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곰과 달 정원 그림책
매슈 버제스 지음, 카티아 친 그림, 김세실 옮김 / 봄의정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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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나 상실, 죽음 등은 아이들에게 일부러 접해주기엔 무거운 주제임에 틀림없지만

의외로 대여섯 살의 어린 인생에서는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이슈이기도 하다.

아끼는 애착인형이 튿어졌을 때,

열심히 만든 종이접기가 찢어졌을 때,

레고 장난감이 와르르 쏟아졌을 때

세상이 무너진 듯 속상해하던 아이의 모습.

이 책을 읽으며 오버랩 되는 아이와의 기억들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일상에서의 상실감을 이제는 쉬이 극복할 수 있을만큼

아이가 많이 크기도 했구나 싶다.





실은 이 책을 다른 책들과 같이 반납함에 넣어버린 줄 알고 도서관마다 전화를 돌린 에피소드가 있다.

(소중한 나의 서평 도서를 영영 잃어버린줄..!!!! )

결국은 친구네 집에 고이 보관되어 있던 걸로 판명되었지만

순간 정확한 제목이 기억 안나서 <아기 곰과 풍선>으로 검색하니 엉뚱한 도서가.....

생각해보니 마술피리 꼬마 전집에서 읽었던, 어쩐지 낯익은 제목이었다. ^^;

분명히 표지 그림에는 어린 곰 한마리와 풍선이 있는데,

이 책의 제목은 풍선이 아닌 달이라고 한다. 뭐지..?? 왜죠??

의아함을 품은 채로 책을 펼쳤다.

꼬마곰과 달

매슈 버제스 글, 카티아 친 그림

봄의 정원 펴냄

꼬마곰이 빨간 친구를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빨간 점인 줄 알았던 그것은

가까이 다가와

점점 더 크고 둥글고 빨갛게 변하더니

마침내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책을 읽으며 최근에 수강한 놀이상담 수업이 많이 생각났는데

그중 하나가 아이가 놀고 있는 장난감을 사물로 지칭하지 말라고 했었다.

예컨대 우리 눈에는 젓가락으로 보이는 그것이 아이에게는 지금 비행기일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 다른 놀이에서는 배가 되어 있을 수도 있기에

장난감을 명명하는 것은 아이에게 오롯이 맡겨주기를,

함부로 아이의 놀이를 재단하고 아이의 상상력을 방해하지 말기를 선생님은 당부하셨다.

서지정보에 실린 이 책의 요약에서

꼬마곰이 선물처럼 다가온 빨간 친구와의 우정과 상실을 경험하며 한층 더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빨간 친구라는 호칭이 나는 참 좋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

내가 나의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이라..'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말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꼬마곰에게 빨간 친구가 더없이 소중해진 것은

함께 하기 위해 쏟은 정성과 둘이 보낸 시간 때문일 것이다.

벌써 잃어버린지 1년이 지났지만 아이가 아직도 얘기하는 봉지...(ㅋㅋ) 사건.

평범한 검은 비닐 봉지는 수없이 많지만

속초 바닷가 이쪽에서 저쪽 끝으로 푹푹 꺼지는 모래해변을 힘차게 밟아가며

아이가 잡으려고 애썼던 봉지는 그것 하나뿐이었기에

끝내 놓치고 난 후 세상이 떠나갈 듯 울었더랬다.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하고 자신의 무능함을 자책까지 해가면서.


놀이상담 수업을 떠올리게 한 또다른 페이지.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놀이상담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거울이 되어주라고 한다.

아이가 즐거우면 즐거운 것을 알아주고,

화나고 속상하면 그런 마음을 읽어주고.

부모가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올라가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조용한 빨간 친구가 아기곰에게 해주듯이

걸으면 따라 걷고

춤추면 따라 추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너무 좋은 나머지 빨간 친구를

꼭 안고 싶었던 꼬마곰...

선한 의도가 꼭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서

상대의 본질을 파악하고 인격을 존중하기보다는

무심코 경계선을 침범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너를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너에게 상처를 준 날들이 얼마나 많은지.



실은 아이가 다가와 안기다가 힘조절을 잘못해서 나를 아프게 하는 일이 많기에

펑 터지는 페이지를 보여주면서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거봐, 아무리 사랑해도 서로 간에 접촉할 때는 조심해야 하는거야. 하고.


마트에서 신나서 카트를 밀다가 내 발뒤꿈치를 찍었을 때

발 동동 구르며 먼 데를 바라보며 어쩔줄 몰라 하던 어느 날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 잘못이야, 매번 실수하는 나는 나쁜 아이, 정말 나쁜 아이.

비슷하게 자책하고 있었을 것만 같은 뒷모습.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마음속으로 수십번도 수백번도 더 말해주고 싶다.




이제 빨간 친구는 없지만,

아름다운 추억은 남아 있다.

포근한 달빛을 받으며 잠이 든 꼬마곰, 꿈속에서 다시 만나 춤을 춘단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 아빠가 존재함을 믿는 것처럼

물리적으로는 가닿지 않아도 내 마음속에 남은 심상들을 소중히 하는 것.

우리 삶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과 행복, 의미를

얼마나 마음속에 잘 간직할 수 있는지가

성장과 성숙의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개인의 솔직한 감상을 적은 후기입니다.

봄의정원 출판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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