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날카로운 아이디어는 뭉툭한 일상에서 나온다.”

책표지에 적힌 문구이다. 날카로운 아이디어는 뭉툭한 일상에서 나온다라! 문득 뾰족한 연필보다 뭉툭한 연필이 더 잘 다듬어진 글을 내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뾰족한 연필은 마치 하이힐을 신은 것처럼 위태하지만 뭉툭한 연필은 편안한 운동화처럼 내 몸에 딱 맞는 내 정서를 보여주는 친근한 글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장 차례에서 시작되는 에필로그부터 각장의 모습 모습이 다 좋았다. 무심하게 던지는 듯한, 시크하게 드러낸 사진들 또한 정겨웠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선 순간 성별을 혼동했지만 나중에 알고 나서 그 점도 재밌었다. 즉, 착각했던 그 순간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즐거웠다.


에필로그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자신의 기억의 영역이 그리 넓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는 작가가 정말 인간적이고 솔직해 보였다. 어쩌면 자신의 큰 콤플렉스였을텐데 이렇게 밝힌다는 것이 대단해보였다.


책중, 작가의 6개국어 정복기 장을 살펴보면, 결국 정복한 언어는 없었지만 끊임없이 배우고자 했던 열망에 작은 박수갈채를 보낸다.


광고를 직업으로 가진 작가는 끊임없이 배우는 일을 행해야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배우고 있고 앞으로도 배워나가는 이 직업을 업으로 살아갈 것이라 말한다.


작가의 병뚜껑을 수집하는 일화도 재밌었다. 전세계를 여행하며 전세계의 맥주 뚜껑을 수집하고 있었다. 병뚜껑마다 간단한 날짜 등을 기록하고 지인들에게도 말해서 다양한 병뚜껑을 모으고 있었다. 이 같은 취미를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라 작가는 말한다.


<<존재의 시간>>이라는 책의 한 구절을 본문중에 올려놨는데 이런책도 있나 싶을 정도로 전혀 내용의 감이 안잡히는 글이었다. 진짜 작가의 말대로 읽으라고 쓴 책이 아닌게 맞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작가의 말을 모든 독서는 기본적으로 오독이지 않나 말한다. 이에 동의하는 바이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들 다른데 같은 책을 읽어도 저마다 다른 의견과 생각을 가지지 않는가!


이외에도 책속에서 언급하고픈 구문이나 구절이 많지만 나도 기억의 한계가 있는지라 그만 접고자 한다. 오랜만에 일상의 즐거움을 한껏 마시고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게 해준 책인것 같다.


p. 본문중에

쓴다는 것은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 중의 하나이다. 생각을 시작했다. 가벼운 노트 하나와 연필을 늘 가방에 넣고 다녔다. 오랫동안 중단했던 생각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듣고, 사진들을 들추어 보았다.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노트를 꺼내서 끄적이는 순간이 많아졌다. 잡지를 보다가도 갑자기 노트를 꺼냈다. 생각의 공장이 다시 가동된 것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상하게도, 우울하지 않았다. 슬프지 않았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을 다시 손에 쥐게 되었다. 결국 잘 쓰기 위해 좋은 토양을 가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쓰다’와 ‘살다’는 내게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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