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뿌리
이연철 지음 / 옛길(도서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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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철 작가님의 신작 ‘인간의 뿌리’를 읽었습니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청나라 사제 빠치피코는
순교를 소망하여,
아니 어린시절의 상처에서 도망하여
오직 죽고자
미지의 땅 조선에 오게 됩니다.
핍박과 박해의 땅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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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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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얘기를 쉽지 않게 쓴 소설

- 「파리대왕」 / 윌리엄 골딩

 

다른 사람들의 독후감을 읽어보면 다들 쉬운 내용, 쉽게 읽히는 소설이라고 한다. 곤혹스럽다. 내게는 어렵게 읽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지적했듯이 ‘못된’ 번역까지 더해져 읽어내는 데 여간 힘들지 않았다.

 

글을 쉽게 쓰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지만 알레고리 기법을 동원한 이 소설을 국내 작가가 썼다면 기꺼이 출판해줄 출판사가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외딴 섬에 표류된 어린이들의 행태를 통해 인간의 이드(Id)를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성공했다. 그러나 ‘호소력’이 높다는 이 작품이 과연 호소력이 있는 것인지, 문학적으로 그 호소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만 이 소설을 문학이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의 교재로 읽는다면 좋을 듯 하다. 그래서 많은 국내외 대학교에서 이 소설을 교재로 선택했고, 이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읽어서 골딩을 ‘캠퍼스대왕’이라고 부른 것이겠다.

 

해설에서 이드(Id)를 ‘인간성의 사나움과 수렁’이라고 했는데, 이 말에 공감한다.

이드가 인간의 창조성을 발휘케 하여 인간 구제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파멸의 원인도 된다는 사실 또한 고개가 끄덕여진다.

 

파리대왕으로 번역된 단어는 성경에 바알브올, 줄여서 바알 신으로 언급된다. 히브리어인 이 단어는 중근동지방의 대표적인 우상을 말한다. 그러니까 소설에서 암퇘지의 머리를 잘라 창에 꽂아놓고 ‘파리대왕’이라고 부르는 것은 주술적인 우상숭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두려움에 휩싸였을 때 찾게 되는 것은 우상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의도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우상이 아니라 신에 대해 한 번도 언급이 하지 않은 것은 또 무슨 의도인지 궁금하다. 설마 우상을 신과 동급으로 친 것은 아니겠지.

 

사족 - 소설에는 머리로 쓰는 것과 가슴으로 쓰는 것이 있는데 이 소설은 머리를 너무 과도하게 사용한 소설이 아닌가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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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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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과 정욕은 어느 것이 더 강할까? 내 삶을 음식으로 친다면 무엇과 비슷할까? 혹은 어떤 맛일까? - 소설을 읽으며 내내 생각한 것들이다.

 

 

음식에 둔감한 나로서 겨우 칠레고추의 매운 맛(매운 것은 맛이 아니라 통각이라고 하지만)만 알뿐 다른 것은 짐작도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작가의 친절한 설명으로 고소하거나 달콤한 냄새는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다.

 

 

음식을 연결시켜 삶을 말하는 방식이 기발하다. 작중인물들의 뚜렷한 인생관도 복잡하지 않아 좋다. 마치 직선을 굵게, 한 줄로 그은 것 같이 단순 명쾌하게 표현하는 방식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다.

 

 

과감한 생략과 비약, 상징 그리고 판타지. 남미 문학의 정수를 보는 것 같다.

 

 

사랑을 좇는 운명. 도망간 사랑을 끝내 찾고 마는 티타. 그런 의미에서 혁명가는 전쟁에 뛰어든 언니가 아니라 티타 자신이다. 티타 앞에서는 애인 페드로나 존마저 수동적인 인물이 되고 만다.

 

 

소설을 덮고 나서도 코 끝에 스치는 음식 냄새. 그게 살아가는 우리네 냄새.

 

 

사족 - 티타와 같이 음식을 나눈다면 어떤 것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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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얀 마텔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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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인 나사렛 출신 예수가 메시아라는 소문이 있자 성경에 도통한 랍비가 말한다.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겠느냐?”

