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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사는 곳이 궁금해 ㅣ 그림책으로 만나는 지리 이야기 2
김향금 글, 서현 그림 / 열린어린이 / 2013년 6월
평점 :
예전에는 지식책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단 재미가 없고, 정보나 지식만을 전달하는 건 진정한 책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 책꽂이에 실용서들이 하나둘 꽂히기 시작했다. 신혼 무렵, 신랑 책이랑 내 책을 합쳐서 책꽂이에 정리했는데 자꾸 제목이 거슬려 책꽂이에서 빼내버리고 싶은 책들이 눈에 띄는 게 아닌가.
문학책만 주로 사던 나와 달리 신랑은 실용서들을 꽤 갖고 있었다. <록드럼주법완성>, <컴퓨터 길라잡이>, <중국어 회화>까지는 봐줄만 한데 <신나게 배우는 포켓볼>, <마라톤 완주>이런 책들은 계속 거슬렸다. 몇번이고 버리자고 했지만 웬만한 건 책을 보고 익히는 신랑은 손때 묻은 책들을 쉽게 버리려하지 않았다. 물론 내가 나중에 몰래 갖다 버리긴 했지만...
어느 날 친정언니한테 가스오븐레인지를 물려받게 되자 신랑은 “오븐이 있는데 활용을 해야지” 하더니 빵 만들기 책을 사왔다. 그 책이 닳도록 보며 빵을 만들어 여러 사람들과 고소한 빵맛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다가 나도 부드러운 천인형에 빠져 인형만들기 책을 사서 블로그와 책을 열심히 봐가며 제법 그럴싸한 인형(어디까지나 내 기준으로~)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도 입소문난 요리책, 화초 잘 키우는 책, 텃밭 가꾸기 책을 한권 두권 사들여 수시로 들여다 보았고. 물론 아직도 이야기책이 더 좋긴 하지만 세상살이에 그때 그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책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들 책이라고 다르겠는가. 아이들에게도 대부분 이야기책들을 골라 읽어주었더랬다. 지식책을 읽어주면 웬지 지루해할 거 같아서.
그러던 차 <소금이 온다>를 보게 됐다. 바닷물이 소금이 되어가는 과정을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이 참 컸다. 정감어린 그림도 좋았고. 바닷물이 마르면서 소금알갱이가 되고, 그것을 ‘소금꽃’이라고 부른다는 것, 소금꽃이 생기면 ‘소금이 온다’고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그 이후에 만난 몇 권의 지식책에서도 감탄과 감동이 이어졌고, 이제 좋은 지식책이 어디 없나 눈여겨보게 되었다.
얼마전 보게 된 <내 친구가 사는 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려주는 정보그림책이다.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귀엽고 야무져 보이는 꼬마아이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뛰어가고 있다. 친구집에 놀러가는 걸까?
그 꼬마아이가 대도시에 살고있는 윤이다. 윤이를 따라나서면 도시탐험도 하고, 윤이 친구 아름이가 사는 마을도 구경하고, 상우가 살고있는 소도시도 구경할 수 있다. 도시와 마을, 소도시에는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생겨났는지,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알려 준다. 윤이 따라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 보면 어른들은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고, 아이들은 호기심과 상상으로 즐거워진다. 책을 들여다볼수록 어쩐지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건 만화처럼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그림 덕분인 듯하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으니.
윤이와 형아가 들어선 대형쇼핑몰 안에도 볼거리가 무척 많다. 장난감가게 앞에서 눈물바람을 하고 있는 아이는 아마도 엄마한테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고 있나보다. 도시건물 아래 시설물들이 묻혀 있는 땅속을 들여다보면 바퀴벌레와 생쥐들 틈에 스파이더맨이 쿨쿨 자고 있고, 도둑들은 진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있다. 역시 아이들이 이 장면을 놓칠 리가 없다. “어! 스파이더맨이다. 왜 여기 있지?” “나도 모르지~왜 거기 있는지~”
아파트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도 다양하다. 누구는 화초에 물을 주고 있고, 어떤 가족은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대도시의 아침 출근길 풍경도 볼 만하다. 지하철을 향해 땀나게 뛰어가는 사람, 서서 졸고 있는 사람......아! 참 정겹다. 때로는 힘겨운 누군가의 일상이기도 한데 그림작가의 손을 거치니 참 재미있고 따뜻하다.
아이들과 한 장면씩 골라 숨은그림 찾기놀이를 해도 즐거울 거 같다. 또 책에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 주변을, 내 친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아도 좋겠다. 부모님이 어디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좋겠고.
책을 덮고 아이들에게 “너네는 어떤 곳에 살고 싶어?”했더니 “마당이 있는 집이요. 마당이 있으면 강아지랑 햄스터랑 동물들을 많이 키우고 싶어요.”“시골인데 아파트면 좋겠어요. 옆에 계곡도 있고, 산책로도 있고 미래형으로 지어진 집에 살고 싶어요.”
아~내가 살고싶은 곳도 바로 그런 곳인데...물론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이면 좋겠지만. 거기다 스무평 남짓한 텃밭도 있고, 좋은 이웃들이랑 삼삼오오 품앗이도 하면서. 하루는 인형만들기, 하루는 농사공부, 하루는 자연그리기......
어느새 커져버린 도시에 나도 끼여 살고 있지만 늘 마음속에 그린다. 윤이 친구 아름이가 사는 마을까지는 아니어도 상우가 살고 있는 곳 정도에서 추억을 쌓으며 살아가고 싶다고.
만화보다 재미있는 그림과 우리가 사는 곳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 참 잘 어우러진 책, 좋은 지식책 목록에 이 책도 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