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72세의 수평마을에서울에서 온 혜진과 성진이 이사를 옵니다.이름을 구분해 부르기 어려웠던 어르신들은둘을 묶어 ‘찌니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는데요.혜진과 성진, 그래서 찌니들.애칭부터 너무 귀엽지 않나요. 😂하지만 어느 날 마을회관에 ‘찌니주의보’가 내려집니다.찌니들이 ‘여자끼리 좋아하는 사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거예요.당장 쫓아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정작 ‘레지’가 무슨 뜻인지 몰라 회의는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좋응게 항꾼에 살제. 싫으먼 암만 같은 여자라도 항꾼에 살겄소?”어르신들의 질문은 무례해서 당황스럽다가도 너무 솔직해서 웃음이 납니다.더 웃긴 건 행동이에요.쫓아내야 한다고 수군거리면서도찌니들 집 문고리에는 시래깃국과 가지나물이 걸리고,낯 뜨거운 질문을 던지고 돌아서서는 갓 부친 호박전을 손에 쥐여줍니다.자신들을 싫어하는 건지 챙기는 건지.찌니들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서울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수평마을까지 내려온 두 사람과평생 이 마을에서 살아온 평균 연령 72세의 어르신들.서로를 완전히 이해해서 가까워지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끝까지 자기 방식대로 말하고, 오해하고, 때로는 선을 넘습니다.그런데 누군가 곤경에 빠지면 또 그냥 지나치지는 못해요.“암만 미와도 쩌겠냐.물에 빠진 놈 일단 건져는 놓고 봐야제.”미워도 밥은 먹이고, 이해하지 못해도 손부터 내미는 사람들.그래서 《찌니주의보》를 읽으며 자꾸 웃다가도어느 순간 이 별난 수평마을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완전히 이해해야만 함께 살 수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때로는 문고리에 걸어둔 반찬 한 봉지가백 마디 말보다 먼저 마음에 닿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