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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더 이상 대학생들은 선동열 방어율 학점, 쌍권총을 차고도 졸업할 수 있고, 대기업에 취직할 수 없다. 캠퍼스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낭만을 논할 수 없다.
졸업하자마자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고, 비정규직을 전전해야 하는 20대.
이들에게 무슨 이름을 붙일 것인가?
저자들은 이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막장세대’라는 말이 어울리지만 차마 20대에서 그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고. 마침 눈에 들어온 것이 비정규직으로 대학원생들을 모집하는 국회의 공고였다. 기껏 ‘월급 90만원’을 제시하면서, “통계에 능하고 정책 마인드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나. 통계 전문가가 정책 마인드까지 있다면 그야말로 최상급 전문가인데, 기껏 90만원을 받는다니.
그렇게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탄생했다.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의 평균 월급 119만원에다 20대의 임금 비율인 74%를 곱해서, 숫자를 뽑아보니 딱 88만원이였던 것.
저자는 프랑스 68혁명 세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1960년대 중반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에 매혹되었던 고등학생들. 그들은 1968년 프랑스 사회를 온통 뒤흔들었고 그 결과, 동거의 권리와 대학 국유화ㆍ평준화를 쟁취했다.
이렇게 동거와 함께 삶을 시작한 당시의 여학생 중 한 명이, 바로 프랑스의 사회당 대통령 후보로 혜성과 같이 등장한, 세골렌 루아얄이다.
동거의 자유가 없는 우리의 10대, 동거는 커녕 섹스의 자유도 없는 우리의 10대와 프랑스 68혁명 세대를 비교하고 있다.
책에는 또 갖가지 통계와 사례들이 나온다.
국민소득 대비 가장 비싼 등록금을 물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고등교육 국가 지원액이 OECD 평균 1042만원이라면 우리나라는 90만원이다.
각 국의 최저임금 비교표도 나온다. 역시 우리나라가 가장 최하위다. 2003년 한국이 2510원일 때, 프랑스는 10,101원이었고, 일본은 7,238원이었다. 물론 15000원을 넘는 노르웨이, 14000원을 넘는 독일도 있다.
이런 현실로 우리 20대는 내 몰린다.
저자가 제시하는 청소년 일자리 해법은 1) 전국민적으로 청소년 노동의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적극적이고 폭넓게 펼쳐 나가면서 시간당 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점차 높여나가고, 이에 대한 고용주의 손실액에 대해 일정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사회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 2) 스위스나 스웨덴 방식을 도입해서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청소년들의 일자리를 늘려나가면서 임금 기준에 대한 사회적 경쟁을 만들어내는 방법
현재 신자유주의 시대는 승자독식의 세계, 한미FTA 체제 등으로 불릴 수 있다. 신자유주의 흐름은 “죽을 사람은 내버려두고 일단 살 사람이라도 살자”는 이데올로기다. UN환경계획에 나오는 문구 “자연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서 빌려온 것이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들은,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의 가능성을 뺏고 있지 않은 지 물음을 던진다.
386세대는 책을 가장 많이 읽을 수 있었던 세대였고, 쌍권총을 차고도 대기업에 들어가고, 젊은 나이에 자기 세대 대표들을 국회로도 보냈던 세대인데,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어서 지금 20대에게 무슨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1318 마케팅에 대한 비판도 진지하다.
자체적 경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13세에서 18세까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 10대의 정신세계만 황폐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로 10대들의 다양한 감수성이 생겨날 수 있는 공간을 ‘과시적 소비’로 채워버렸다고 비판한다. 10대들은 그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구매력을 빼먹기에 가장 쉬운 매개물이고, 마케팅의 주체들은 그런 눈으로만 10대를 바라본다는 것. 경제학에서는 ‘인질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20대여,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는 책 표지의 문구를 책임지고 싶었던지, 저자는 몇 가지 제안을 던진다.
앞서 말한 20대 일자리에 대한 제언, 비정규직에 대한 제언도 외국 사례 몇 가지를 들며 고민을 던진다. 실업교육의 강화, 평생교육 체계, 지역고용 확대(스위스, 프랑스), 일자리 나누기(스웨덴 볼보사) 등이 언급되고 있다. 책은 약간의 힌트를 주고 있는 수준일 뿐 이에 대한 연구서는 아니다. 책 후반부에 나오는 중소기업 살리기도 비슷한 수준이다.
하여 경제학서적이라기엔 가벼운 듯한 교양서적이다.
그래도 20대에 대한 애정, 배틀로열 게임을 연상시키는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야겠다는 진정성이 깃든 책이다.
*책에서 알게 된 상식들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제학 : 아리스토텔레스가 작성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노예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간은 3년. 3년 동안 등골 빠지게 일 시켜 죽게 만드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계산이다.
스위스 네슬레 : 스위스에서 네슬레는 인간의 얼굴을 한 국민기업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제3세계에서는 무서운 기업으로 돌변한다. 실제로 가난한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분유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대선에 당선되었던 칠레의 아옌데 정부를 전복시키는 국제적인 세력 중에 분유 판매가 줄어들 것을 염려한 네슬레 기업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