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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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하는 사람은 나약해 보이고, 스스로도 나약함을 절감하고, 잊은 사람은 강건해 보이고, 스스로도 강인함을 느낄까. 연기일까 진짜일까. 성장일까 흐름일까. 살기 위해 모든 걸 흘려보내는 태도일까.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걸 고이게 하는 사람일까.
- <마은의 가게> 중


<마은의 가게>의 로그라인을 말하자면 한 명의 여성이 자영업을 하며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장르를 따지자면 성인의 성장 드라마.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성장물로 읽히진 않았다. 그렇게 읽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묘사 때문이다. <마은의 가게>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어디엔가 존재할 것만 같고,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흡사한 성질을 가졌다. 사람은 입체적인 존재고 가변적인 존재다. 그러한 사람의 성질을 작가는 <마은의 가게>에서 건조하고, 때로는 뜨거운 것 같기도 한 문장으로 표현해낸다. 또한 주인공인 ‘마은’이 성장하게 되는 과정도 과격하거나 갑작스럽지 않고 천천히, 물 흐르듯이, 마치 실제 어떤 사람의 인생처럼 묘사된다. 결국 마은이 관철해낸 가치가 무엇이었을지 책을 덮은 후 깊게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 책은 연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은은 자영업을 하며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받고 도움을 주기도 하며, 그렇게 성장한다. 사람이 성장하는 것에 있어서는 개개인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타인이 주는 역할 역시 중요하고, 그러한 인생의 덕목 같은 것들이 이 책에서는 가감없이 드러난다.

책을 읽으며 나는 마은의 열망, 좌절, 포기, 회생 등을 엿보았다. 엿본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쓸 수 있는 표현이 없다. 정말 한 사람 인생의 어떠한 부분을 직접 보고 온 느낌이어서. 결말 이후로, 마은이 앞으로 잘해나갈 것인지 아닌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주는 희망적인 메시지와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울림이 마은의 미래에 대해 간접적으로 표지해 준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어서 포만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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