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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알아야 바꾼다 - 내 삶을 바꾸는 경제 이야기 12
주진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1. 다루는 범위가 많고 술술 읽힌다. 문제 의식에서 공감하는 부분은 많은 반면, 논지가 거칠다. 주장은 많으나 논증이 세밀하지는 않다.
2. 우리 경제의 핵심 문제를 ‘원청-하청 이중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하나, ‘원청-하청 이중구조’의 정의, 발생원인, 작용방식 등에 관하여 지나치게 두루뭉술하다. 가령 원청회사와 하청회사의 급여 수준이 다른 이유에 관하여 ‘독과점 경제 때문이다’, ‘원청회사가 자기들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이 가져간다. 그 조직에 속한 사람들도 일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가져간다’는 식으로 설명하나, 이는 ‘급여 수준이 다르다’는 문제의 동어반복이지 그 원인이 아니다. 그리고 원청-하청 이중구조의 원인에 관하여도 ‘우리가 의식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신분사회 코드, 일제강점기의 국가운영 방식, 전후 미국식 제도가 복잡하게 뒤섞인 결과’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문제 설정이 정교하지 못하니,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정도 설명이라면 ‘원청-하청 이중구조’라는 개념이 우리사회의 문제로 흔하게 지적되는 중앙집권적 위계구조나 양극화 내지 중소기업 문제와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능력은 정확한 개념을 이용한 사고방식이라고 말하는데, 저자부터 모범을 보여주면 좋겠다.
3. 몇몇 부분 지나치게 편의적인 설명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아동수당의 상당 부분을 어린이집에 주는 정책을 비판하면서, 그 이유를 관원대리 체제의 발현 양식으로 보고 있다. 관료가 어린이집을 감독하면서 어깨에 힘을 주고 싶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익집단의 로비 내지 영향력으로 보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 저자의 관료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한 듯하나, 뚜렷한 근거가 보이지는 않는다.
4. 인터뷰어나 인터뷰이 모두 뜬금없이 자기 자랑을 하곤 한다.
5. 방론으로 저자가 자기자랑을 하면서 주식의 분기당 회전율을 ‘거래액을 자기 자금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하는데, ’1,000만 원을 갖고 있는 주식 거래액수가 2,000만 원이면 100% 회전율. 1억 원을 거래하면 500%‘라고 예시하고 있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예시에 나오는 ’1,000만 원‘이 ’2,000만 원‘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만약 오기가 아니라면 도출되는 식을 각주로라도 제시해주면 좋겠다.
6. 12가지 영역을 책 한 권에서 대담의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데, 저자의 다음 책에서는 2~3가지 영역으로 관심사를 좁히고, 좀 더 완결된 책의 형식으로 문제를 다루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