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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시공아트 18
수지 개블릭 지음, 천수원 옮김 / 시공아트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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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난감함과 동시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게 만드는 모호하고 낯설고 당황되게 만드는 면이 있다. 담뱃대를 그려 놓고는 그것은 담뱃대가 아니라고 써넣거나(단어의 사용 1), 여인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즉 눈에는 가슴을 코 부분에는 배꼽을 입엔 성기를 그려 넣는 식으로, 가득 여체의 몸으로 도배한 것이나 (강간), 수평선 너머 파란 하늘 위에 구름의 모습으로 떠 있는 여인의 토르소, 튜바, 의자의 나열(불길한 날씨)이라거나 무엇 하나 마땅히 찾을 수 있는 구멍이나 여지를 주지 않는 당당함으로 응시자를 완벽하게 농락하기를 바라는 짓궂은 장난처럼, 그러나 무거운 주제를 숨긴 채 마주보고 있다.

8개월 동안 마그리트 부부와 함께 지냈던 작가가 제1장에서 철학과 해석이라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는 것은 의아스러운 일은 아니다. 마그리트의 그림은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무엇인가 비틀어지고 역설적이며 때로는 공격적으로 응시자를 부추기고 비웃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철학자의 글이 날카로운 것처럼 그의 그림 또한 그렇기를 바라는 것 같아 폐부를 찌르는 울림이 손끝을 타고 전해져 온다. 일상적인 것을 거부하며 실제의 세계를 시험하기를 그치지 않으며, 회화란 정신이 지닌 두세 가지 기본적인 문제들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으로 표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며 존재의 평범함에 대항하는 영원한 반란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반복적인 주제의 연속적인 나타남은 그가 추구하는 회화의 기본 정신에 충실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반복되어진 같은 주제의 그림 안에 나타나는 정신은 다양한 세계에 다름 아니다.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이끌어내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가진 특이한 성격을 완화시켜 주는 윤활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탈하고 싶은 보통 사람들의 권태적인 삶에 대한 화려한 탈출을 이루어낸 마그리트의 용기와 빛나는 창조의 정신이 그래서 부럽고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게 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오해나 몰이해로 속앓이를 했었다면 이 책을 통해 조금씩 알아 가는 것 또한 흥미로울 듯 싶다. 그림에서 나타내어 주는 것처럼 마그리트의 글 또한 심오하고 개성이 넘쳐나는 너무나 철학적이어서 현기증이 나게 만든다. 그의 그림을 감상하기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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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대변인 1 - 엔더 위긴 시리즈 2 엔더 위긴 시리즈 2
올슨 스콧 카드 지음, 장미란 옮김 / 시공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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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관계로 바라 볼 때만이 가능하기에 그렇다. 더구나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체를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인간들은 자신들의 삶이 최상이라 여기며 다른 종들에게도 인간들의 방식을 따르기를 은근히 강요한다. 새로운 세계로의 탐험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개척자의 정신을 앞세워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생물체를 손에 넣어 기존의 방식대로 주무르려 한다면 인간은 신세계에 도전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개척이 아닌 배척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작 엔더의 게임에 이은 사자의 대변인은 엔더 위긴의 시공간을 넘어들며 벌이는 생물과의 조우이며 이해심을 발현하는 활약상이다. 위대한 사자의 대변인은 시간을 초월하여 여러 행성들을 돌아다니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멸망시켰던 버거들의 여왕을 살리기 위한 적당한 장소의 물색을 하는 중에 피기들이 살고 있는 안식처를 택하게 되고 그들보다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고 발전시켰던 문화적 혜택을 전달하는데 힘을 기울인다.

다른 종의 문화적 인식의 견해차는 커다란 재앙을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굴하지 않고 손을 내밀 수 있는 엔더의 생각은 너무 고차원적이며 인간적이어서 과연 이 세상에 그와 같은 뜨거운 가슴을 안은 채 상대를 완벽하게 인정할 수 있는 지성인이 있을까 의문스럽지만, 바로 그 점이 사자의 대변인을 써야하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유색 인종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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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의 게임
올슨 스콧 카드 지음 / 가서원 / 199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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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 기동대, 다크 엔젤 그리고 아시모프의 작품들을 떠올리며 엔더의 게임을 읽기 시작했다. 올슨 스콧 카드라는 작가는 처음 대하는 바, 그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는 것은 객관적인 책 읽기를 용이하게 해주었다. SF작품이라면 미래지향적 세계를 주제로 펼쳐질 것이며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 외계인과의 싸움인가에 대한 초점을 맞추면 되는 것 같았다.
역시, 생각대로 인간들은 미지의 외계인과 싸우기 위해 어린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었다. 오직 게임을 통한 적과의 한 판 승부를 위해 아이들은 그들의 인생을 저당 잡히며 기계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며 행동해야 하는 불행의 시간들을 가져야 했다. 여섯 살이라는 나이에 등장하는 엔더의 선택된 투사로의 삶을 바라본다는 것은 분노 없이는 읽어 내려가기 힘들었다. 엔더의 성격은 완벽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려져 있고 거기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얻을 수 있었다.

