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곰
이희우 지음 / 잔(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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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선물 같은 이야기,  [작은 곰]

  

책의 주인공인 작은 곰은 본능에 충실한, 우리가 아는 그냥 이 아니다. 사람처럼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푸념도 하며 때로는 감사 인사도 건넬 줄 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겠지만 그런 작은 곰이기에 그에게 닥치는 일련의 상황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보다 더 많은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이어 몰입하게 한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책, 출판사 잔에서 펴낸 어른들의 동화 [작은 곰]을 소개해 본다.

 

표지에 실린 책을 소개하는 단어 중 잔혹 우화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작은곰이 헤쳐 나가야 했던 상황들은 안쓰럽게도 많은 부분들이 생경하고 혹독했다. ‘이라는 주인공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치더라도 작은 그에게 닥친 지나칠 정도로 냉엄한 현실에 첫 번째로, 사냥과 그에 동반되는 혈투에서 가감 없이 그려지는 야생의 모습들에서 두 번째로 잔혹이라는 표현은 당위성을 얻는다. 자연 묘사도 눈에 그려지듯 독자의 눈에 담기고 주변 캐릭터로 등장하는 동물들의 심리 묘사 역시 유려하다. 덕분에 저자가 준비해 펼쳐가는 서사는 충분한 설득력을 얻는다.

특기할 사항은 글 못지않게 인상적인 책의 삽화다. 중간 중간 수록된 삽화는 표지와 결을 같이 하는 판화인데, 개인적으로는 혹독한 작은 곰의 걸음을 그리는 책 분위기와 잘 맞는다고 느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삽화는 처음 접한 책 표지의 삽화와 마지막 페이지의 삽화였다. 표지의 작은 곰이 이제 나를 따라오라는 듯 뒤돌아보고 있다면, 마지막 페이지의 작은 곰은 마치 여기까지 같이 와주어서 고마워라고 인사를 건네는 듯도 하다. (미리니름이 되므로 마지막 삽화의 자세한 상황은 독자가 책을 읽어서 확인하는 즐거움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왠지 모르게 자꾸 보게 되는 삽화들이다 싶었는데, 책 말미에서 확인하니 신기하게도 모두 저자의 그림이었다. 저자는 그림을 그리다가 글을 쓰게 되었고 지금은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다 읽고 나서 문득 다시 책을 펼쳐보니, 아까는 무심코 지나쳤던 글귀가 눈에 띈다. 바로 책 앞머리에 적힌 나의 유년 시절에게라는 글귀다. 책에 담긴 작은 곰의 여정을 진지하게 따라가기에 아마도 우리의 유년 시절은 덜 여물었겠지만,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닌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은 분명 따스하고 신선하다. 그래서 감히 나는 이 책을 어른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표현해 본다.

오늘 밤은 우리들만의 혹등고래가, 검푸른 바다가, 책처럼 따스하게 반겨주고 안온하게 펼쳐지길. 그렇게 각자가 휴식의 밤을 맞이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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