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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3월
평점 :
EBS 다큐프라임의 방송에서 예쁜 집 짓기에 열중인 바우어새를 본 적이 있다. 정자 같은 집을 짓는다고 해서 정자새라고도 한다. 저마다 자신의 둥지를 인테리어할때 색상과 집 구조를 개성 넘치게 구현한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의 학자 재래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 새를 '깃털 달린 피카소'라고 말했더, 파란 색으로 집을 꾸미는 중 아래의 새는 새틴바우어새이다.
암컷은 수컷의 건축 솜씨와 인테리어 소품들을 살펴본 후 짝을 선택한다. 이를 위해 수컷들은 꽃과 조개껍데기, 깃털, 과일, 색이 있는 천 조각 등으로 집을 화려하게 장식하거나 무지개처럼 반짝반짝이는 딱정벌레의 날개, 병뚜껑, 리본, 뱀 허물 거미줄로도 둥지를 꾸민다. 생물학적 행위를 위해 둥지를 꾸미고 건축하는 과정을 본 뒤 새와 건축이란 키워드가 잘 나타난 차이진원의 '새는 건축가다(현대지성)'를 찾아 읽게 되었다.
새 둥우리는 대자연의 일기장이다
차이진원은 이 책에서 대자연의 건축가라고 할 수 있는 조류가 어떻게 온기 가득한 집을 짓는지 관찰하고 이를 섬세한 손길로 그려냈다.
1장 ‘집짓기 선조와 무주택자’에서는 조류 건축 행동의 기원에 대해서 추측해보고, 둥우리를 짓지 않고 남의 둥우리에 알을 낳는 흥미로운 조류들을 소개한다. 2장 ‘특이한 스타일의 건축가’에서는 베 짜듯이 둥우리를 만드는 새들을 통틀어 가장 정교한 둥우리를 만드는 노랑가슴베짜는새, 진흙으로 화병처럼 생긴 둥우리를 만드는 귀제비 등 경탄할만한 둥우리 건축 장인들을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3장 ‘재미있는 둥우리’에서는 공동 주택을 만들어 사는 조류, 사람이 만든 물건을 사용해 둥우리를 장식하고, 이를 이용해 이성을 유혹하는 조류 등 인간의 편견을 깨는 다양하고 훌륭한 둥우리 건축 방식을 소개한다. 마지막 4장 ‘새 둥우리 발견하기’에서 저자는 둥우리를 찾고 측량하는 법을 전수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책장을 넘어 생생한 자연으로 빠져들게 한다.
조류는 전 세계적으로 9000여 종에 이른다. 이들은 저마다 독특한 둥지를 만드는데, 자연의 변화를 기록하는 ‘대자연의 일기장’과도 같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깨어나는 계절인 봄은 새들에게 번식철이기도 하다. 둥지는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인 셈이다. 알을 한데 모아주는 역할은 물론 부화를 돕기도 한다. 갓 깨어난 새끼들을 다른 약탈자들로부터 보호하는 기능도 담당한다. 새 둥우리하면 일반적으로 나뭇가지로 만든 접시 모양을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둥우리는 각양각색이다. 새들의 둥지 짓기를 설명하기 위해 재봉사, 편직 장인, 미장이, 동굴 파기 전문가, 짐꾼 등과 같은 직업의 특성이 동원된다.
그렇다면 새들의 건축 능력은 무엇으로부터 연유할까. 저자는 과학자들의 연구 방식, 일테면 공룡 둥우리와 알 화석을 통해 조류의 집짓기 과정을 탐색한다. “조류의 둥우리 건축 본능은 그들의 조상인 공룡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공룡의 번식 계통은 파충류와 조류의 딱 중간에 속하기 때문이다. 공룡은 한 번에 알을 두 개 낳고(파충류는 한 번에 모든 알을 낳고, 조류는 한 번에 하나씩 알을 낳는다) 얕은 구덩이에 알을 수직으로 세워 배열했는데, 이 구덩이가 바로 둥우리의 원시 형태다.”
책에는 특이한 스타일의 둥지가 등장한다. 인간의 주거지마다 다른 주택, 아파트 등이 들어서 있는 것과 같다. 재봉새는 ‘바느질에 능한 재봉사’다. 바늘과 실을 이용한 재봉술로 집을 만든다. 암컷 재봉새는 짝짓기를 한 후 둥우리 짓는 작업을 도맡는다.
“구부러진 뾰족한 부리를 바늘 삼아 잎 가장자리에 구멍을 뚫는다. 구해온 식물섬유와 거미줄을 구멍 사이로 통과시킨 뒤, 실 끝부분을 공 모양으로 처리한다. 구멍 하나하나마다 심혈을 기울여 잎을 주머니 모양으로 꿰매고 그 안에 가느다란 풀과 솜털을 채워 넣는다.”
제비는 ‘콘크리트’를 잘 활용하는 미장이다. 암컷과 수컷이 함께 집을 짓는데 건설 현장이나 논밭 등지에서 진흙을 구한다. 전체 구조는 진흙으로 구성되며 사이사이마다 “가는 풀대와 풀잎이 침과 섞여” 있다.
