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 소설이라면 읽기 쉽다. 읽기 쉬울 뿐만 아니라 공감이 잘 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본다.


주로 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보는 편이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이번에는 하루키의 에세이를 펼쳤다.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몇 편의 에세이를 읽어봤지만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이 에세이집 중 하나를 꺼내어 읽게 되었다.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이라고?


상상이 안 간다. 세일러복이라면 그 세일러문에 나오는 그 흰색 파랑색으로 이루어진 교복이 아닌가? 연필이 그걸 입으면 어떻게 되는거지? 무슨 뜻일까? 여러 몽상이 오갔지만 우선은 작가가 일필휘지 하듯,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참 흥미롭다. '자유업에 대하여' 작가로서 프리랜서로서 하루키가 일상 생활에서 얻는 고충들에 대한 묘사이다. 이를 테면 은행에 일을 보러 가면, 보너스를 우리 은행에 저금하라던지, 보너스가 없다고 하면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던지, 아마 그 사람들은 하루키 책을 읽지 않나보다, 아마 그 은행 개인고객 중 상당히 VIP로 모실만한 사람을 못 알아보다니..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일단 눈물을 훔치고, 하루키는 문필업을 한다고 대답한다.


학교의 전공인줄 안다던가, 여러모로 하루키의 답변은 오해를 초래하고, 이 일상의 고충에 대해 하루키는 약간의 스트레스를 그려내며 비교적 덤덤히 묘사하는 걸로 느껴진다.


프리랜서의 고충이랄까, 변변한 직업을 내세울 수 없는 사람의 입장이 절실히 공감되었다. 아 그렇지, S전자 다닙니다, H건설 다닙니다, 이렇게 명함에 익숙한 로고를 달고 건낼 수 없는 사람에게 그가 아무리 돈이 많고 명예가 있어도 일반인이 잘 모르는 이상 고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나랑은 비교도 되지 않는 하루키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도 이런 고충을 겪는다니 허허, 참 기가 차고 안타깝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에피소드가 아주 간결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이러한 일상생활의 에피소드들이 책에 꽤 담겨 있다.


하루키는 자기 주변 사람과의 일이라던지, 자신의 생활이라던가, 혹은 자기는 29세까지는 글을 쓰는 걸 잘 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일기(이를 테면, 완성된 문장으로 이루어진 일기)는 쓰지 않았다는 이런 이야기를 적어낸다.


솔직히 조금 부럽다. 자기의 일들을 여과없이 이렇게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는 모습이 여러가지 방어벽을 치는 내게는 참 부러운 모습이었다. 작가는 원래 자기 자신의 경험을 소설 속에 녹여내는 직업으로 나는 생각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에세이처럼 자기의 생활을 이렇게 과감하게 글로 녹여내서 출판하는 것은 연예인이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처럼 내게는 쉽지 않은 일로 느껴지기에 참 용감하다는 느낌도 드는 것이다.


너무 솔직하게 글을 썼기에 좀 피곤했던 일도 있었고 괴로움도 좀 있었던 탓인지 글을 쓸대면 나는 자꾸 검열하게 되고 한 번 두 번 세 번 생각하는 습관이 붙었기에 글 쓰는 것이 영 쉽지가 않았다. 검열관들이 하나 둘 셋 모여서 내가 쓰는 글 하나하나에 자꾸 돋보기를 들이대고, 마약이라도 들었나 검사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하루키의 경우 물론 그 정도로 완전히 자신의 것을 다 드러내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런 에세이를 써낸다는 것이 내게는 좀 부러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각설하자면 하루키의 일상 생활과 삶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글이다. 그리고 굉장히 심플하고 친근한 어조로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에 쉽게 쉽게 가볍게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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