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으로 시작하는 초등 인문학
오늘.최미선 지음, 이형진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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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라는 단어 자체는 초등학생 뿐만아니라 40대인 저에게 조차도 참 낯설고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단어이지요. 그런 인문학을 질문으로 시작하여 초등학생들에게 어떻게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을지 무척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책이었어요. 철학, 그것도 서양철학으로 주로 생각하게 하는 인문학, 동양철학속 인문학으로 생각하면 성인들과 고사성어, 어려운 한자로 연상되는 그러한 인문학을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인물을 통해 학습의 대상, 지식의 대상으로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고 이해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인문학 초보인 우리 아이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이 책은 좋은 인문학 안내서로서 멋진 친구가 되어주었네요.

철학, 미술, 역사, 음악, 언어학, 건축학, 문학, 고고학 분야의 공자, 밀레, 사마천, 베토벤, 세종, 가우디, 허균, 손보기를 만나보면서 인문학이란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삶의 요소를 알려주는 학문임을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책장을 한장 한장 넘겨가면서 위인들의 삶속에 숨겨진 인문학 이야기를 들여다 보기로 해요.

 

인문학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협의의 인문학으로 철학을 꼽을거에요. 철학은 인간과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니까요.

정치적으로 아주 혼란스러운 시기에 살았던 공자는 이 시기에 어떻게 하면 인간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 해결책으로 군주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람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면 사회가 평화로워지는 의 상태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철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인간이 존엄성을 지키며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사람들을 인도하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생각하도록 우리를 이끄는 것이므로 인문학이라 할 수 있어요.

 

생각과 마음을 보여 주는 미술도 인문학이에요.

밀레는 힘겨운 생활을 하면서도 돈이 되지 않고 사람들의 비판을 받는 가난한 농촌의 모습을 그려왔어요. 그림속에 숭고한 노동의 가치를 전하려고 했던거지요. 농부들이 땅을 일구고 생명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농부들의 정직한 노동의 대가가 형편없는 것을 보고 그림을 통해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전하고,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보듬어 주길 바랬던거에요.

이처럼 미술은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표현한 것으로 작품을 통해 나와 다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 나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더 생생하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니 인문학으로 불리우기에 충분합니다.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인 역사는 인문학에서 빠질수 없지요.

사마천은 직접 보고, 듣고, 느껴 보지 아니하고 쓴 역사서는 살아 있는 역사서가 아니라 생각했기에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했어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후세에 길이 남을 역사서를 쓰기로 한 사마천은 역사서를 위해 죽음 대신 수치스러운 궁형을 선택하고 머리로 이해하고,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 살아 있는 역사서인 [사기]를 완성했어요. 52만 6천5백 자로 이루어진 130권의 중국 고대사를 역사의식을 가지고 기록한 최초의 역사서를 탄생시켰던거에요. 당시에도 역사책은 있었지만 왕조 중심의 역사책이 아닌,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 바람직한 인간의 모습이 담긴 역사책을 만들고 싶었던 그의 열린 역사의식, 균형 잡힌 역사관의 결과물인 것이죠.

에드워드 카가 말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말처럼 과거를 돌아보아 잘못한 일은 반성하고, 현재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면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으므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고 인간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역사는 바로 인문학인 것입니다.

 

소리로 감동을 전하는 음악의 힘은 어떤 것일까요?

베토벤은 후원을 받는 왕이나 귀족의 요구에 따라 곡을 만들고 연주하는 요구에 응하고 싶지 않았어요. 사람의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곡을 쓰려고 했어요. 음악 속에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노여움 등 사람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지요. 귓병을 앓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운명을 이겨 내려고 노력한 베토벤은 음악 속에 사람의 삶과 감정을 담고, 자유와 평등이라는 사상을 담아내려고 했으며 하이든, 모짜르트의 영향에서 벗어나 개성적인 곡을 쓰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그는 음악을 통해 감동과 위로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었고  모든 사람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기를 희망했으며, 그 안에서 작은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도 전하고 싶었기에 귀가 들리지 않는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마음으로 음악을 느끼며 곡을 만들었던거에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음의 높낮이, 박자 등과 같은 일정한 법칙과 형식을 통해 소리로 나타내는 예술인 음악은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수백년 전의 음악가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 생각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힘이 있기에 인문학이라고 말할수 있겠네요.

 

인문학의 기초인 언어를 언급할 때 우리글 한글을 빼놓을수 없어요.

