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드 THAAD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정치색을 밝히는 것이 일반인이든 유명인이든 남녀를 그리고 노소를 막론하고 꺼려지는 세상. 공무원이 되길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더라도 그저 TV에 얼굴을 비추는 젊은이라고 하더라도. 이상하리만치 정치적인 이야기는 훌륭한 주제가 못된다. 푹 담가져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행정학과를 나왔다. 배우는 대부분의 과목들은 생긴지 200년이 채 안되는 학문이거나 정치학, 외교학 등등 신변 잡귀적인 학문들을 배우면서 주변에는 빨갛고 파란 녀석들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

 '알고 있는 것만 말하며 살기는 너무 어렵다.'라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할 때는 아는 것만 말하기 너무 어렵다. 한 번 이야기를 꺼내면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해야 하고 이미 빨갛다고 판명이 난 사람은 빨간 이야기만 잔뜩 늘어놔야 하는 아이러니. 주로 나와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빨간 것은 빨개서 파란 것은 파래서 좋고 결국에는 빨강도 파랑도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정치색이 없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아직은, 확고하게 굳어버린 무언가는 없는 표류하는 사람이다.

 누구를 지지한다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보다는 어떤 정책은 지지한다, 혹은 어떤 것은 아무리 네가 좋다고 선전을 해도 등을 보이겠다 하는 것을 표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고리타분한 사람이 되거나 공격적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참을 수 없을 때는 광화문에 나가기도 하고, 대자보도 많이 썼었다. 하얀 집에 편지도 보내보고 마음 맞는 친구들과 이야기도 해보고. 그러던 중 작년 싸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왠지 니가 좋아할 만한 소설이라고. 꼭 읽어보라고, 하지만 그때 나는 이 책을 읽기가 겁났다. 솔직히 작년, 나는 많은 것들에 실망하고 있었고 싸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더욱 겁났다. 학과의 특성상 잘못된 혹은 잘 모르면서 자신의 색을 정해버린 사람들이 어떻게 흘러내리는 지 너무나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제 뉴스에서 싸드 문제에 대한 내용이 잠깐 나온 적이 있다. 한.미간의 공식 비공식 논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정치뉴스. 그 짧은 뉴스 한 줄이 시사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자세하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이제는 이 책을 읽어봐도 책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책을 잡았다.


몰입도의 정점에 있는 책. 그러나 너무나도 위험한 책이다.

정치적인 색이 없거나 혹은 그냥 막연하게 티비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흘려듣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무서운 상상이 책의 줄거리 보다 먼저든다. 사실은 나도 그런 사람들과 하등의 다른 점이 없는 정치 문외한에 가깝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국은 전쟁이 필요하다.

중국은 전쟁을 할 수없다.

미국은 평택으로 미군 기지를 옮겼다.

일본은 자위대의 합법화를 통해서 미군의 전쟁을 지지했다

중국은 남한에게 싸드를 받아들이는 것이 전쟁의 서막이 될 것이라 말한다

미국은 70년이 넘는 우호관계를 청산하고 싶다면 거부하라 말한다.

북한은 인민공화국의 최후의 보루로서 중국과 미국의 완력 싸움의 완충적인 양국의 비글적인 존재로서,

어린아이 같지만 사실 신랄한 파이 싸움 중이다.


남한은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겠는가.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평택기지 이전 등 논픽션에서도 김진명의 싸드 속 이야기가 등장하곤 한다. 비슷한 완력 다툼에 대한 이야기다. 픽션은 때론 논픽션이기도 하고 논픽션은 픽션보다 더 픽션 같다. 힘의 줄다리기 중에서, 어떤 선택도 옳지 못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군 기지가 철수하겠다는 이야기를 흘린 것은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부터 있었던 이야기이다. 당시에는 나도 아무 생각 없는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자주 국가인 한국에 더 이상의 미군의 주둔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단순한 의미에서 그것은 맞는 말이었다. 실제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미군 기지가 사라지고 그곳에 공원이 들어서고 거대한 관공서들이 들어서면서 올바른 선택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대학교에 가서 군사학을 배우고 외교학을 배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국은 자주 국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전까지는 말이다.

사실,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워낙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고 분명 싸드라는 김진명의 소설 안에는 논픽션이 교묘하게 녹아있다.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지지하지 않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소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과연 이 사람 안전한 걸까 괜찮은 걸까 하고 안부를 먼저 걱정하게 되는 현 사태도 문제점이지만 아무튼 이 책은 정치적 성향이 전혀 없거나 흥미가 없는 사람이 접하기엔 위험한 책이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람들이 읽고자 한다면 반드시 알아둘 점은, 픽션은 반드시 픽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픽션 속으로 끌고 나오려면 보다 철저하게 흔들리지 않는 본인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

"그거야 겉으로 봐서는 모르는 일이에요. 경제 위기란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거지, 죽는다 죽는다 소리치면서 파멸로 가는 게 아니니까요. 지난번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보았던 것처럼요. 어쨌거나 미국 정부의 당시 태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P.241>

"1919년 한국에서 3.1운동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는 5.4운동이 일어났소. 한국에서 중국으로 민중봉기가 수출된 거지. 지금 중국은 온 사방이 비민주 국가로 둘러싸여 있소. 그러나 북한이 붕괴하면 중국은 세계에서 민주화 봉기를 가장 잘 일으키는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게 되는 거요."
라운트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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