딱따구리와 오색조, 물총새는 ‘동굴 파기 전문가’다. 구멍에 둥우리를 짓는 조류를 ‘동소조’(洞巢鳥)라고 한다. 구멍 둥지는 비바람을 막는데 최적인데다 포식자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이다. 저자는 “동소조는 수직면에 위치한 구멍을 붙잡기 수월하도록 강하고 튼튼한 발톱이 있어야 한다”며 “나무줄기 위를 잘 걷는 딱따구리나 동고비가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연구자이자 생태 화가인 저자는 대자연의 건축가라고 할 수 있는 조류가 어떻게 온기 가득한 집을 짓는지 관찰하고 기록했다. 재봉사, 뜨개질 장인, 미장이, 동굴 파기 전문가, 짐꾼 등 다양한 이름을 붙여가며 생소하지만 그만큼 신선한 새들의 다양한 건축 이야기와 생활상을 알차게 담아냈다. 이런 결과 생생하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멀고도 가까운 새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새는 자연을 빚고 건축가로 빚어진다란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책이다. 새 둥우리는 대자연의 일기장이다. 따라서 새 둥우리를 이해하면 인류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셈이다란 말이 다가오게 할 것이다.
책 속으로
조류의 둥우리 건축 본능은 그들의 조상인 공룡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공룡의 번식 계통은 파충류와 조류의 딱 중간에 속하기 때문이다. 공룡은 한 번에 알을 두 개 낳고(파충류는 한 번에 모든 알을 낳고, 조류는 한 번에 하나씩 알을 낳는다) 얕은 구덩이에 알을 수직으로 세워 배열했는데, 이 구덩이가 바로 둥우리의 원시 형태다.
--- p.18
조류 건축 행동의 기원에 관해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추측이 있다. 양성간의 상호 자극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컷 제비 갈매기가 암컷 제비 갈매기를 돌며 구애를 할 때, 암컷은 가슴을 땅바닥에 붙인 채 수컷을 따라 원을 그린다. 그러면 곧 암컷의 발밑으로 구덩이 모양의 얕은 홈이 생긴다. 어쩌면 조류의 조상은 이런 간단한 동작부터 시작해 점차 다양하고 복잡하게 둥우리 건축을 발전시켜나갔는지도 모른다.
--- p. 20
이 작은 새에게 누가 이런 천부적인 재능을 준 것일까? 재봉새가 지은 둥우리를 보지 않는다면, 둥우리 건축에 있어서 조류가 다른 동물들보다 특히 더 우수하다고는 절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작고 깜찍한 재봉사들은 거미줄이나 나방의 실을 이용하며, 자신의 날카로운 부리를 바늘 삼아 잎을 한 땀 한 땀 꿰매어 가장 편안한 아기 방을 만든다.
--- p.35
어떤 둥우리는 안에 흙덩어리나 작은 돌멩이가 놓여 있고, 어떤 둥우리는 안에 칸막이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중량을 늘려 바람이 강하게 불 때를 대비하고 알이 굴러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같은 베짜는새라도 종류가 다르면 둥우리 모양도 다르다. 공이나 손바구니를 닮을 것도 있고, 길쭉한 통로가 있는 것도 있다. 경험이 풍부한 나이든 새가 어린 새보다 둥우리를 만드는 데능숙한 건 당연지사다.
--- p.39
조류에게 진흙은 둥우리를 짓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다. 진흙을 둥우리의 주재료로 사용하지 않는 새들도 가끔 진흙을 이용해 둥우리를 손질한다. 예를 들어 까치는 진흙으로 둥우리 틈새를 메우고, 코뿔새는 새김질한 점액, 톱밥, 나뭇가지, 잎을 진흙과 섞어서 둥우리 구멍을 막는다.
--- p. 55
사람들은 혈연이 붉은 이유는 계속 둥우리를 짓느라 침을 다 쓴 제비들이 피를 토해 만들어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혈연은 암벽에서 배어나온 산화철이 둥우리에 물들어 붉게 변한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금사연은 보통 둥우리 하나를 짓는 데 33~41일이 걸린다. 만약 사람이 뱉은 침으로 따진다면 거의 빗물 받는 통 큰 것 두 개를 채울 만큼의 양이다. 이렇게 고생해서 만든 것을 우리는 어찌 그리도 무자비하게 먹는지 참!
--- p.58
동소조는 둥우리를 지을 장소를 아무렇게나 선택하지 않는다. 어떤 새는 특정한 나무 종류만을 선택하고, 어떤 새는 고목을 좋아하며, 어떤 새는 도양에 모래가 섞여 있는지 깐깐하게 따진다. 개밋둑에 둥우리를 짓는 새도 있는데, 이는 개미의 분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미가 포식자를 방어하는 효과를 제공해서 개밋둑 안에 둥우리를 짓는게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서식 환경이 아주 이상적이지 못해도, 번식 성공률은 개방형 둥우리를 짓는 조류보다 편이다.
