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견 해결편이 매우 충격적인 소설이었다. 그런데 이 중에 내가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이방인의 관점에서 본 범인인 레이 모튼이다. '기적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전제로 하지만, 신자들이 일종의 집단 환각에 놓여 있어서 상처도 병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는 풀이였다. 그렇다면 신자인 레이 모튼 교장은 어떻게 자신이 아직도 신자가 되기 전처럼 성인보다 현저히 작은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감옥 환풍구에 일단 들어가 보면서 깨달은 것일까? 하지만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프랭클린의 하반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래야 프랭클린의 하반신에 사체의 상·하반신을 차례로 넣고 이동시킬 수 있다. 하지만 기적이 존재하든 말든 신자들은 프랭클린의 하반신이 존재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레이 모튼은 "짐 조든님은 저의 단 하나뿐인 신입니다."라고 말하고는 독배를 단숨에 마신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신자들이 보는 환각을 보지 않고, 신자들이 믿는 기적을 의심했다고는 믿기 어렵다. 공동묘지로 들어갈 때는 자신이 어른으로 보인다는 것을 당연하게 활용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연히 프랭클린의 하반신이 만져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을 수도 있으니 설명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또 내가 제대로 읽지 않은 부분이 있거나 이해력이 부족해서 느끼는 문제일 수도 있다.(사건의 전말이 워낙 여러 번 뒤집혔으니) 그래도 소설 속에서 이런 문제를 한 번쯤 짚고 넘어가 주었으면 나 같은 독자에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