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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음, 홍상현 옮김 / 나름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민음사 세계 전집의 날개를 펼쳐서 보면 '세대마다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역사가 다름 아닌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모든
세대는 그 세대에 고유한 관심사를 매개로 과거와의 새로운 대화를 시도하여 새 역사를 써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새로 쓰기를 통해서 진정
당대의 역사로 정립된다. 이것은 문학사나 예술사의 경우에도 동일하다.'라는 말이 적혀져있다. 고전문학은 보통 민음사 번역본으로 즐기는 나는 일
년이면 꼬박 백여 번 만나보게 되는 말이다. 이는 문학사나 예술사 뿐만 아니라 철학사에도 적용될 것이다.
인문학 서적을 즐겨읽지 않지만, 그래도 간간이 읽는다. 하지만 리뷰를 어떻게 남겨야 할지 모르겠다. 문학은 스토리가 남지만 인문학은
지식이 남기 때문이다. 책 안의 지문을 똑같이 옮겨두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난감할 때가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문학은 텍스트를
바라보는 사람마다 마다의 생각이 다르다. 하나 인문학은 '이런 현상이 이렇게 반영되어 이렇게 표현될 거야'를 골자로 하기 때문에 '아
그렇구나'하는 방식으로 읽어내게 되는 것이다.
2017년을 시작하면서, 몇 가지 위시리스트를 뽑으며 철학 책 한 권을 떼는 것 역시 버킷리스트에 올려두었다. 현재 진행형이며 혼자는
버거워 길잡이와 함께 천천히 진행을 하다가 유독 빈번하게 등장하는 마르크스에 대한 갈증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마르크스는 거부감이 든다. 그는
철학자이기보다는 혁명가였으며, 이름에서 풍겨오는 '공산주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열맞춰 걸어가는 북한을 생각나게 했다.
고등학교 때 한 단락 정도 나왔을까. 마르크스-공산주의-혁명-유물론 이것만 외우고 지나갔던 사람에게 마르크스의 A-Z를 모두 다 알려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웬 수염 난 할아버지 캐릭터가 마르크스라니. 사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마르크스에 대해 전부 알게 되거나, 모르던 이론에 눈을
뜬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되려 이 책은 일종의 자기개발서 같다.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인가, 누구와 할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를 주는 책이다.
(그래서 사실 살짝 실망을 했다.)
정말 마르크스 초심자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위인전 읽는 기분으로 읽어볼 사람들에게 권한다. 아! 공감 가는 장면이 있었는데 대학 때
있어 보이고 싶어서 자본론을 뽑아서 읽다가 식겁한 적이 있는데, 뒷부분 보면 자본론을 가지고 스터디를 시작한 사람들의 대본이 나온다. 그걸 보니
왠지 대학 때 내가 생각났다.
그래서, 다시 제대로 된 마르크스 입문서를 찾아볼 참이다. 그것만 해도 큰 수확이 아닐까.
마르크스를 읽는 목적이 '우와, 마르크스 짱!'하며 마르크스에게 감동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럼 21세기인 오늘, 굳이 19세기의
마르크스를 읽는 것의 의의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것이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투쟁했던 당시의 사회에서 변혁을 꿈꾼 마르크스의 진지한
삶의 방식을 피부로 느끼고, 그가 절실한 마음으로 탐구한 학문적 깊이를 제대로 배움으로서 21세기의 현실에서 변혁을 추구하는 기개를 이어받아
그는 볼 수 없었던 오늘날의 세계를 우리 스스로 분석하기 위한 이론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