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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기르는 법 1
김정연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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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야근했다. 
내일도 그럴 것이고.

집에 와보니 '혼자를 기르는 법'이 와 있다.





1.

나는 평소에 혼자 잘 지낸다. 혼자 있으면서도 더 혼자이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는 시간을 꽤 보내다보면 익숙해지고 더 익숙해지고 능숙해진다.

사실 나는 이 만화를 보기 전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혼자' 인지 궁금했다. 훔쳐보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공감'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고 싶지 않은데, 정말 그걸 느꼈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

"나의 힘듦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엔…
특별한 드라마가 있는 것도 아녀서 
위로받기도 힘들거야. 그러니까
투정은 나에게만…"
('안아봐' 부분.)

"내가 나로 사는 것이
왜 누군가에겐 상처일까요?"
('떠나보내야 할 때' 부분.)


2. 

나는 혼자 있는 것에 능숙해졌지만 '가장 혼자인 것'에는 가깝지 못했다. 혼자일때조차 나도 모르게 익혀온 규율과 규칙과 규제와 규 규 규........ 어쨌든 늘 무언가를 신경쓰고 있다. 시선이랄지, 상상 속 관찰자라든지, 하나님이라든지. 이런 의문에 대해 책 제목이 시원한 해답이 됐다.

<혼자를 기르는 법>이란 제목에서 동사 '기르다'를 쓰기 위해선 기르는 입장과 길러지는 입장이 동시에 필요하다. 내가 나를 지칭할 때 조차 나를 '부르는 나'가 있고, 나에게 '불리는 나'가 있다. 심지어 내 기억속엔 수많은 나들이 살고 있다. 나는 과거의 나를 평가하고, 현재의 나를 진단하며, 미래의 나를 예비한다. 

무언가를 기르는 것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잠깐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무언가를 기를 수 없다. 혼자를 기른다는 것은 내 전체의 삶 중에서도 혼자였던 시간의 연대기를 훑는 일이다. 그래서 <혼자를 기르는 법>을 가득 메우고 있는 혼잣말들은 주인공이 스스로 '혼자'라는 상태를 인지한 경험의 평균값이다. 


3.

나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기억하고 신경쓰고 있다는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수많은 나를 알고 있고, 나는 수많은 나에게 관찰되고 있다는 것. 만나는 사람마다 처하는 상황마다 각기 다른 나를 만들어내고, 그 와중에 중심에서 혼잣말을 소리치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 이시다는 이시다이시고, 김노랑은 김노랑이시라는 것. 


00-1.

만화경의 종이조각들은 끝없이 도형을 뒤집어 다른 형상을 만들어내지만 이는 반복된다. 혼자에 대해 생각하는 건 동어반복, 자기복제, 다중회귀를 동반한다. 그런데, 자꾸 이런 걸 정리하려고 할수록 억지스럽다. 그냥 온갖 긴장 다 풀고 만화책을 보면 세상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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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야근했다. 
내일도 그럴 것이고.

집에 와보니 '혼자를 기르는 법'이 와 있다.





1.

나는 평소에 혼자 잘 지낸다. 혼자 있으면서도 더 혼자이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는 시간을 꽤 보내다보면 익숙해지고 더 익숙해지고 능숙해진다.

사실 나는 이 만화를 보기 전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혼자' 인지 궁금했다. 훔쳐보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공감'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고 싶지 않은데, 정말 그걸 느꼈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

"나의 힘듦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엔…
특별한 드라마가 있는 것도 아녀서 
위로받기도 힘들거야. 그러니까
투정은 나에게만…"
('안아봐' 부분.)

"내가 나로 사는 것이
왜 누군가에겐 상처일까요?"
('떠나보내야 할 때' 부분.)


2. 

나는 혼자 있는 것에 능숙해졌지만 '가장 혼자인 것'에는 가깝지 못했다. 혼자일때조차 나도 모르게 익혀온 규율과 규칙과 규제와 규 규 규........ 어쨌든 늘 무언가를 신경쓰고 있다. 시선이랄지, 상상 속 관찰자라든지, 하나님이라든지. 이런 의문에 대해 책 제목이 시원한 해답이 됐다.

<혼자를 기르는 법>이란 제목에서 동사 '기르다'를 쓰기 위해선 기르는 입장과 길러지는 입장이 동시에 필요하다. 내가 나를 지칭할 때 조차 나를 '부르는 나'가 있고, 나에게 '불리는 나'가 있다. 심지어 내 기억속엔 수많은 나들이 살고 있다. 나는 과거의 나를 평가하고, 현재의 나를 진단하며, 미래의 나를 예비한다. 

무언가를 기르는 것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잠깐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무언가를 기를 수 었다. 혼자를 기른다는 것은 내 전체의 삶 중에서도 혼자였던 시간의 연대기를 훑는 일이다. 그래서 <혼자를 기르는 법>을 가득 메우고 있는 혼잣말들은 주인공이 스스로 '혼자'라는 상태를 인지한 경험의 평균값이다. 


3.

나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기억하고 신경쓰고 있다는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수많은 나를 알고 있고, 나는 수많은 나에게 관찰되고 있다는 것. 만나는 사람마다 처하는 상황마다 각기 다른 나를 만들어내고, 그 와중에 중심에서 혼잣말을 소리치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 이시다는 이시다이시고, 김노랑은 김노랑이시라는 것. 


00-1.

만화경의 종이조각들은 끝없이 도형을 뒤집어 다른 형상을 만들어내지만 이는 반복된다. 혼자에 대해 생각하는 건 동어반복, 자기복제, 다중회귀를 동반한다. 그런데, 자꾸 이런 걸 정리하려고 할수록 억지스럽다. 그냥 온갖 긴장 다 풀고 만화책을 보면 세상 편하다.



창비의 샘플북 제공으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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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지 않을 것 같은 것은 무섭다 몰살당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은 무섭다 -「공」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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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15.7.8 - 창간호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엮음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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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했던 잡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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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15.7.8 - 창간호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엮음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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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영감을 주는 잡지가 생겼다. 소설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적던 사람도 이 잡지를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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