내가 그랬다. 알라딘 중고서점 매대에 여러 권 꽂힌 채 팔리기를 기대하고 있던 캐나다 작가의 ‘셀프’를 보고는 “캐나다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겠느냐?” 감히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엔 지루했고, 더 읽을까 말까 갈등했다.

그러나 웬걸 읽다보니 흡인력이 강했다.

그의 새로운 소설 구성에 대한 도전은 신선했고 동감이 갔다. 그가 ‘파이 이야기’를 쓴 작가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남자 아이가 성장해서 여자가 됐다가 다시 남자로 돌아온다. 그냥 상상이 아니라 몸의 구조가 그렇게 변한다. 그러면서 펼치는 섹스의 향연.

 

해설을 보면 언어의 묘미까지 있다고 하는데 번역서로는 짐작만 할 뿐이다.

 

섹스의 세세한 언급은 감정의 묘사로 읽힌다. 몸으로 표현하는 감정. 그리고 그것은 존재의 한 방식이기도 하다.

 

끝부분, 강간을 당하면서 다시 남자로 돌아오는 과정은 작중의 인물과 함께 고통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독자로 하여금 감정의 여운을 느끼게 하기 위해 빈 페이지를 그대로 둔 실험정신.

 

전체 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막상 2장은 단 세 줄에 불과한 소설. 사실 작중 주인공의 객관적 묘사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니까 작가는 앞의 1장에서 주인공의 내면을 428페이지에 걸쳐 보여준다. 불균형한, 위태로운, 뭔가 만족시킬 수 없는 인간의 모형을 책 페이지로 보여준 것이겠다.

 

사족 - 왜 책 제목이 ‘셀프’일까라는 풀리지 않는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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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수녀
돈나 레온 지음, 엄일녀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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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추리할 것 없는 추리소설

「사라진 수녀」 / 돈나 레온

 

작가 본인이 추리소설이라고 했으니 그 말이 맞긴 하겠지만 내게는 추리소설이 아니라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베네치아를 읽을 수 있는 ‘한가한’ 문화 소설로 다가온다.

그렇지 않은가? 작중에서 다섯 명의 노인이 죽고 한 명이 살해되고 또 한 여자가 칼로 살해될 뻔한 구성. 이 정도라면 여기저기 피가 튀고, 음산하고, 반전이 일어나고, 살을 맞대었던 애인이 살인마로 돌변하는, 뭔가 극적인 장면이 속출해야 할텐데 이 소설은 마냥 늘어진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니다. 베네치아의 따스한 햇볕과 수백 년동안 베네치아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그들의 문화가 오밀조밀 소개된다. 그런 가운데 슬쩍슬쩍 곁눈질할 수 있는 유럽 귀족들의 밀폐된 삶은 양념 이상이다.

 

종교. 그래, 종교도 언급된다. 종교에 대해 무척이나 삐딱한 작중 인물들이 별로 밉지 않고 비종교적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더 종교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이 소설이 안 팔린단다. 당연하다. 람보 식으로 바바방 총을 갈겨대고, 부릉부릉 오토바이로 짓뭉개고, 섹스가 과도하게 넘쳐나야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으니 미국 스타일은 아니겠다.

 

전혀 긴장감을 주지않는 추리소설. 추리할 것이 별로 없는 추리소설. 답이 일찍부터 다 나와있는 추리소설. 그리고 아름다운 문장들. 참 별난 추리소설이다.

 

번역자는 이게 첫 작업이라는데 문장이 좋다. 가끔 뻑뻑한 번역이 눈에 뜨이긴 해도 이 정도면 좋은 번역이다.

 

느리게, 쉬면서, 대화의 달콤함도 느낄 수 있는 소설.

 

- 원제는 Quietly in Their Sleep. 이걸 「사라진 수녀」라고 번역했는데, 글쎄---. 작가는 추리소설 냄새를 지우려고 했는데 번역자는 오히려 그 반대로 갔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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