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가지 상품으로 읽는 종횡무진 세계지리
조철기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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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만들어진 모든 단어들 중 최근 내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단어, "개인주의". 각각의 개인이 오로지 홀로 존재할 수 있을까? "노 터치"는 정말 가능한 단어일까? 요즘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자본주의는 심장이 없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떨어뜨려 놓는데 아주 탁월하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복지는 효율성이 묻히기 십상일뿐더러 사람들은 물건의 대가를 돈으로 지불하며 "내가 산 것"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다.

"옛 현자가 '당신이 과일을 먹을 때마다 누군가 그 과일나무를 심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한 것처럼 당신이 커피를 마실 때마다 누군가 커피나무를 심어 정성으로 가꾸고 수확했음을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 - 네팔의 한 농부<P. 243>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 "내가 돈을 지불한다"라는 것으로 그 물건의 대가를 치렀다 생각하는 시스템. 나 역시도 이 생각을 갖고 살고 있으며 내가 쓰는 핸드폰의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은 하지만 이 핸드폰을 만든 사람들의 노고가 가격에 포함되어있는지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초등교육에서 농부가 쌀 한 알을 빚기 위해 아흔아홉 가지 노고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긴 하지만 나는 마트에서 가격을 지불하고 쌀을 구매하며, 나에게 오기까지의 가격이 비싸다/싸다로 가치를 판단할 뿐 그 가격안에 포함된 것들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책에서는 청바지와 스마트폰 햄버거와 콜라, 공과 다이아몬드 그리고 커피. 일곱 가지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상징인 물건을 통해 세상 모든 물건의 뒷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사실 전문적인 서적들을 탐독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또 하나의 자본주의 틀 안에서 만들어진 소모품일지도 모르겠으나 최근 공정무역이나 착한 소비에 대한 생각들을 갖게 된 나에게 있어 이 책은 하나의 "실용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굳이 많은 학자들의 이름표를 붙이지 않더라도 실제 어떤 부분이 합리적이지 못한지, 우리는 왜 그렇게 비싼 가격을 들여 물건을 사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 메이드 인 글로벌

청바지의 생산과 소비활동은 지구를 가로질러 상호의존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우리가 청바지를 소비하는 행위는 다른 국가의 생산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가히 세계여행이라고 불릴 만 한 청바지의 상품 사슬을 통해 우리는 더 촘촘해진, 세계의 상호의존성을 이해할 수 있다. <P.45>

 이제 더 이상 메이드 인 코리아, 메이드 인 차이나를 외칠 필요는 없다. 로컬푸드를 제외하곤 사실상 거의 모든 제품이 100% 메이드 인 코리아이긴 힘든 세상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로컬푸드를 포장하는 포장재, 운송하는 운송업체 등을 고려했을 때 순도 100%의 메이드 인 코리아는 없다.
 전 세계가 합심하여 만들어낸 청바지. 청바지의 버클은 어디서 오는 걸까? 청바지의 나염은 어디서 들이는 것일까? 사실 이런 것들을 생각하기 전에, 이 청바지는 어떤 브랜드인지를 생각하며 입는다. 세상에 모든 귀찮은 공정들을 하나하나 하청을 주고, 마침내 그 물건을 손에 든 업체가 온갖 소매점으로 물건을 납품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당도하기까지. 그 간극이 멀면 멀수록 사람들은 물건의 가치를 계산하기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청바지의 가격에 바지를 염색하는 사람들의 인건비는 얼마나 포함되어 있을까?

물론 중국 노동자의 죽음이 스티브 잡스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스마트폰의 이면에 노동자의 피와 땀이 스며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진실이다. <P.75/스마트폰, 손안에 펼쳐진 또 하나의 세상>

 핸드폰 하나를 살 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단통법에 신경을 쓴다. 그리고 핸드폰의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온갖 것들이 가능한 호모 모빌리언 시대를 외치는 판국에 그 온갖 것들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이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지는 않는다. 아마 스티브 잡스가 시작했거나 삼성이나 LG가 했겠지.
  리뷰를 쓰다 보니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물질만능주의에 대해 교과서에서 이야기할 때보다 더 심각한 허무함을 갖게 한다.