--- p. 62
땅굴을 파서 둥우리를 짓는 벌잡이새와 조류는 보통 무리를 지어 번식한다. 이들은 물총새보다 둥우리 위치에 대한 요구 조건이 까다로운데, 예를 들면 토질에 대한 모래 함량이 많아야 하고, 너무 습하면 안 되며, 일조 방향을 매우 중시한다. 따라서 이런 한정된 둥우리 장소는 벌잡이새들에게 매우 귀중한 자원이며, 그 때문이니지 영역성도 물총새보다 그렇게 강하지 않다.
--- p. 68
소형 조류가 세심하게 공들여 지은 둥우리에 비해 독수리, 백로, 까마귀, 까치 등 중대형 조류의 둥우리는 상대적으로 거칠고 소탈하다. 이들이 둥우리를 짓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거칠고 소탈하다. 이들이 둥우리를 짓는 기술은 주로 쌓아올리기와 다지기의 반복이다. 나뭇가지에 푸른 잎을 더하는 것을 제외하면, 맹금과 황새의 둥우리는 화려한 맛이 전혀 없다.
--- p. 72
체중이 좀 나가기 때문에 수초가 쌓여 만들어진 지대는 종종 하중을 견디지 못한다. 따라서 둥우리를 짓기 전에 뿔물닭은 끊임없이 물속에 돌을 넣어 피라미드형 석조 기반을 쌓아야 한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 수생식물로 접시 모양의 둥우리를 짓는 것이다. 해마다 재사용해서 둥우리 재료도 점점 쌓이게 되는데, 이처럼 부피가 거대해진 접시 모양 둥우리는 숨길 방법이 없다.
--- p. 86
떼베짜는새의 떼 둥우리는 여러 대가 같이 살면서 함께 먹고, 경비를 서고, 먹이를 찾고, 공유한다. 떼 둥우리를 수리할 때도 모든 새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는데, 정말이지 대단한 단결력이다! 이들 둥우리가 자연의 냉혹한 시험을 견디며 갈수록 장대해지는 이유를 알 만하다. 이처럼 큰 규모의 황량한 여관은 다른 새들의 쉼터가 되기도 하는데, 용맹한 피그미새매도 그중 하나다. 피그미새매는 가끔 임시 보초를 서주기도 하는 참 좋은 세입자다.
--- p. 88
옛날 유럽 이민자와 탐험가들은 무덤새의 흙무덤을 보고 원주민 아이가 놀면 서 쌓아올린 보루이거나 원주민의 무덤 또는 조개더미 등으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1840년 무덤새의 유일무이한 번식 방식이 존 길버트에 의해 알려졌다. 이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이 투철한 박물학자는 무덤새 둥우리들을 하나씩 헤쳐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 안에 새알이 잔뜩 묻혀 있었던 것이다.
--- p.106
풀숲무덤새는 '흙파는 닭'이라고 불러도 전혀 무리가 없다. 거칠고 튼튼한 발톱을 가지고 있어서 무덤 둥우리를 짓기가 매우 수월하기 때문이다. 풀숲무덤새는 온도에 매우 민감해서 드러나 있는 얼굴 피부로 무덤 둥우리의 내부 온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지를 알아낼 수 있다. 그래서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두 다리로 둥우리를 파헤치고 메우기를 반복하며 온도를 통제한다. 왜 이토록 번잡하게 구는 것일까? 무덤새의 알은 반드시 자연환경에서 정해진 만큼의 열에너지를 얻어 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시로 체크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 109
둥우리 짓기는 당연히 구애, 짝짓기와 관련이 있고, 둥우리 건축 능력은 짝을 고르는 조건 중 하나다. 특히 암컷과 수컷이 서로 비슷한 조류의 경우, 수컷의 행동 특징이 암컷의 짝짓기 의사에 영향을 준다. 암컷은 수컷이 지은 둥우리의 크기나 수량 등으로 수컷이 충분히 건장한지 여부나 수컷의 영향을 등을 판단한다.
--- p. 119
새 둥우리의 양식은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혈연관계가 가까운 조류의 둥우리는 대동소이할 때가 많다. 그래도 과별로 행동 특징, 서식 환경, 습성, 신체 구조의 차이가 뚜렷해서 둥우리에서도 저마다의 특색이 묻어난다. 예를 들어 박새과 조류는 나무 구둥 둥우리를 짓는데, 긴꼬리박새과는 대부분 임관(수림 위칭)에 나뭇가지 둥우리를 짓는다.
--- p. 149
2006년 1월, 생물학자 윙 굿데일Wing Goodale은 미국 메인주 북방에 있는 어느 연해 지역에서 흰머리수리 한 쌍의 둥우리를 발견했다. 그래서 둥우리 근처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인터넷을 연결해 다른 사람들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 그런데 카메라에 경악할 만한 장면이 잡혔다. 첫째가 막내를 물어죽이고 그 시체를 둘째와 나눠 먹은 것이다! 이 장면을 목격한 수많은 관중들은 괴로워하고 실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자연적 요소이기 때문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다.
--- p.168
영미권 조류학자들은 표본 기록을 통해 지난 20여 년간 온대 지역에서 번식한 어떤 조류의 알을 낳는 기간이 평균 9일 앞당겨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봄의 평균 기온이 예전보다 올라갔기 때문이다.
---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