가장 강력한 두뇌 회전에 버금가는 어린 아이의 눈으로 생각하는 순수한 게임을 통해 완벽한 승리를 얻는 것. 비록, 어른들의 속임수에 빠져 실전을 게임처럼 거뜬히 해치우기는 했으나 외계인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이끈 유명인사로서 또 다른 지구의 전쟁에 휘말려 들지 않기 위해 외계인이 만들어 놓은 행성으로 남은 인생을 맞이하기로 선택하게 된다. 어느 날, 모두 파계되었다고 생각했던 외계인의 여왕과의 정신적인 교류의 만남으로 자신이 물리쳤던 외계인에 대해 얼마나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가 확인하게 되고 마지막 남은 외계인의 여왕으로 다시 탄생하게 될 ‘알’을 안전한 곳에 피신시키게 된다.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두려움을 낳게 하고 교류를 통한 의사 소통의 단절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게 만든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환상은 어는 덧 두려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우호적인 이웃에 대한 오해로 인해 인류 모두를 파멸로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들이 어지럽게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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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수건 아트 라이브러리 7
홍진경 지음 / 예경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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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학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때 그림을 읽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던 것을 기억한다.여기에 성서라는 주제의 그림들이 생겨나게 된 원인은 종교의 보급이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것은 그림의 교훈적인 면과 설명적인 면이 잘 일깨워 주고 있다. 우상 숭배라는 이단으로 몰리어 때로는 예술 작품들이 수난을 당하던 시기도 있었다.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일들도 정치와 종교적인 문제가 결부되면 시끄러워지게 마련인 것이 세상사인가 보다. 종교와 더욱 가까워지려는 마음이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를 포괄하는 유물적 숭배로 이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어 왔는지는 작품들을 통해서 알 수가 있었다.

시대마다 다루어지는 작품의 기교와 표현은 제각각이며 그것에서 시대상의 반영을 찾을 수 있다. 더러 번역에 껄끄러운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그림과 작품들에서 성서를 더욱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알기 전과 알고 난 후에 대하는 모든 것들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거듭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들에 숨어 있는 작가들의 혼을 놓치지 않게 도와 주신 이 책의 저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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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뢰겔 - 16세기 플랑드르 최고의 화가 시공아트 26
월터 S.기브슨 지음, 김숙 옮김 / 시공아트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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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을 맞이하며 느끼게 되는 것은 은근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힘이지 않나 싶다.
<농민의 결혼 잔치>나 <농민의 케르미스(축제)> 에서 볼 수 있는 유머러스한 생동감은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둥글둥글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유를 찾게 되고 일상사에 있어서 교훈적인 그림을 그리면서도 흥미와 낙천적인 요소를 가미할 줄 아는 화가로서만이 아닌 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일이다. 일찍이 보쉬의 영향으로 그와 흡사한 면이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보쉬의 그림들에서 볼 수 없는 여유와 유머는 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재주가 아닌가 싶다.

이상하게 보이기만 하는 그림들의 알레고리는 도상학의 발달로 인해 오늘날의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해 주고 있어 화가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림들이 어떤 의미를 담아 내고 있는가에 대한 발견은 하나의 기쁨을 넘어선 희열을 맛보게 해주며 아울러 그림 감상을 하는 데에 있어 진지함을 더해 준다. 더 나아가 그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분위기를 알게 되고 그림의 표현은 단순함을 넘어선 화가의 의지가 담겨져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모방의 천재라는 다소 모자람이 있는 대우를 받았던 브뢰겔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해갈시킬 수 있었던 책이었지 않나 싶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도판의 인쇄가 좋지 않아 감상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든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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