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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美美
박선희 지음 / 북인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책의 표지를 보고 바로 내 취향이로구나 느꼈다.
<미미美美>는 여자아이의 이름일 거라 짐작했는데 단편을 읽어보니 아니었다. 성형외과 병원의 이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내용은 생략하지만 성형수술 과정의 상세한 묘사는 섬뜩하리만큼 생생하다. 다른 단편을 읽어갈 수록 이 작가는 존재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구나.
타인의 눈에 보여지는 존재의 의미, 인형처럼 눈 코 입을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영혼을 가진 인간이 아닌
상품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존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이힐’ 이라는 작품에서도 계속 그 부분이 강조되고 있었다. 광고카피가 중간중간 들어가면서 현대인들이 어디에 종속되어 있는가. 소비자인가, 상품인가. 나라는 존재는 어떤 대상물이 되고 있는가에 대한 작가의 치밀하고 집요한 시선이 읽혀졌다.
P81
"그의 이마를 찍은 황금색 하이힐을 만져본다. 여전히 매끄럽고 눈부시다. 끝부분이 약간 휘어진 뒷굽 끝의 쇠징이 반들반들하다. "
<미미美美>라는 표제작에 걸 맞는 탐미적인 문장과 구성이 돋보이고 특히 ‘김재이보고서’는 후반부의 반전이 기가 막히다. 반전이 알려지면 읽는 재미가 반감되므로 도저히 내용을 얘기할 수 없다.^^
아마도 김재이보고서란 부부간의 섹스 양태 등등을 다룬 그 유명한 “킨제이보고서‘를 뜻하는 것인가, 작가의 재치가 엿보였다.
작가가 존재에 대한 유려한 시선을 보여줬다면 공간에 대한 집중도 뛰어나다.
‘스틸하우스’ ‘모델하우스’ ‘중앙고시원’
이런 두 가지가 잘 믹스되어 빛나는 작품이라면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라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얼핏 보면 아주 단순한 서사로 읽히지만 뉴스의 멘트가 반어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 소설 속 풍경이 몹시 섬뜩한 것이다. 보일듯 말듯 일부분만 보이는 사물이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는 흐릿한 흑백사진 한 장으로 보인다.
다른 작품들은 대부분 주장이 선명한 반면 이 작품은 읽은 다음에 게름칙한 기분이 오래 남는다. 단순히 범인이 누군인가, 불쾌한 이웃의 간섭이라든가, 그런 불편한 설정 이상으로 끈끈한 분위기가 남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호한 주장이 곳곳에 숨어있는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작품이 단연 내 취향에 맞고 뛰어난 작품이라고 본다.
뒷부분의 해설은 작가의 메마른 시선을 강조했지만
내 보기에는 자본주의의 본질에 다가가려고 주인공과 여타의 장치들이 애써 건조함을 치장한 것이라 본다.
‘뉴스를...’ 읽어보면 인간들이 얼마나 외롭고 고단한 존재인지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작가가 그 부분에 관심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외로움을 근사하게 묘사하는, 현대인의 허무를 날렵하게 표현하는 작가 박선희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