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 인공지능이 멀게만 느껴지는 당신을 위해
다카하시 도루 지음, 김은혜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철학자가 말하는 미래, 인간, 그리고 인공지능,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인공 지능과 로봇 시대에 사라질 직업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사라질 직업 1위로 꼽힌 번역가의 경우, 실제로 일부 언어에서 초벌 번역 작업은 번역 프로그램이 많은 부분을 처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업계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러나 그 기사에서 살아남을 직업 2위에 랭크된 작가역시, 인공 지능이 글짓기에 도전하고 나아가 복잡한 플롯을 요구하는 소설 쓰기마저 도전함으로써 꾸준히 인간의 영역을 넘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쯤 되면 인공 지능이 어디까지 발전하고 우리는 어떻게 이 발전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더는 궁금증을 억눌러서 안 될 듯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은 기술적인 면보다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철학적인 면에서 인공지능 문제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시중에 쏟아지고 있는 수많은 인공 지능 관련 책들 가운데 그 존재성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이 책이 가진 특이한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인공 지능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인공 지능 기술에 대한 해석이나 예측이 주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니,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보아도 좋다. 이 책은 저자가 철학 교수이기 때문에 철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과거, 현대, 미래의 인공지능을 주로 다룬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철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공지능이 시험 된 분야와 그 이야기들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알파고와 바둑 기사 이세돌의 대결 이야기도 잠시 나온다.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 저자는 인공지능 관련 기술개발에 찬성하며 추진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다. 혹자는 인간을 앞지를 수 있다는 이유로 인공지능의 발달을 두려워하지만 인공지능은 그에 앞서 우리가 땀 흘려 스스로 우리의 우수성을 입증한 소중한 결실이며 최첨단 과학의 산물이다. 3장까지 저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잡은 모습을 저술한다. 그리고 <4장 기계와 인간이 융합하는 미래>에서 비로소 자신의 견해를 슬쩍 드러내며 <5장 기술을 철학하다]>에서 본격적으로 인공지능과 철학의 상관관계를 살핀다. 본문의 내용처럼 우리가 기억력이 좋은 인간이 되고자 할 때, 우리는 문자라는 하나의 기술의 도움을 받아 기억력을 눈에 띄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쌓아온 빛나는 우리의 문명 속 여러 부분들은 많은 것들이 그랬다. 저자의 논리 정연한 목소리는 결국 이런 결론을 내놓게끔 한다. 그렇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인공지능을 뛰어넘을 무언가를 또다시 만들어낼 것이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책의 원제는 文系人間のためのAI이다. 직역하면 문과인간을 위한 AI정도가 되겠다. 출판사에서 바꿔 내놓은 제목인 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이라는 제목에서, 어쩌면 다른 분야의 사람들보다 문과형 사람들이 더 느낄 수도 있을, 인공지능을 향한 불안감과 경계감이 더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다만,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이라면 아래에 공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철학적인 사유가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미래의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은 누구보다도 귀중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것. 아니, 꼭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