었다. 대화, 설화, 예수 이전의 암흑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설.
"어떤 이야기는, 안나가 말한다. "거짓이면서 동시에 진실일 수있어." - P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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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사무친 나머지 렉스의 부재는 하나의 현존, 배 속에 남은 메스 같은 존재가 된다. 여명이 압록강 위로 가물거리다 산을기어오르더니 검은딸기나무 가시마다 벌겋게 타오르는 빛으로 자리 잡는다. 다들 수군거린다. 우리 군이 반경 16킬로미터까지 왔어.
8킬로미터까지 왔어. 이제 저 산만 넘어오면 돼. 내일 아침이면 도착할 거야. 만약 렉스가 사살됐다면 혼자 죽었을까? 트럭이 이곳을 떠나던날 밤, 그는 바로 옆 드럼통에 지노가 있다고 생각하며 속삭였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지노가 따라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 P369

주는 것,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도 다만 소년이 원하기 때문에 무조건 따르는 것 같다.
그들 옆을 걷는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원정대는 4월 둘째 주가 지나기 전에 콘스탄티노플의 육지 성벽이 보이는 들판에 도착한다.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함성이솟아오르고, 사내들은 거대한 대포를 구경하려고 앞다투어 달려간다. 오메이르는 이제껏 몽상 속에서 도시를 매번 다른 모습으로 수도 없이 상상했었다. 짐승의 발톱을 단 마귀들이 탑 꼭대기를 걸어 다니고, 그 밑에선 지옥의 개들이 사슬을 끌고 다닌다고상상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굽잇길을 돌아 처음 보는 순간 그는숨이 턱 막힌다. 그들 앞에는 천막, 설치물, 짐승, 불, 군인 들로이루어진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강처럼 넓은 해자를 떠밀 듯한기세로 펼쳐져 있다. 저쪽 편 해자 위 낮고 가파른 비탈 너머로는성벽들이 지면을 따라 양쪽으로 수 킬로미터를 오르내리며 뻗어있는데, 고요히 줄지어 선,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을 떨치는 절벽처럼 보인다.
생경한 뿌연 빛을 받으며 나직한 잿빛 하늘 아래 펼쳐진 성벽들은 무한히 이어질 것만 같고, 뼈를 깎아 지은 도시를 수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거대한 대포가 있다 한들 저런 요새를 무슨 수로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 그들은 코끼리의 눈 위에서 까부는 벼룩 꼴이 될 것이다. 산기슭에서 까부는 개미 꼴이 될 것이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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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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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유리로 만든 도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북쪽 멀리가면 있다는 그 도시 사람들은 늘 목소리를 낮춰서 속삭이는데 아무것도 부서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할아버지는 옛날에 지렁이가되어 지하 세계까지 내려간 적이 있단다. 이 이야기들은 언제나 할아버지가 무섭고도 경이로운 모험을 겪고도 살아남아 산으로 무사히 돌아오면서 끝나는데, 그즈음이면 잉걸불은 다 타서 재가 되고,
할아버지는 코를 골기 시작하며, 오메이르는 눈을 들어 밤하늘을바라보면서 아득히 멀리서 빛나는 별들 사이로 어떤 세계들이 떠다닐지 생각한다.
오메이르는 어머니에게 딱정벌레가 달까지 날아갈 수 있느냐고,
할아버지가 꼬박 일 년을 바다 괴물의 배 속에서 산 적이 있느냐고묻는다. 어머니는 미소 지으며 자기가 아는 한 할아버지는 평생토록 산을 벗어난 적이 없다면서 말한다. 그러니 이제 한눈팔지 말고밀랍 만드는 거 도와줄 거지? 너트, 색, 7대요새도 소년은 하염없이 오솔길을 걷다가 절벽에 이를 때가 많다. 그곳에서 속이 반절은 빈 주목의 가지를 타고 올라가, 발아래 흐르는 강이 굽이를 돌아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 너머에서 펼쳐질 모험을 상상한다. 나무들이 걸어 다니는 숲, 몸은 말[馬]인 사람들이칼새처럼 빠르게 날아다니는 사막, 대지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 계절의 구분이 끝나는 영역이 있고 얼음산 사이로 헤엄치는 바다
들과 영생을 사는 파란 거인 종족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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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유리로 만든 도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북쪽 멀리가면 있다는 그 도시 사람들은 늘 목소리를 낮춰서 속삭이는데 아무것도 부서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할아버지는 옛날에 지렁이가되어 지하 세계까지 내려간 적이 있단다. 이 이야기들은 언제나 할아버지가 무섭고도 경이로운 모험을 겪고도 살아남아 산으로 무사히 돌아오면서 끝나는데, 그즈음이면 잉걸불은 다 타서 재가 되고,
할아버지는 코를 골기 시작하며, 오메이르는 눈을 들어 밤하늘을바라보면서 아득히 멀리서 빛나는 별들 사이로 어떤 세계들이 떠다닐지 생각한다. 이오메이르는 어머니에게 딱정벌레가 달까지 날아갈 수 있느냐고, ‘
할아버지가 꼬박 일 년을 바다 괴물의 배 속에서 산 적이 있느냐고묻는다. 어머니는 미소 지으며 자기가 아는 한 할아버지는 평생토록 산을 벗어난 적이 없다면서 말한다. 그러니 이제 한눈팔지 말고밀랍 만드는 거 도와줄 거지? 世, 원한 특색, 다요새도 소년은 하염없이 오솔길을 걷다가 절벽에 이를 때가 많다. 그곳에서 속이 반절은 빈 주목의 가지를 타고 올라가, 발아래 흐르는 강이 굽이를 돌아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 너머에서 펼쳐질 모험을 상상한다. 나무들이 걸어 다니는 숲, 몸은 말[馬]인 사람들이칼새처럼 빠르게 날아다니는 사막, 대지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 계절의 구분이 끝나는 영역이 있고 얼음산 사이로 헤엄치는 바다 용니
들과 영생을 사는 파란 거인 종족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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