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찬호께이.미스터 펫 지음, 강초아 옮김 / 알마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품에 대한 리뷰는 많지 않을 것 같아 약간의 귀찮음과 수고로움을 뒤로 하고 컴퓨터 앞에 섰다. 재미있게 봤고 기대도 했던 작품이기에 할 이야기들이 좀 있을 것 같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받아 13.67을 읽으려다가 이미 모든 책이 대출중이라 동명의 작가가 쓴 책을 검색하여 읽어낸 책이다.


이미 이동진 평론가로부터 받은 인상이 아주 훌륭한 이야기꾼, 마치 '고래'의 작가인 천명관과 같은 스토리텔러라는 평을 들었기 때문에 무한한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내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정말. 만족스러웠다. 께이와 펫의 꼴라보인줄 처음에는 모르고 보았다가 그래도 단편 4가지 하나의 주제로 뭉치는 것이 인상적이라 그냥 읽어나갔다. 사실 께이의 이야기가 펫 보다는 더 자극적이며 더 몰입감을 주었다. 뭐랄가, 펫 역시 훌륭한 소설가라 생각되었지만 개인적 타입으로는 께이가 더 맞았다.


SF 미스테리물 같은 느낌이었는데 께이의 경우 스릴러적인 요소가 굉장히 강하게 느껴졌다. 범죄자의 심리가 께이의 단편 ep1, ep3 를 읽는 동안 굉장히 잘 다가왔고 그 순간에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약간의 편견이랄까, 이동진의 '빨책'을 들으면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중국의 소설이 약간 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정치적 이데올로기로부터 문학이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께이의 약력을 보면 홍콩에서 대학을 나왔고 타이완의 추리소설 상을 받았다. 즉, 상대적으로 대륙(본토)의 영향으로부터 다른 중국 작가들보다는 덜 받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이공계 컴퓨터 공학과 출신이니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 또한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일본이나 미국의 소설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배경이 미국과 도쿄를 배경으로 한 이유도 있지만 작품에서 묘사되는 범인의 극단성이 오히려 일본 추리소설을 좀 닮지 않았나 싶었던 것이다.(나 자신이 중국의 추리소설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다)


사실 펫 또한 께이처럼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다. 이야기인 즉슨, 컴퓨터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소설 속에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고, 여과없이 이 소설에서 이를 발휘한다.


내가 정말 애정하는 정유정 작가 작품의 특징이 간호사 출신인 작가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전문적인 의학지식과 이것이 녹아져나오는 소설이 아니었던가!


바로 이 소설이 그러하다. 컴퓨터 공학과 출신 답게, 수감자들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굉장히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것이 제제로서 작품의 중심에 다루어진다. 사실 약간 내게는 어려운 내용이라 중간 중간 어려운 것들은 스킵하고 읽기는 했지만 주제 자체는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SF같기도 하고, 미스테리인가? 범죄자와 탐정이 나오니 추리물 같기도 하고, 게다가 작가 2명이 단편 2편씩을 콜라보해서 써낸다니(사실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각각의 작품이 연관되어 있고 특히 동일 작가의 작품의 경우 다른 작품이라기보다는 다른 에피소드라고 불릴만 하다) 이것이야말로 창의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중간 중간에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전개가 어색한 부분이 있다. 갑자기 인물 A에 의해 인물 B가 범행을 실토하는 장면에서는 이야기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묘사가 좀 아쉽다. 분명 쉽게 쉽게 읽히고 스토리 텔링 또한 나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비유라던가 묘사의 상세함에 있어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그래도 내가 이 작품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추리소설을 읽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는 것이다. 재미라는 요소는 추리소설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교훈이나 정보습득이 아닌 재미를 위해 읽는 책에서 이것이 빠지면 붕어빵에 팥이 빠지고, 삼겹살에 소주가 빠진 격이다. 그런데 두 작가의 콜라보레이션이 아름답게 전개되면서 재미를 잡아주고 있다.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것에 기쁨을 금치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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