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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 - 떠남에 서툰 당신을 위한 청춘 여행법
노동효 지음, 안시내 그림 / 나무발전소 / 2011년 7월
평점 :
단 한번의 여행, 단 한번의 모험.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 어디라도 좋아.
책커버에 쓰여진 문구 한 문장.
'아, 내가 꽤 괜찮은 책을 읽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삶에 혁명을 불지르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푸른 영혼일 때 떠나라'는 20세기말, 당시 25살이던 글쓴이가 급변하는 국제사회와 지리멸렬한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 여행경비를 모으기 위해 전구공장에서 일한 끝에 그 돈으로 훌쩍 떠나버린 이야기다. 고은의 '이어도'란 시에 등장하는 구절, '오 내 나라여, 나를 떠나게 해다오.'처럼 글쓴이는 그렇게도 떠나고 싶었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그리고 말한다. 여행 그 후, 누구도 부럽지 않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노라고.
프롤로그에서 난 내 자신이 제일 부럽다는 말로 나의 부러움을 제대로 샀던 글쓴이는 담담하고도 뜨겁게 자신의, 단순한 여행기라고 하기엔 깊고 깊은 자신의 삶이야기를 꺼낸다. 그동안 여행기라고는 한비야의 책을 모두 섭렵한게 전부였고 그래서 그녀의 문체와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익숙해져있었는데 감수성이 풍부한, 영화와 책과 청춘을 사랑하는, 한 젊은 청년의 여행을 읽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이다.
글쓴이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있는 이 책은 그 나라에 대한 느낌, 그 나라에서 얻은 감수성이 어느 영화의 한 장면으로 어느 책의 한 문구를 통해 표현된다. 그 정도로 영화와 책 얘기도 많다. 영화와 책을 글쓴이만큼 많이 보고 읽지 못한 나는 그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점은 그렇게 많은 나라를 여행했음에도 사진 한 장 없다는 것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감성에 젖어든 글쓴이의 글과 함께 분위기 있는 사진 한 장 같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너무 많은 얘기를 담고 싶어했는 지, 아니면 여행이 너무 거대했던 것인지 한 나라당 7장 정도에 불과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이야기들이라서 실질적인 여행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기가 주저된다. 그래서 이 책을 꽤 기대하고 내용에 대한 상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실망은 했지만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 '내가 이것저것 현실의 이유를 대며 가고싶어도 주저할 때 이렇게 훌쩍 떠나는 사람이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떠남에 대한 갈망과 추진력과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