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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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신경숙하면 나는 '깊은 슬픔'이 먼저 떠올랐다. 신작가와 나의 첫 만남인 이 책은 제대로 끝을 내지도 못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난 현실속 연애에서 영 젬병이었고 소설 속에서 조차도 이상하고 답답하게 꼬이는 주인공들의 사랑을 잘 견디지 못했던 것 같다. 그 뒤로도 몇몇 신경숙의 소설들을 들추어 보긴 했지만 그 '답답함' 또는 '쓸데 없는 무거움'이 싫어져 끝까지 읽은 책이 없었던 것 같다.


얼마전 어느 팟캐스트에서 신경숙씨의 인터뷰를 들었다. 내 기억에 남은 바로는 "사람들이 내가 너무 어둡다고만 하는데 아닌 면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였다. "그래? 그렇다면 한 번 읽어 줄까?" 하는 마음에 서점에서 집어들었다. 표지 색깔부터 티파니 블루! 그리고 요즘 그동안의 오명을 벗고 사람들 사이에 사랑스러움의 아이콘이 된 고양이 그림! 그것도 두 마리! 이젠 부인할 수 없는 아저씨 룩이 된 나같은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쉽게 꺼내들 수 있는 그런 책표지는 아니었다. 짙은 크림슨 색의 <엄마를 부탁해>와는 다른 부류임을 힘주어 말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이솝우화 같기도 하고 에세이집 같기도 했다. 피식 웃고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했고 주인공의 이야기인지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지 헷갈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읽으며 힘든 이야기를 쓸 때 작가도 힘이 들지 않을까? 이 책의 이야기를 쓰면서 작가도 힘이 덜 들도 조금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책을 다 읽고난 지금 작가의 이전 작품을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작가는 20대의 내가 아직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좋은 것들을 많이 숨겨 놓았을 거라 기대도 해본다.


<수첩에 옮겨 쓴 글>

그런데 시를 읽는 동안 그때 기차가 떠난 자리에 남아 있던 어머니는 어떻게 집에 돌아가셨을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나더군요. 거의 삼십년 만에요.- 중략 - 나를 태운 기차가 떠난 후 자정이 다 지난 그 시간에 어머니는 혼자서 역을 빠져나가 그 산길과 논길을 걸어서 집에 가셨던 것일까? 삼십년이 다 지나 나에게 찾아온 그 질문은 벼락 같은 것이었지요.

- 군대 첫 휴가를 나왔을 때 새벽에 고향집에 닿게 되었다. 3시경이었음에도 부모님 모두 깨어서 날 맞아주셨음에 감동했었다. 그 기억과 함께 여전히 철없는 아들인 날 생각해 본다. 그냥 효도해야지 하는 마음보다는 그냥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한 인간인 나 자신에 부끄럽다. 살다보면 갑자기 '벼락' 같은 기억과 함께 어리석음과 철없음에 대한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오늘을 열심히 살아 '내일의 과거'는 좀 더 떠떳한 일들이 많아져 전체적으로는 덜 부끄러운 과거로 희석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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