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주의자 닭의 비극을 아시나요?"
"저는 닭에게 매일 아침과 저녁 두 번씩 정해진 시간에 모이를 주었습니다. 그렇게 한두 달쯤 계속하면 그 닭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어느 날 아침과 저녁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갔더니 모이가 뿌려져 있더라. 다음 날도 그 시간 그 장소에 갔더니 모이가 있었다. 그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그랬다. 따라서 날마다 그 시간 그 장소에 가면 모이를 먹을 수 있다’라고. 정확히 귀납적 방법에 의한 추론이죠.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언제나 그랬듯이 닭은 그렇게 습득한 지식에 따라 그 시간 그 장소에 가겠지요. 그러나 그날 닭은 제 손에 붙잡혀 목이 비틀려 저녁상에 오르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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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이래 1300년 에 걸친 한국 철학의 거장들이 추구하고 실천했던 삶의 문법이 아직도 한국인의 의식 저변에 깔려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삶 곳곳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던 바람 이 이 책을 펴내는 데 더 큰 동기로 작용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사적 고찰을 통해 철학의 연대기를 충실하게 구성하는 일보다는 한 시 대를 풍미했던 철학자들의 사유가 오늘날 우리의 삶과 얼마나 가까운 곳에 있는지 밝힘으로 써 오랫동안 우리 스스로에 의해 그리고 서구의 시선에 의해 일방적으로 타자화된 사유를 지 금 살아 움직이는 삶의 문법으로 복원하는 데 마음을 기울였다. 또 한국 철학의 독자성을 드러 내기보다 그 사유가 고립된 지역의 일시적 산물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장구한 사유를 이어 온 동아시아 전통 지식인들의 오래된 고민이 반영된 결과임을 밝히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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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일체설은 양명의 심즉리, 지행합일, 치양지(致良知)설의 기초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양지는 만물일체의 인과 합치되면서 지행의 통일, 자타의 통일로 나아가는 동시에 "스스로 생동하여 그치지 않는 것"이 되었다. "그치고자 해도 스스로 그칠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양지다. 양명 이후 사상계의 하나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생생(生生)’이라든가 "생생하여 그치지 않는다"는 용어가 너무나도 범람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양명의 ‘양지’는 바로 그런 정신사적 흐름을 집약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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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사상에서는 살아있는 인간의 현실 문제를 가장 중요시하며, 천天의 세계나 사후 세계, 또는 귀신에 관한 현상 따위, 곧 눈으로 보아서 도저히 확인할 길이 없는 신비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회의적이거나 소극적 태도를 취하는 편이었다.
그에 반하여 도가 사상은 인간이 실제로 확인할 수 없는 것, 예를 들면 우리가 사는 우주의 처음은 어떠했는가와 같은 의문에 대해서도 커다란 관심을 기울였다. 『노자』가 도를 설파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그와 같은 관심의 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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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항아리 속에 있는 공간은 그것과는 다른 항아리 속에 있는 공간과는 다른 것으로 존재하며, 항아리의 외부에 있는 공간과도 다른 것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항아리를 깨버리면 공간의 구별은 없게 된다. 요컨대 공간은 하나의 불가분의 존재로서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다. 공간의 구별은 한정이 있는 한 존속하는 것이다. 이 비유는 가우다파다가 개아(아트만)와 브라흐만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지만, 상카라도 다양한 현상계의 존재 방식과 그것들과 브라흐만과의 본래적인 동일성을 설명하는 비유로 자주 사용한다. 요컨대 브라흐만만이 유일의 실재이며 다양한 모습을 취하여 드러나는 현상계는 모두 허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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