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죽음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ㅣ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1
막스 갈로 지음, 이재형 옮김 / 예담 / 2007년 5월

 
누구나 꿈 꾸는 자유라는 거대한 이름, 자유를 꿈 꾸는 사람의 이야기가 바로 이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이라는 책의 내용이다. 로마인이 아니면 모두가 노예로 취급받던 때, 스파르타쿠스는 과감히 그 로마의 법에 거역하며 도전장을 내민다. 스파르타쿠스의 아내이자 여사제인 아폴로니아는 디오니소스 신의 계시라 말했고, 운명이라 이름 지어줬다. 그리고 유대인이자 조언자인 자이르는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스파르타쿠스는 신의 뜻에 따르 듯 모든 것을 순리라고 여기 듯 움직이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런 그의 앞에 갈로텍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는 점차 각성하게 된다. 신의 뜻도, 운명도 아닌 그저 자유를 갈망하는 한 인간일 뿐이라고. 그저 자유로운, 자유민으로서 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스파르타쿠스를 읽는 내내 영화 '글래디에이터'가 생각이 났다.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막시 무스 는 배신에 의해 장군에서 노예인 검투사가 된다. 그리고 스파르타쿠스는 역시 노예인 검투사의 직업에서 벗어나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어쩐지 막시무스와 스파르타쿠스는 비슷한 느낌을 준다. 로마 시대의 특별한 직업, 검투사가 둘 다 등장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복수라는 개념이 생각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스파르타쿠스는 자유롭게 죽기 위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죽음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그의 최후가 죽음일지 그는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빠져나갈 방편을 마련하려고 애썼고, 그것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최후에 남겨진 것이 죽음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피하지 않았다. 그 죽음이야말로 자신이 원해서 맞는, 자유로운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염려했던 단 한 가지는, 자신이 이렇게 살았고 이렇게 자유를 갈망해서 죽었다는 것을 남기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기억되고자 했다. 그래서 기록을 원했다.

다행히 스파르타쿠스는 기억되었고, 기록되었다. 그의 일대기가 100% 정확하지 않더라도, 전해져 내려오기는 한다. 그는 역사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럼으로써 그는 자신의 두 가지 갈망을 다 충족한 셈이었다. 자유와 기억. 그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꿈 꾸는 그 것을 스파르타쿠스는 이미 다 이룬 것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매우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정한 틀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직관하고 그것을 실천하다가 죽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기억도 남겼다.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자유로운 죽음 못지 않은 위력이 있다. 기억되는 자는 죽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처음에는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 내용때문에 며칠을 고전했고, 그 다음에는 너무 헐렁해 보이는 내용 때문에 고전해야 했다. 생각보다 책의 내용이 그 주인공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전반적인 내용과 스파르타쿠스가 가진 의의가 크다고 느껴지는데 정작 깊숙히 파본 내용은 그에 못 미친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