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한글판 + 영어 + 프랑스어 텍스트) - 1943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동근 옮김 / 소와다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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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린왕자. 도서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독서 나눔으로 읽어 보게 되었다. 동화책, 영화로는 접해 보았지만 원작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내가 모르던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외로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줄거리와 같아서 조금 실망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실망도 잠시, 확실히 원작으로 읽으니 책의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고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어 몰입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 책에서 작가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저마다가 뜻하는 게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읽는 중간 중간 이 부분에서는 작가가 이것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그럴 때면 괜스레 뿌듯했다. 특히 어린왕자가 다른 소행성을 둘러볼 때 이러한 생각들이 들었다. 어린왕자는 왕, 우쭐꾼, 주정뱅이, 사업가, 점등원, 지리학자의 소행성을 방문했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기에 가장 기억에 남았다. 등장인물 저마다의 이야기가 너무 멀게 느껴지지 않아서 그랬다. 심지어 주정뱅이에게서는 나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주정뱅이는 어린왕자의 술을 왜 마시냐는 계속되는 물음에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서, 그 창피함을 잊으려고 술을 마신다고 하였다. 정말 한 마디로 모순적이 말이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대입해보면 폰만 보며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게 후회되어서 그 감정을 잊으려고 다시 폰으로 재미있는 걸 찾아보고 있는 것이 그런 경우였다. 이 또한 정말 모순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며 반성하게 되었다.

또한 인상 깊었던 행성은 점등원이 살고 있는 다섯 번째 행성이었다. 그곳은 1분에 한 바퀴가 돌기 때문에 점등원은 1분도 되지 않는 간격으로 등을 껐다 켰다 해야 했다. 점등원은 옛날에는 할 만했으나 지금은 비극이라고 했다. 해가 지날수록 세상은 점점 빨리 도는데 규칙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대사가 나는 참 기억에 남았다. 꼭 그 때의 사회의 모습이나 지금의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사회의 정책이나 학교는 변하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꼬집는 것 같았다. 작가가 그것을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들자 이야기가 조금은 더 다가왔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도 대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이렇게 6개의 행성을 모두 둘러보고 나서는 어린왕자의 생각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어린왕자가 점등원을 보며, 어처구니없어 보이지 않는 것은 이 사람 뿐이라면서 그것은 남을 위한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거라 한 부분이다. 나의 생각은 좀 달랐다. 나는 오히려 점등원이 주정뱅이 아저씨 다음으로 가장 어리석은 듯이 보였다. 왕과 우쭐꾼, 사업가, 지리학자는 어린왕자가 보기에는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을지라도 저마다의 일로 뿌듯해 했고 행복해 했다. 왕은 자신의 올바른 명령에 따르는 존재들을 보면서, 우쭐꾼은 자신이 받는 박수갈채를 통해서(그것에 집착하고 중독되어 있는 듯 했지만), 사업가는 자신이 아주 중요한 일을 한다는 생각과 별들이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착각일지라도)을 통해서, 지리학자는 지리책에 대한 자부심을 통해서 저마다 뿌듯함을 느끼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점등원은 그렇지 못했다. 자신의 처지가 비극이라며 불평만 하고 있었다. 바뀌지 않는, 그대로인 규칙으로 힘이 든다고 하면서 그 규칙을 바꿀 생각은 않고 한탄만 하고 있는 모습에 나는 그가 전혀 남을 위한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의 것에서 벗어나거나 바꾸려는 생각을 못하는, 그래서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주변 사람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인 것 같아서 가장 어리석어 보였다. 나와 어린왕자의 가치관의 차이였다. 나는 자신의 행복과 만족도, 가치를 1순위로 생각했고 어린왕자는 자신의 기준에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기준에서도 판단해보니 더욱 재미있게 읽혔다.

이 이외에도 나에게 !’하는 느낌을 들게 했던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어린왕자가 사막에서 만난 꽃이 한 이야기이다. 꽃은 어린왕자가 사람들은 어디 있냐고 묻는 물음에 몇 해 전에 봤는데 바람에 날려가서 어디 갔는지는 모른다며 사람들은 뿌리가 없어서 고달플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정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인 내가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꽃이 뿌리가 있어서 답답할 것 같은데 꽃은 저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정말 꽃이 보기에는 늘 이리 저리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 고달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꼭 꽃이 아니더라도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리저리 치인 어른들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또한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지만 미래에 다시 읽으면 또 다르게 생각할 것 같았다. 두 번째는 어린왕자가 자신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꽃을 가졌기에 부자인 줄 알았는데 지구의 수많은 똑같은 장미꽃을 보고 아니라고 생각하며 펑펑 우는 장면이다. 나도 언젠가, 아니 곧 어린왕자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순간이 올 것 같다. 지금의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지금도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비교가 되어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 말이다. 그 감정을 어린왕자가 느끼고 있는 듯했다. 갑자기 어린왕자가 되게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또 함께 들었던 생각은 어린왕자는 자신의 장미꽃이 왜 소중한지 깨닫고 자신의 그 장미꽃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말은 우리도 어린왕자와 같은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언젠가는 비교하기 보다는 저마다의 가치를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계속 책을 읽으며 작가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첫 번째는 지구를 소개할 때 백열한 명이나 되는 왕(흑인 나라 왕도 포함된다는 걸 잊지 말도록)이 있고라고 한 부분이다. 당연히 흑인 나라 왕도 포함을 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 흑인 나라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찝찝했다. 시대적 상황이 흑인과 여성을 무시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뭔가 찜찜한 건 할 수 없었다. 두 번째는 어른을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어른들이 그렇지라던가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라고 하는 말들이 너무 많았다. 누구나 어른이 되고, 이미 많은 사람이 어른이고, 그렇지 않은 어른들도 많은데 어른을 그렇게 단정지어 버리는 게 싫었다. 바뀔 수 있는 기회를 막아버리는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세 번째는 어린왕자가 자신이 장미꽃을 길들였기 때문에 장미꽃이 소중하다는 여우의 말을 깨닫고 지구의 장미꽃들에게 가서 너희는 예쁘지만 텅 비었다며 이야기 하는 것 부분이다. 자신의 장미꽃이 소중하다면 지구 장미꽃들의 저마다의 삶도 저마다의 가치가 있고 소중한 것인데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렇게 조금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작가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바로 등장인물의 대사들에서였다. 내가 느끼기에 등장인물의 말들이 참 예뻤다. 여우의 네가 만약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라는 말, 어린왕자의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에 별들이 아름다운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겨뒀기 때문이야.”라는 말, 남자의 어린왕자를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또 나에게는, 어딘지도 모르는 어딘가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양 한 마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꽃 한 송이를,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에 따라 온 우주가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다.”라는 말이 그랬다. 이러한 말들이 솔직히 모두 이해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확실히 그냥 유명한 대사라고 들었을 때나, 영화로 보았을 때보다는 더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다가왔던 것이다. 특히 그 순간순간의 어린왕자의 상황이나 여우, 남자의 상황이 무언가 슬펐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어린왕자와 남자가 헤어지는 부분에서는 울컥하기까지 했다.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장미꽃과 우물을 만들어 준 관계의 마지막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이 읽는 내내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내가 기대한 반전은 없었지만 오히려 잔잔해서 더욱 여운이 남는 책이다. 이 책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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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으로 처음 읽어보게 된 어린왕자입니다. 책 디자인도 예쁘고 무엇보다도 가볍고 작아서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왕자라고 하면 마냥 어려운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현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해서 더욱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대사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답고 왜인지 서글픈 느낌을 주어 기억에 남았습니다. 정말 몇 년 후에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그 때 읽으면 또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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