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백만장자 삐삐 - 린드그렌 탄생 110주년 기념 개정판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잉리드 방 니만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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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TV로 접했던 삐삐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폐렴에 걸려 병상에 있던 딸 카렌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출판한 책이라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주근깨, 빨간색 머리, 하늘로 치솟을듯 뻣뻣하게 묶여있는 땋은 머리, 베란다에 있는 흰 말을 번쩍 들어올리던 괴력, 행여나 넘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만들었던 커다란 뾰족 장화, 항상 함께 하는 원숭이 닐슨씨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네요. 추억속 삐삐의 이야기를 이렇게 원작의 글과 그림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큰 가방 한가득 금화를 가지고 있고 부모의 간섭없이 하고 싶은 일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뒤죽박죽 별장을 가지고 있는 삐삐가 항상 부럽던 그 시절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봅니다.


 

스웨덴 어느 작은 마을 변두리에 주근깨와 빨간 머리를 가진 식인종의 왕인 에프레임 롱스타킹 선장의 딸인 삐삐가 살고 있어요. 베란다에 있는 말과 원숭이 닐슨 씨, 아빠가 준 금화가 가득찬 여행 가방을 가진 삐삐는 옆집에 사는 단짝 친구 토미와 아니카와 함께 항상 밝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어요.

금화를 한 웅큼 꺼내 앞치마 주머니에 쏟아 붓고 시내로 나가 마네킹의 기다랗고 하얀 팔 하나를 사기도 하고, 사탕 가게에서 손수레 가득 사탕을 사서 마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며.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 아이들이 저마다 가장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살 수 있도록 해주고, 뻐꾸기 모양의 장난감 피리를 아이들에게 하나씩 사 주며 자신만의 '크로노베리 연대의 행진곡'을 연주하다 경찰에게 혼나기도 하고, 약국에서 산 약을 한 병에 죄다 들이붓고 마구 흔들어서 꿀꺽꿀꺽 두 모금을 삼키는 엉뚱함까지 삐삐의 자유로움은 부럽기만 합니다.

토미와 아니카가 할머니한테 편지를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한테 보내는 틀린 글자 투성이 편지를 별장 앞을 지나는 집배원 아저씨에게 배달시키기도 하고 학교에 안 다니면서 소풍을 함께 가고 싶어 교실 창문 밖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선생님으로부터 함께 소풍을 가는 허락을 받기도 하지요.

자루가 산더미처럼 실린 짐마차를 끌고 가다 도랑에 빠진 말에게 화풀이 하는 블럼스터룬드씨를 괴력의 힘으로 혼내주고 아이들의 환호를 받기도 하지만, 초대받은 울라네 집에서 불손한 식탁 예절에 대해 선생님으로부터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멋진 아가씨가 되는 방법을 배우지만 '꼬르륵'소리가 나도 되는 해적이 되길 바랍니다.

장터에서 아니카에게 빨간 스카프, 토미에게 챙 모자를 사주고, 사격 연습장에서 실력 발휘도 하고 금화 한 닢으로 표를 사서 회전목마를 어질어질할때까지 타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하고 싶은대로 맘껏 생활하는 삐삐가 왜 이리 부러운지요. 연극속에 푹 빠져 오로라 백작 부인을 위해 '우락부락한 남자'의 허리를 붙잡고 관객석으로 날려 보내고 백작 부인의 처지에 큰 소리로 흐느껴 우는 순수함도 보여주네요. 우리에서 도망나온 호랑이를 혼내주고, 술에 취해 핫도그 파는 작은 노인을 괴롭히는 라반을 혼내주는 마을의 경찰 노릇도 하지만 엉뚱한 장소에 버젓이 세워진 자전거가 있는지 없는지 살펴볼 경찰 아저씨는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삐삐가 너무 사랑스럽네요.

방학이 되어 토미와 아니카 부모님이 집을 비우자 함께 로빈슨 크루소가 되어 호수 한복판 무인도로 들어간 삐삐 일행은 신나는 난파 모험과 즐거운 무인도 체험을 하지만 돌아가는 날 토미가 배가 사라졌다고 하자 구조해 달라는 편지를 병 속에 넣어 띄워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배가 젖을까 봐 토미와 아니카가 잠든 사이 배를 뭍으로 끌어 놓았다는 삐삐의 말을 들으며 삐삐의 엉뚱함인지 더 신나는 모험을 위해 잠시 거짓말을 했는지 그 속마음이 궁금해지게 됩니다.

삐삐를 데리러 온 배불뚝이 롱스타킹 선장과 신나는 모험담을 듣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아니카는 집에 돌아와 한숨을 쉬고 베개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만 합니다. 앞으로 일어날 뭔가를 생각하는듯 하군요.

이제 삐삐는 아빠와 함께 식인종 공주의 생활을 보내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합니다. 마을 아이들, 두꺼비호의 선원들과 함께 송별회를 보내며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아니카는 또 다시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드디어 삐삐가 떠날 날이 왔어요. 뒤죽박죽 별장의 문을 꼭 잠그고 문 옆에 있는 못에 열쇠를 걸고 베란다에 있는 말을 들어서 정원에 내려놓고 떠날 차비를 합니다. 말이 없는 토미와 아니카의 입을 열게 하려고 수다를 떠는 삐삐에게 온 마을 사람들이 작별 인사를 합니다. 토미가 삐삐를 위해 지은 작별의 시를 읽자 삐삐는 행복해하며 "밤에 모닥불 가에 앉아서 사람들한테 들려줘야겠어."하고 말합니다. 토미와 아니카는 앞으로 삐삐와 함께 놀게 될 원주민 아이들이 정말 미워집니다. 마지박 작별 인사와 함께 배에 오른 삐삐는 "하느님의 푸른 땅에 사는 누군가가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가 없어요. 그게 토미와 아니카라면 더더욱 말이에요."라고 이야기 합니다. 두꺼비호가 닻을 올리자 삐삐는 선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아빠를 꼭 껴앉고 금화가 가득 든 새 여행 가방과 함께 부두에서 뛰어내리지요. 삐삐가 다시 토미와 아니카에게 돌아온거에요. 아니카의 이별의 눈물은 행복에 겨운 훌쩍거림으로 바뀌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함께 떠나는 말을 탄 삐삐의 모습은 조그만 점처럼 멀어져갑니다.

TV에서 보았던 삐삐의 추억을 책으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오리지널 그림으로 만나는 삐삐 이야기여서 그런지 TV속 추억의 삐삐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네요.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었을 아이들만의 세상을 대신 보여주고 그 기쁨을 느끼게 해주었던 삐삐를 다시 만나게 되어 기상천외한 행동과 상상력이 풍부한 거짓말,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함, 그 속에 숨겨진 따뜻한 마음을 어른이 되어 다시 바라보면서 점점 순수함이 없어지는 제 자신을 반성해보게 됩니다. TV속 삐삐의 해맑은 웃음을 기억하며 우리 아이들도 지금 가지고 있는 그 순수함을 잊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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