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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일기
소피 퓌자스.니콜라 말레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평점 :
제목부터 확 당기는 책이었다. 유치원 때 그림일기부터 시작된 내 일기는 아직 이어져 오고 있다. 손으로 쓰기도 하고 키보드로 쓰기도 한다. 일기 쓰기 싫던 한 시절이 통째로 없기도 하지만 여전히 쓰고 있다. 그런 내게 <내면 일기>는 얼마나 유혹적인 제목인가.
처음에는 순서대로 읽다가 잘 모르는 이들의 일기는 어쩐지 흥미가 자꾸 떨어져 순서와 상관없이 내가 아는 이들의 일기부터 읽기 시작했다. 역시 그렇게 읽으니 흥미로웠다. 특히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는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녀의 고통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일기였기 때문이다.
나도 주로 내 고통에 관해 글을 쓴다. 나를 달래기 위해서다. 수많은 전문가가 마음이 힘들 때 일기 쓰기를 권한다. 그만큼 자신의 아픔과 괴로움을 덜어내는 데 일기가 큰 역할을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일기를 붙잡는다. 그 안은 어떻게든 삶을 잡아보겠다는 의지가, 발버둥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에서도 그 비슷한 것들을 보았다. 사두고 몇 페이지 읽지 않은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를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상 예찬에 관해 쓴 일기들도 좋았다. 일상의 풍경들, 만나는 사람들, 단상들을 적은 일기들이 좋다. 나는 작가들의 그런 일기를 담은 책을 사는 걸 좋아한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위로를 얻고 안심한다. 그래서 나도 그런 일기를 쓰고 모으고 싶다.
일기의 원본이 수록되어 있어 마치 전시회를 감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모두의 일기가 내용만큼이나 다르고 특별하다. 글씨체, 사용한 노트가 다 다르고, 기록의 형식이 모두 달라 하나의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실제로 자서전을 위한 협회에서 프랑스어권의 개인 일기를 한자리에 펼쳐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고 한다.
훗날 나는 죽기 전에 내 일기를 전부 없애버릴 것이다. 왠지 부끄러운 글이 그 안에 너무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만약 내 일기가 100년 후에 읽힌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는 했다. 역시 안 될 일이었다. 오늘부터는 조금 덜 부끄러울 일기를 써볼까? 했는데 그건 일기가 아니지 않은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오늘 밤에도 일기를 써야지 다짐한다.
* 도서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