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든스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지음, 남명성 옮김 / 해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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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네만 모이니까. '특별한' 학생들요" 조이는 눈을 굴렸다.

교수님은 걔들을 메이든스, 즉 처녀들이라고 불러요. "

메이든스 p.161

'특별한' 학생들을 표현하는 메이든스.

데뷔작 <사일런트 페이션트>가 엄청난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로 떠오른지 몇년만에 그 작가 알렉스 마이클리디스는 새롭고 '특별한' 소설로 돌아왔다. 전작을 꽤 재밌게 읽어서 <메이든스> 또한 기대하며 읽었는데, 역시. 기대가 컸음에도 전혀 실망스럽지 않았다!


<메이든스>의 주인공 마리아나는 집단 심리 치료전문가로 사랑하는 남편 서배스천을 잃은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스스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에 능숙한 성격으로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라고는 언니부부가 남긴 조카 조이가 전부이다. 그러던 중 조이의 가장 친한 친구 타라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조이와 같은 대학 친구들도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진다. 이에 마리아나는 조이를 지키기 위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심리학적 지식으로 범인을 뒤쫓기 시작한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는 독일의 한 정신과 의사가 1888년에 만들었는데 독일어로 psychopastiche라는 단어에서 비롯되었다. 문자 그대로는 '고통받는 영혼'이라는 뜻이다."

메이든스 p.130

"마리아나는 형사는 아니지만 상담사였고 어떻게 듣는지 잘 알았다. 입에서 나온 말만 듣는게 아니라 말하지 않은 모든 것을, 입에서 나오지 않은 모든 말 즉 거짓말, 회피, 예측, 전이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른 심리적 현상을 들으려면 특별한 방식으로 들어야만 한다.

메이든스 p,204

주인공 마리아나가 심리상담가인 만큼 책의 곳곳에는 심리학과 관련된 지식들이 등장하는데, 작가는 이를 단순히 지식 전달의 목적이 아니라 그녀가 범인을 추적하는 단서이자 범인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든스>는 챕터의 중간마다 '누군가'의 편지가 삽입되어 있는데 이를 마리아나의 심리학 지식과 연관지어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것도 꽤나 즐거운 과정이다.

"머릿속에서 모든 조각이 맞춰지면서 그녀는 마침내 보고 싶지 않았던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스 비극에는 이런 순간을 뜻하는 단어가 있다. 아나그노리시스(anagnorisis), 즉 인식이다.

메이든스 p.404

범인이 누구일까 생각하며 소설을 읽는 내내 열심히 추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생각지 못한 인물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나 또한 '아나그노리시스'상태가 되어버렸다. 충분히 많은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읽었기에 척하면 척의 느낌으로 범인을 잘 찝어냈는데 이번에는 방심했던 걸까, 아니면 작가가 교묘하게 범인을 잘 숨겨놓았던 걸까. 그마저 아니면 마리아나의 생각에 나또한 갇혀 조금 더 넓게 보지 못했던 걸까. 결국 이 '아나그노리시스'는 마리아나를 슬픔에서 끌어올려 백조처럼 다시 날아오르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의 씁쓸함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지만 이 마지막만 놓고 보더라도 <메이든스>는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젊은 심리상담가의 입장에서 살인마를 추적하는 과정은 나에게는 몹시 신선하게 다가왔으며 이는 나뿐만 아니라 이 책을 접하는 다른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반을 넘어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에도 범인의 흔적을 쫓으며 혼자 헤매이다 뒤통수를 맞는 짜릿함이란... ^^

<메이든스>에 대한 서평이지만, 전작인 <사일런트 페이션트>까지 함께 추천하며 이 글을 마친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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