>> 더 이상 소비자는 필요 없다

빅맥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는 기업 간 거래 B2B' 관계를 통해 알 수 있다. 맥도날드에 따르면, 빅맥에 사용되는 치즈는 매일유업의 상하치즈다. 이처럼 맥도날드는 양상추, 치즈, 우유를 제공받으며 매일유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맥도날드 햄버거에 들어가는 케첩 등 소스는 국내의 대표적 식품기업인 오뚜기가 생산한다. <P.118>

자본주의는 사람들 간의 멀어짊을 기반으로 한다. 물론 소비에 기초를 두고 성장하겠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 보이콧하는 물건들이 있다. 모 기업의 제품은 공정하지 못하고 모 기업은 윤리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혼자 불매하는 곳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불매운동을 벌인다고 해서 기업은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는걸까? 실질적으로 한 기업은 갑질 논란으로 꽤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졌었으나, 브랜드의 다른 계열사 오픈과 B2B라는 시스템으로 위기사항은 맞지 않았다. 되려 불매운동으로 인해 위기사항을 맞았었으니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게 되는 당위성만을 갖게 되는 악순환을 갖는다.
 기업 간의 거래. 나는 빵 가게에서 빵을 사 먹으면서 원료가 어느 기업의 것인지를 묻지 않는다.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착한 기업이 될 필요가 있으려면 어떤 연결고리를 끊고, 어떤 연결고리를 공개해야 하는 것일까?

 >> 물건의 뒷면

우리가 분실한 휴대전화를 찾지 않거나, 최신형 휴대전화로 계속해서 교체하는 동안 아프리카 콩고에서는 고릴라가 보금자리를 잃고 멸종되고 있다. 그리고 순박한 원주민은 끝을 모르는 지긋지긋한 내전에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그리하여 '블러드 폰'이란 말까지 생겨난 것이다. 우리의 휴대전화에는 콩고민주공화국의 '피 묻은 콜탄'이 들어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P.83>
아이러니하게도 아프리카는 "가진 게 많아서 가난한 땅'으로 모사되기도 한다. 가진 게 많은 데 왜 가난할까?(...)이 들 지역에서 끊이지 않는 내전은 부족, 인종 분쟁을 넘어 다이아몬드라는 '자원'을 둘러싼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P.272>

핸드폰의 공임비는 얼마나 들까? 원료값을 제하고 드는 인건비, 그리고 원료값. 한 사람이 하나의 휴대폰을 갖는 세대. 심지어 짧게는 몇 개월, 적어도 몇 년에 한 번은 핸드폰을 갈아치우면서도 그 안에 쓰인 원료는 어떤 것일까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동안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1세기에 벌어지는 원료 전쟁.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언뜻 관계없어 보이는 고릴라의 생존권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나는 지금 종교적인 수준의 이야기나 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간접적이라는 말에 가려진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건의 구매가 쉬워질수록 사람들은 점차 개인적이라 생각이 들수록 내가 직접 가해하진 않았지만 '간접적인 폭력' 현상은 무궁무진해진다는 것이다.

사실 코카콜라만큼 국경과 인종, 종교를 뛰어넘어 많이 팔린 상품은 없다. 코카콜라는 세계화의 상징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이런 세계화가 미국화를 의미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그랬고, 문화적으로도 그랬다. 우리는 어쩌면 미국의 경제적, 문화적 식민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P.161>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우리는 미국을 마시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면 어떤 말일까를 먼저 고민해 보게 될 것이다. 책에서는 코카콜라의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세계에 거점을 둔 글로벌기업의 탄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 시스템은 어떻게 사람들을 잠식했는지 말이다. 물건의 뒷면에는 거대한 불공정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이 책을 실용서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현상 파악과 문제 제기 그리고 표면적인 대처 방법 대해서는 적혀있으나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없기 때문이다. 그도 너무 당연한 것이 당장 물건을 안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지극히 적은 시스템 내에서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이 각성할 수 있고 자본주의의 뒷면을 바라볼 수 있는 시민의식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일단은 물건의 뒷면을 한 번쯤 고민해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기계적인 소비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말이다.

야구공은 의외로 짧은 인생을 산다. 야구 경기에서 한 번 사용한 야구공은 재사용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텔레비전으로 야구 중계를 보거나 야구장에서 화려한 선수의 플레이에 열광하는 사이, 야구공은 짧은 수명을 다하는 것이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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