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합리적 결정이라는 착각, 민족적 당위성이라는 그릇된 정열의 결말을 온몸으로 살아온 20세기의 후기 근대 사상가들은 계몽주의가 신뢰하기 그지없는 ‘이성’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지라르는 이성의 구조 자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인류학자이다. 우리는 정말 능동적으로 행위하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정합적으로 폭로하고 만 철학자. 지성에 대한 고발은 니체의 계보에서부터 이어지듯 ‘망치를 들고’ 해야만 하는 과업인 듯하다. 책은 르네 지라르와 그만큼이나 그의 사상을 속속들이 알고 정확히 질문하는 브누아 샹트르의 대담으로 이어진다. 국내 최고의 지라르 연구 전공자인 김진식 교수의 적절한 주석과 강해는 이해를 더욱 북돋아 주었다 (어렵지만 귀한 책을 나의 나라의 언어로 읽게 해 주어서 이곳에서나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아침밥만큼이나 뻔하고 흔한 ‘전쟁’이라는 것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다가올 미래이기에. 모방적 인류라는 그의 자신 있는 진단에서 예고된 파멸을 보아야만, 이 난국을 타개할 초인 같은 주체성을 비로소 회복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