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기획 무작정 따라하기 무작정 따라하기 컴퓨터
최이지 지음 / 길벗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웹툰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을 꼽자면 바로 '기획'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매력적인 연출이 있다고 한들, 기획이 어정쩡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엉망진창인 웹툰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이야기로 전개가 되는지,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목표와 만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만화가는 많은 부분들을 치밀하게 설정해놓아야한다. 그래서 웹툰작가라는 직업이 절대 쉬운 직업이 아님을 매번 깨닫는다.

이 책은 웹툰을 처음 시작하는 작가들에게 '어떻게 웹툰을 기획하는지' 에 대해 아주 세심하게 알려주는 작법서이다. 길벗의 무.따.기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를 생각하면 책을 펼치자마자 가득차있는 그림자료들을 상상할법한데, 이 책은 글자가 빽빽하게 적혀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편리한 디지털 원고의 시대에도 작가의 삶이 여전히 힘겨운 이유는 뭘까?





왜 작품이 처음의 생각처럼 잘 만들어지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나도 독자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숱한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고,

그 갈증은 커지기만 했습니다.

— 프롤로그 中

책을 집필하신 최이지 작가님의 첫 프롤로그 멘트부터 가슴을 확 찔렀다. 그렇다. 웹툰은 정말 어쩔 수 없게도 '대중 예술' 이며, 내가 만족한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판단을 통해 작품의 진가가 정해진다. 웹툰은 늘 순위가 있다. 댓글과 좋아요의 수가 화면에 보이고 팬들 사이에서는 "아, 그 만화~" + 노잼 or 존잼 으로 갈린다. 후,,, 한 컷 그리는데 10~25분인데 스크롤 쭉 내려서 노잼 존잼이 갈리다니 ㅜㅜ 그래서 참 작가에게는 잔인한 것 같다.

그림을 진짜 잘 그리고 완벽한 전개인데도 인기가 1도 없는 작품이 있고, 그림을 정말 (테크닉적으로) 잘 못 그리는데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작품이 있는 것처럼. 웹툰은 그림이 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것이 바로 '웹툰 기획' 이다.

작가님은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고민을 하셨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런 보이지 않지만 치밀하게 설정해야하는 부분들에 대해 공부해야함을 느꼈고, 이 한 권에 책에 본인이 공부하신 부분들을 빽빽하게 정리해주셨다.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들과 몰랐던 지식들이 모여있어서 소장 가치가 높은 책이라고 판단했다.

웹툰 기획 절차의 0부터 10까지! 우연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부화시키자.





작가는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을 따라 한낮에도 꿈을 꾸는 몽상가입니다. — Part1 발문 中

예기치 못했던 참신한 아이디어나 재미있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던 경험, 고심했던 일의 해결책이 단번에 찾아졌던 경험, 지나간 일들을 되새기며 '만약에'로 시작하는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 떠올렸던 경험들. 그 모든 경험들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말 그대로 창의성이 무지무지 중요하다는 뜻이다. Part 1의 시작부터 저자는 막혀있는 창의성을 깨우는 방법부터 설명한다.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10가지 제안>

-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기

- 익숙한 장소에서 벗어나기

-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기

- 혼자만의 시간 가지기

- 다양한 장르의 작품 감상하기

- 무언가에 꾸준히 강하게 몰입해보기

-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기록하기

- 자신에게 맞는 신체활동을 꾸준히 하기

- 위험을 감수하고 용기내기

- 모든 과정을 놀이처럼 즐기고 사랑하기

웹툰 기획 무작정 따라하기 - 22p~

정말 중요한 내용만 적혀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만화가는 인싸도 아싸도 아닌 반싸로 살아야한다는 것..! 실제로 경험해본 부분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정말 정말 만화가에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단 한 명도 똑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늘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야 소재도 득템하기 때문이다. (이런..?)

캐릭터의 가장 표본이 되는 대상이 바로 '인간' 이기 때문에 인간에게서 영감을 얻는 것이 제일 쉽고 간단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꼭 주변에 기억에 깊이 남는 또라이 한 명 정도는 있지 않은가? 그런 geek한 인물을 통해 한 명의 악당을 생성해낼 수 있는 것이다.

최악의 주변인들의 사소한 행동들이 또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 인물의 행동과 재스쳐 말투들을 그림으로 묘사하다보면 캐릭터 만들기 정말 쉽다. 밥 한 그릇 뚝딱이다.

넘모 귀여운 고양이 일러스트와 실습 노트가 있다?


