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전부였던 가족에게 난 어떤 존재였을까요

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이 책의 주인공은 한 평범한 주부입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의 모든 엄마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세상의 모든 딸들, 그리고 남편들께 이 책을 가장 먼저 추천 해 드리고 싶습니다.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또한 다른 사람들이 보더라도 가정에 충실하다고 생각되었던 사람이 나의 행동이 정말 맞았을까 다른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게 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타에코의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들을 읽고 느끼면서, 적어도 가정에서 꼭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게 되고 실천하게 될 것입니다.

그다지 잘 나지도 못 나지도 않은 평범한 가정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기에, 읽다보면 몇 페이지도 지나지 않아 어느 새 실제 우리의 가정이 떠오르고, 소설 속 인물들에 우리 가족들을 대입시키고 있는 자신을 발견 할 것입니다. 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소설이 가져다 주는 다양한 사건들의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는 아주 섬세하게 묘사하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동정심을 유발하려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으면서 저절로 상황과 배경이 떠오르며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살아 온 환경들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작가의 타고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타에코와 엮어 져 있는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 그리고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인간관계란 무엇인지 생각 해 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었던 사람의 나이, 성별, 직업에 대한 편견들을 깨닫게 되었고,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