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지갯빛 코카서스 - 코카서스 3국 7인 7색 원정기
이재혁 외 6인 지음 / 은누리 / 2025년 3월
평점 :
코카서스!
옛날 세계사 시간에 배운 얄팍한 지식을 더듬어 본다. 러시아가 부동항 흑해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야 하는 험준한 산맥(?), 그 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스포츠 중계나 뉴스에서 간혹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 국가명을 들어본 적이 있을 뿐이다.
『무지갯빛 코카서스』 책자 표지디자인은 동화 속의 성채와 같은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이내 코가서스 3국의 역사문화에 대한 궁금증이 발동하여 재빨리 펼쳐 본다. 세 국가의 근현대사 10대 사건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수천 년간 역사문화의 독자성을 유지하려고 애면글면 애쓰는 모습이 우리와 너무나 닮아있다. 은근과 끈기를 상징하는 무궁화꽃을 그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진다. “수천 년 굴곡진 역사 속에 눈물과 희망으로 버텨 오늘에 다다른 위대한 당신의 조국에게”라는 코멘트와 함께..
<코카서스 3국과 실크로드>, <현지 가이드와 7문 7답>, <여행 기획자와의 대담> 등의 코너는 다른 기행문에는 거의 볼 수 없는 참신하고도 독특한 편집이다. 여행 코스는 세계사의 또 다른 현장 수업이며, 현장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문학 스토리텔링이라는 생각에 한나절만에 모두 읽었다.
책을 덮었지만, 책 속의 내용은 긴 여운을 남기고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다시 지나갔다. 바쿠에 있는 불의 사원 ‘아테쉬가흐’, 땅속에서 솟아나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에 대해 고대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고부스탄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선사시대 암각화 단지, 바위그림은 카스피해의 해수면 변동에 따라 수천 년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객실이 3백 개나 되는 옛 실크로드 상인들의 고급 숙소 겸 물류창고인 세키의 ‘카라반 사라이’는 사막을 횡단하는 고대 상인들의 생활상을 얼마나 이야기해 주고 있을까? 수많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도 속의 아르메니아를 찬찬히 그려본다.
보기만 해도 갑갑하다. 국토와 면한 바다는 아예 없고, 튀르키예, 이란과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영토를 동서로 분리시키며, 그 가운데로 국토가 길게 뻗어져 있다. 지정학적인 위치는 숱한 사연과 역사적 분쟁을 토해내고 있다.
염려는 애석하게도 현실이 되었다. 아르메니아는 1915~1923년에 터키에 2백만 명의 동족이 학살당한 ‘제노사이드’의 비극을 겪었다. 터키 마을이 보이는 국경지역 아라라트 지방에 있는 코르비랍 수도원은 이 슬픈 역사를 얼마나 간직하고 있을까?
수도 예레반에서 24km 거리에 있는 주상절리.. 사진으로 보니 팽이버섯 같기도 하고, 주렁주렁 매달린 육각형 성냥개비 모양을 한 돌기둥이다. 여행자들이 코카서스 중 제일이라고 손꼽는 명소다. 이 ‘돌의 교향악’이 아르메니아의 역사적 슬픔을 조금이라도 씻어낼 수 있으려나..
『무지갯빛 코카서스』 는 코카서스인이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종교적인 힘과 이를 담고 있는 문화유산을 7인 7색의 다채로운 시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바쿠의 ‘불의 사원’, 조지아 고리의 ‘암석도시’, 므츠헤타의 ‘살아있는 기둥의 성당’, 게하르트 ‘동굴수도원’과 ‘가즈니 신전’ 등 코카서스의 정신이 깃든 곳.. 지금이라도 당장 가고픈 성스러운 장소..
지구상 어느 국가 할 것 없이 저마다의 문화적 독창성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코카서스 3국은 외세에 시달리면서도 흡수되지 않고, 이질적인 문화와의 융합을 통해 문화적 독자성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한반도의 수천 년 역사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동병상련을 느낀다.
코카서스 3국! 당신들의 미래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