책을 집필해봐서 굉장히 이해하는 부분인데. 이 책에는 자료 사진보다 고양이 그림이 훨씬 많다. 챕터들의 주요 내용들을 설명할 때, 저자가 직접 그린 고양이 일러스트가 (안 겹치게) 글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이해도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진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오히려 몰입을 깨는 뜻밖의 사진이 나오지 않아서 좋았고. 고양이 안내원이 책을 설명해주는 느낌이어서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맞추어주는 것에 한 몫 했다고 본다. 와 이걸 다 그리시다니.. 책 쓰시는데 정말 오래걸렸을 것 같다.



각 파트의 두 번째 챕터에는 꼭 실습노트가 준비되어있다. 읽고 그냥 넘기지 말고 직접 해봐라! 츄라이 츄라이~ 라는 저자의 의도가 살짝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하나의 흐릿한 스토리를 이러한 실습 노트에 채워봄으로서 조금 더 입체적으로 캐릭터와 스토리를 발전시키고. 제대로 된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연습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마치 전문 웹툰 PD에게 프로듀싱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로그라인 만들기 연습, 기획안 채우기 연습은 실제 웹툰 투고를 할 때 함께 제출해야하는 (꼭 필요한) 부분이어서 투고를 앞둔 웹툰 작가 지망생들에게 좋은 연습과정이 될 것으로 보였다.


웹툰 시장 & 트렌드와 수익 정보가 담겨있는 책이 있다?


웹툰 관련 작법서를 정말 많이 읽어보았는데. 대부분은 책을 집필한지 시간이 좀 지나서 현대 시점에 꼭 필요한 내용들이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 않의,,! 고료까지 써있다.. 투고 방법이나 계약서에 대한 내용, 고료와 공동작업, OSMU, 저작권 등 정말 현실적인 웹툰 시장의 정보들이 적혀있어서 읽으면서 배운 점들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극 초기 웹툰시장에는 공동작업이 트렌드가 아니었는데. 주간 연재 속도에 맞춰 작업물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많으면 4명 이상까지도 함께 작업을 한다. 웹툰 관련 커뮤니티인 방사에는 웹툰 스튜디오 구인구직, 파트너 구합니다 등의 글이 하루 3~5개씩은 올라온다.


웹툰 한 편에 글작가, 그림작가, 콘티(연출)작가, 이펙트 작가, 스케치업 작가, 식자 편집 담당 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연재하는 일이 굉장히 많아졌다. 여기에 어시까지 기본으로 들어가니.. 웹툰 작업은 이제 혼자만의 일이 아닌 스튜디오형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게 되어버린 것 같다.


왜냐하면 인간적으로 70~80컷을 8등신의 캐릭터 + 빠방하고 화려한 배경 + 흥미진진한 스토리까지 더해서 완성하려면. 일주일이란 시간을 혼자 버티는 것이 거의 싸움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혼자 주간으로 7~80컷 그리는 스토리 웹툰 작가님들은 솔직히 천재 소리를 들어도 된다.

일반인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암튼 지금 시장은 갠플보다 팀플이 많다는 것을 좀 장황하게 설명해보았다. 그래서! 이러한 협업시 고려할 주의 사항과 수익 분배율에 대한 정보도 나와있어 지인들에게 듣기 미안하기도 하고 수집하기 힘든 정보들을 책으로 습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질적으로 알고 싶었던 현황이나 정보가 잘 나와있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건 제일 공감했던 그림ㅋㅋㅋㅋ 막상 그리고 나면 망했다.. 별로다 생각할 때가 많다.

결론

책의 난이도는 솔직히 말하면 고(高) 급이다. 현직 작가가 입문용으로 쓰기는 했지만 애초에 웹툰은 취미로 갖기 정말 어려운 하이레벨 분야이기 때문에 실전에 적용하는 부분에서는 고급이라고 판단했다. 태어나 70컷의 만화를 3화 이상으로 완성해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고로 이 책은.., 웹툰 작가를 꿈꾸는 16~40대 정도가 읽기 좋은 고급 서적인 것 같다. 머리가 몽글몽글 지식이 펑펑 튀기 시작하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읽기 좋은 책이라고 본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이 좋았다. 웹툰 서적들 중에 낮은 연령층을 타겟으로 하는 책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막상 사고 나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보다는 직업에 대해 이해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유사 직업체험..?) 하지만, 이 책은 스토리를 써봤지만 제대로 못 쓰고, 기획을 자기 멋대로 하는 나같은 스토리 분야 초보 지망생에게 정말 좋은 책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연재 중인데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고 있는 현직 초보 작가들, 투고나 공모전을 해봐도 매번 광속 탈락하는 나같은 프로 웹툰작가 지망생들이 제대로 읽어야하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두 번정도 읽었지만.., 쓰읍 다시 한 번 더 읽으며 2020년에는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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