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을 건너는 8가지 이야기 - 정유정, 박범신, 이기호, 김별아, 박형서, 고정욱, 함정임, 김홍신, 그들의 스무 살을 만나다
정윤희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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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을 지나와 20대를 마감하는 언저리에 서 있는 지금, 지나온 20살을 돌아보면 뭐 특별할 것 없는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나중에 뭐해 먹고 살지란 고민은 갓 20살이 아닌 지금 고민하는 문제 중에 하나니까..온전히 나 자신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은 일 중에 하나인 것 같다. 20대 초반에서 중반에 이르기까지 초라하고 볼품없게만 나를 느꼈던 것 같다. 물론 20대를 마감하려는 언저리의 나를 지금 그리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여기도 있지 않다는 사실도 여전하긴하다.

20살은 상처 받기 쉬운 때이기도 하지만 그때는 상처받는것도 모르고 앞을 향해 열심히 내달렸던 것 같다. 몸이 아무리 긁히고 상처투성이가 된다해도 손에 잡히는 작은 결과물에 기뻐하고 신나했던 것 같다. 그때는 꿈꾸는대로 당장 이뤄지지 않아도 꿈꾸는 그 동안은 한없이 충만하고 기뻤다.

책은 8인 작가가 겪은 20살을 여지없이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8인 작가가 던지는 여러가지 메시지 중에서도 박범신 작가의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빨대와 깔대기 구조에서 살고 있어,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평생 누가 명령하는지도 모르고 높은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빨대 빨리고 살다가 인생이 끝나버리지." 이 글귀는 읽는 순간 아차했다. 내가 주체가 되어 사는 주도적인 삶이 아닌 누가 시키는 일만 주구장창 하다가 어느새 끝이 보이는 삶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암담할까 얼마나 무너져 내리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빨대 빨리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마감하는 인생을 살다가 가는 것은 얼마나 허망할까 그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치는 것이었다. 누구에게 얹혀 가고 끌려가는 인생이 아닌 온전히 나자신을 찾고 주체성을 가지면서 살아가는 인생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팔하고 꿈많던 20대를 지나 곧 30대를 바라보는 지금의 나는 현실이 팍팍하고 주머니 속 사정이 아무리 얄팍하다 해도 꿈의 끈을 놓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당장에 결과물이 보이지 않더라도 조금씩이라도 한 걸음씩 앞을 향해 걷다보면 꿈이란 존재가 언젠간 내 품에 가득 들어와 있지 않을까? 빨대와 깔대기 같은 현실을 벗어나서 내가 빨리는 것도 남을 빨아대는 것도 아닌 빨대와 깔대기의 구조를 탈퇴하는 삶을 살아가는 나를 꿈꾸며 오늘도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 걸어가는 뚜벅이 같은 삶을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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