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이 너를 붙잡지 못해도
서영은 지음 / 해냄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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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를 읽고 나서 서영은이라는 작가가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이기에 순례 여행을 떠나기 전 작가로서의 일상에 염증을 느낀 것인지, 어찌하여 저토록 냉소적이고 차가운 문체로 글을 쓰는지... 

솔직히 책 속에 간간히 등장하는 김동리에 대한 이야기와 국어 선생님, 손선생님의 존재가 과거의 그녀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했는지가 더욱 궁금했다고 해야 맞겠다. 

20살의 어린 나이. 로맨스라고는 하지만 속된 세상 사람들은 외도라고 표현하는 늪에 빠지고, 그 사랑하는 이의 병수발을 들고,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냈다. 역시나 소설같다.  상큼한 로맨스와는 좀 거리가 있는 무언가 육중하고 끈적끈적함이 묻어난다. 

그 어린 소녀의 가슴에 사랑이 싹트고, 그 남자의 부인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늙은 중년 남자임을 깨닫는 순간순간이 찾아오고. 그 여린 가슴이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무겁지 않았을까? 솔직히 작가가 직설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것을 사랑이었다고 표현하기에도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존경하는 이에 대한 존경,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보여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경험들로 인해 사랑의 고통과 예술가로서의 심적 고통을 이해하게 되어 더 멋진 글을 쓸 수야 있었겠지만 평범하지 않은 작가의 삶에 연민이 고개를 드는건 나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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