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우리문고 11
박정애 지음 / 우리교육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작가 인사글부터 심상치  않았다. 새벽 2시가 다 돼 가기에 조금만 보다 자야지 생각하고 잡았던 책. 침대에 누워 보다가 벌떡 앉아서... 결국 다 보고 잤다.
본문에 앞서  작가는 생활고를 못이겨 자살한 평택 지역 여중생의 유서 한 구절을 인용해놓고 있다.  '차라리 고아로 태어났으면 좋았을걸... 차라리 거리의 풀 한 포기로 태어났으면 좋으련만..'
차라리 풀 한 포기, 차라리 모래 한 줌이길 원했던 그 아이의 절망이 얼마만큼이었을까.... 본문을 읽기도 전에 가슴이 먹먹해왔다.
소설인지 실제인지 헷갈렸던 작가 인사글... 등록금을 못내 매일 망신을 당하고, 거리를 헤매며 길거리에 떨어진 돈을 찾아대는 작가의 어린시절이 소설처럼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작가는 말했다. 죽음보다 혹독한 시련도 결국 다 '지나간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운명에 지지 마라고, 희망을 놓지말라고, 자기를 잃지 마라고...
 
<환절기>에는 성장소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맞다. 가난한 소녀들의 성장소설.
그런데 <성장소설>보다 더 앞에 붙어야 할 수식어는 <여성소설>이다.
박정애의 소설 <물의 말>을 몇 년 전에 읽고, 두 번째로 읽은 게 이 <환절기>인데... 두 권밖에 안 읽고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박정애처럼 이 땅의 여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가 있으랴 싶다.
일제 시대 일본군 위안부로 갔다 오신 두 할머니- 봉선 할머니와 애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이 땅 역사에서 여성이 어떤 존재였는지, 모성이라는 게 뭔지, 산다는 게 뭔지, 또... 뭐든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80여년을 살아내면서, 일제시대부터 21세기를 겪어냈던, 죽음같은 절망의 고비를 몇 번이고 넘어서 왔던 그 분들을 마주하고 있으니... 감히 '삶'이란 제목의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수경이도 살 것이다. 고등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어린 수향이를 키워야 하고, 뭐든 제 힘으로 살아나가야 하는 수경이. 수경이도 몇 번씩 '차라리 거리의 풀 한 포기로 태어났으면 좋으련만...'이라고 통곡할 순간을 맞겠지만... 수경이가 있어 살 수 있었다고, 수경이가 생긴 이후로는 길에 풀 한 포기에도 모래 한 줌에도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는 애기 할머니가 있었기에.... 할머니들의 삶을 다 알려준 봉선 할머니의 편지를 간직하고 있기에... 수경이는 살 수 있을 것이다. 
할머니들이 수경이에게 그랬듯이, 수경이는 수향이를 키우며 자신이 살아갈 힘도 키울 것이다.
 
하... 리뷰를 쓰기가 참 어렵다. 이 책은..
느낌은 있는데... 적당한 표현을 찾을 수 없다.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박정애의 소설을 모조리 읽고 싶다는 욕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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