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작가, 이담 또한 그 일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그가 처음 써 내려간 청소년소설 <나를 지워줘>는 N번방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던 현실을 마주하고 피해자 중심의 글을 써 내려간 것이다.
이 책은 고등학생 디지털 장의사 모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렸을 때 일어났던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쌍둥이 동생 모연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모리는 자신의 동생을 찾기 위해 '실종아동 찾기'를 검색하였고 링크를 타고 어른이 되있을 모연이의 모습을 닮은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지 검색을 통해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니 모리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불법사이트. 그런 사진들을 지워주고 싶은 생각이 모리를 디지털장의사라는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이다.
'흔적지우개가 운영하는 디지털 장의'라는 어설퍼 보이는 사이트를 만들고, 낮은 보수로 일하기 시작하지만 그 또한 모리의 유일한 가족 할머니의 만류로 그만두게 된다. 그러던 와중,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한창 인기몰이 중이였던 같은학교 리온이가 모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몇 번을 거절하던 모리는 결국 리온을 돕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8반 남학생 단톡방에 진욱이 리온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된다.
리온의 베프라던 재이도, 타인의 사진과 영상을 마음대로 퍼뜨리는 진욱도, 그저 낄낄거리며 그런 상황들을 즐기고 있는 다른 학생들도. 너무나 현실적이였기에 화가 나기보다 답답함과 씁쓸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