세종은 백성들이 문자를 알면 책을 통해 법과 도리를 배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면 백성들이 법을 몰라 죄를 짓는 일도, 또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억울하게 벌을 받는 일도 사라지게 될 거라고 믿었고 그것이야말로 조선이 진정으로 바로 서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어요. 양반들의 멸시와 천대에도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한글은 백성을 사랑한 세종의 마음이 훈민정음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일거에요.

인류의 발자취를 기록한 역사, 인간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철학,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문학 등 인문학의 기초가 되는 학문들은 언어가 있었기에 오늘날처럼 발달할 수 있었으므로 인문학이 언어에서 시작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어요.

 

생활에 필요한 공간을 만드는 건축학에도 인문학이 숨어있을까요?

가우디는 대대로 내려오는 건축양식보다는 전통과 원칙에서 벗어난 건축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신을 위한 건축에서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건축을 추구했지요. 특히 신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신에게 기도드리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한 성당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사람들이 성당에서 평온함을 느끼고, 진심을 담아 기도드릴 수 있도록 설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가 몇십 년 동안 지은 성가족 성당은 그런 그의 노력의 산물로 평범한 사람들의 정성과 건축가의 철학이 성당을 짓는 사람과 성당을 이용하는 사람 모두에게 전달되었을거에요.

건축은 한 시대의 예술과 문화가 모두 담긴 하나의 작품이므로 그것을 통해 그 건축물이 지어졌던 시대의 예술과 문화의 특징을 알 수 있어요. 신을 위한 건축에서 사람을 위한 건축으로 변하며 건물은 기능적으로 편리해야 하고 보기에도 아름다워야 하며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아늑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인문학의 정신이 가미되기 시작했어요. 왜 건축학이 인문학인지 알 수 있지 않나요?

 

다채로운 삶을 들여다보는 문학엔 인간의 삶이 숨어져있지요.

허균은 서얼이라 차별받고, 여자라 학문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고, 부역에 시달리고 보릿고개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돌볼 참된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을 따르는 친구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조선의 신분 제도와 관리들의 모순을 낱낱이 파헤치는 글을 쓰고 싶었고 백성들이 그 글을 읽고, 잘못된 세상에 맞서 나가길 바랬어요. 그 결실이 바로 한글로 쓰여진 홍길동전입니다. 당시엔 인정받지 못하고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선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신분 차별의 벽이 서서히 허물어져 간것은 시대를 앞서간 그의 문학정신 때문일거에요.

독자는 작가가 만든 작품 속 인물의 꿈과 희망, 아픔과 좌절을 함께 느끼며 다양한 삶의 모습과 가치를 이해할 수 있어요.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에 공감하며 작품을 읽다 보면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되고, 스스로 그 질문에 답을 하며 작가가 던진 주제를 깊이 생각하게 되지요. 그 질문과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이처럼 서로의 다름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이 인문학의 시작이므로 문학을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삶의 흔적을 확인하는 고고학에도 인문학이 숨어있어요.

일제시대 가짜 역사를 가르치는 일본의 속셈을 알아차린 손보기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우리 겨레의 오랜 역사와 고유함을 바로 가르치고 싶어 국사학과에 들어가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게 됩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전기 구석기 시대의 뗀석기를 통해 한반도에 일본보다 앞선 유물이 없다고 한 일본의 주장을 뒤집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역사를 바꾼 석장리 구석기 유물을 발굴하게 되지요. 후손에게 올바른 역사와 가치관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그분 덕분에 오늘날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를 배우게 되었네요. 어린이들이 구석기 시대를 알아야 하는 건 우리나라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손보기 선생님은 아이들이 옛사람들의 삶과 발자취를 정확하게 알고, 꼼꼼하게 따라가다 보면 바른 가치관을 지닌 어른으로 자랄 거라고 믿었고, 바른 가치관과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잘못된 역사는 반성하고 빛나는 역사는 널리 알릴 줄 아는, 생각이 뚜렷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랬어요.

손보기 선생님이 평생을 투자한 고고학은 역사적 사실을 알아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이 살아오면서 변한 것은 무엇이고,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탐구해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향, 삶의 가치를 알려주는 인문학 정신이 담겨져 있으니 인문학에서 빼놓을수 없겠네요.

 

어려운 철학자, 어려운 글귀가 가득 찬 인문학 책과 달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그들이 최선을 다했던 분야속 인문학적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간 그들의 삶과 함께 인문학을 이해하니 쉽고 재미있게 인문학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제목처럼 나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속에서 피어나는 인문학 정신을 생활속에서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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