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워줘 도넛문고 1
이담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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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이러다 죽을 것 같아.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리온의 말이 자꾸 아픈기억을 건드렸다.

첫 의뢰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죽을 것 같다' 였기 때문이다.

나를 지워줘. p.40

이 책의 작가, 이담 또한 그 일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그가 처음 써 내려간 청소년소설 <나를 지워줘>는 N번방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았던 현실을 마주하고 피해자 중심의 글을 써 내려간 것이다.

이 책은 고등학생 디지털 장의사 모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렸을 때 일어났던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쌍둥이 동생 모연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모리는 자신의 동생을 찾기 위해 '실종아동 찾기'를 검색하였고 링크를 타고 어른이 되있을 모연이의 모습을 닮은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지 검색을 통해 링크를 타고 들어가보니 모리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불법사이트. 그런 사진들을 지워주고 싶은 생각이 모리를 디지털장의사라는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이다.

'흔적지우개가 운영하는 디지털 장의'라는 어설퍼 보이는 사이트를 만들고, 낮은 보수로 일하기 시작하지만 그 또한 모리의 유일한 가족 할머니의 만류로 그만두게 된다. 그러던 와중,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한창 인기몰이 중이였던 같은학교 리온이가 모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몇 번을 거절하던 모리는 결국 리온을 돕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8반 남학생 단톡방에 진욱이 리온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된다.

리온의 베프라던 재이도, 타인의 사진과 영상을 마음대로 퍼뜨리는 진욱도, 그저 낄낄거리며 그런 상황들을 즐기고 있는 다른 학생들도. 너무나 현실적이였기에 화가 나기보다 답답함과 씁쓸함이 느껴졌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로 활발하게 소통이 이루어지며 불법유포 사진, 영상의 피해자 임에도 그들조차 모르게 이루어지는 2차, 3차 가해의 현장은 차라리 이것이 소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드러났다시피 현실은 때때로 소설보다 잔인하고 추악하다.

해연을 극단으로몰고 간 이들은 적과 다르지 않게 자기 삶을 살고 있었다.

모리가 그들을 찾아낸다 한들, 사과 받을 당사자는 이제 이 세상에 없었다.

나를 지워줘 p.197

청소년소설이기에, 아니 그저 소설이기에 그나마 웃을 수있는 엔딩이였지만 과연 현실은 어떠할까.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쳤던 것 같다. N번방은 끝이났지만 그게 모든 N번방의 끝은 아닐 것이다. 어떤 N번방엔 시작일 수 있고, 과정일수 있고, 또는 더욱 깊은 어둠속으로 숨어들게 하는 계기일수도 있을 것이다.

<나를 지워줘>는 이 사건을 통해 사회의 다른 면 또한 보게 만든다.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 피해자가 가해자로 탈바꿈하는 것, 나도모르게 저지르고 있는 방관,무관심까지. 20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라 가볍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심오한 주제를 우리에게 던져주는 책.

한 두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소박한 제안과 함께, 이 글을 마무리한다.

*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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