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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 작은책 스타가 바라본 세상 ㅣ 철수와영희 강연집 모음 1
하종강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0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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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p241 하종강씨의 강연 내용 중에서 ‘전교조 선생님들에 관한 기억'
.... 그 분은 처음에 야간 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답니다. 혹시 야간고등학교 나오신 분 계시더라도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마세요. 수업 시간에 들어갔더니 학생 한 녀석이 책상 위에 종잇장 하나 연필 하나 안 꺼내 놓고 양쪽 주머니에 손 넣은 채 삐딱하게 거의 누워 있는 자세로 앉아 있더랍니다. "책 어쨌냐?"고 물으니 "친구들 다 빌려 줬어요"하고 답하더랍니다. "가서 찾아와" 하니까 "오늘 아무도 안 나왔다니까요"하고 학생 녀석이 신경질을 내는데, 자기도 모르게 벌컥 주먹이 나오더래요. "지금 선생님을 놀려? 가지고 놀아?"하면서 두드려 팼답니다. 나중에 생각하니까 조금 미안하더랍니다. 그 반 담임선생님한데 이야기하니까 "아, 그놈 또 사고쳤군요" 하시더랍니다. 그 학생은 매일 일 저지르고 매 맞는 게 일인, 소문난 꼴통이었던 거지요.
그날 밤 9시 40분에 수업이 끝나고, 그 학생 데리고 생맥주 집에 갔대요. 500cc 한 잔씩 앞에 놓고 "아까 너무 심하게 때려서 미안하다. 나도 젊어서 혈기를 못 참았다. 사실 너랑 나랑 나이 차이 몇 살 안나잖아. 여기서 마시고, 다 풀어 버리자." 학생 녀석이 500cc를 단숨에 들이키더니, 하는 말이 "저는요 어릴 때부터요. 집에서는 부모님한데, 길에서는 선배들한데, 학교에서는 선생님한데 그냥 매 맞는 게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동안 나를 때린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요, '미안하다'고 말한 사람은 선생님밖에 없었어요.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요. 저한데 미안하다고 말해준 사람은 선생님이 처음이었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해 가지고 그러더랍니다. 그 뒤부터 그 학생이랑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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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는 작은책 12주년 기념 강연회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
6명의 (박준성, 안건모, 이임하, 홍세화, 정태인, 하종강) 강의 내용을 옮긴 책인데,얘기를 듣는 것처럼 술술 잘 읽힌다.
우리 사회 우리 학교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아니, 저렇게 맞는 일은 흔하다는 것이다, 선생에게 사과받는 일은 당연 드믄 일이고.
이 장면을 읽을 때 <억울함> 이 세 글자가 떠올랐다.
나는 내가 제일 견디지 못하는 감정이 <억울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할 때, 부당한 대접을 받을 때, 나의 어떤 것이 왜곡돼 알려질 때... 대단히 분노하는 성격이다. <억울하다>는 감정은 나를 분노케하고, 날카롭게 하고, 절망하게 만든다.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나는 내 감정에 휘둘려, 더욱 주관적으로 사고하고, 나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지 못하다보니, 억울하다는 생각은 더 강렬해지고, 분노는 더 커진다. 결국 정말 내가 억울한 상황에 놓인 건지, 남들은 다 아는 내 문제를 나만 보지 못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분간하지 못하는... 그런 나쁜 상태.
책에 나온 꼴통 녀석, 정말 억울했겠다. 만약 저 선생님마저도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았다면, 평생 억울했겠다. 억울함에 찌든 저 꼴통은 정말 사회적으로 문제아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난 어쩌다 <억울함>이란 감정에 그렇게 민감해 졌나. 누가 내 뒷소리를 했다, 그게 사실관계와 다르다.. 이런 상황을 왜 웃으며 넘길 수 없을까.
내 의견이 무시되는데, 나는 내가 잘못 판단했다는 걸 수긍할 수 없다... 이럴 때 왜 나는, 내가 뭘 잘못 생각했을까를 찾아내는 것보다, 타인이 뭘 잘못 판단하고 있냐를 찾아내는 데 열중하는 걸까 ...
내게도 저 꼴통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야 할 때 듣지 못한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있는 것일까..
하여튼... 이런 나의 성격은... 나의 발전을 저해한다. 내가 더 풍요로운 인격으로 성장하는 걸 더디게 한다. 그래서... 왜 그런지, 어떤 사고 전환이 필요한지... 열심히 열심히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