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폭풍우 치는 밤이었어..."
이야기는 항상 '어둡고 폭풍우 치는 밤이었어.'로 시작했다. '피너츠'에서 소설가 스누피가 쓰는 모든 소설의 첫 문장이었다. 이야기는 늘 산으로 갔고 허무하거나 어이없거나 황당하게 전개됐다. 천신만고 끝에 보물을 찾았는데 스누피의 앞발에 털이 너무 많아서 미끄러워 뚜껑을 열지 못하고 돌어오는 그런 식이었다. 모든 모험을 마치면 스누피는 자기 집 지붕 위에 누워 이불을 덮는다. 그리고 비를 맞으면서도, '내일은 해가 뜰 거야.'라고 말하며 평화롭게 잠이 든다. ... 어떤 얼토당토않은 일들이 일어나더라도, 심지어 세상이 끝나거나 전 우주가 통째로 사라져도 스누피가 반드시 자기의 자리로 돌아올 것임을 알았기에 안도하며 이야기를 들었다.(📘32p)
난 어떤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일까?
예상과 달랐던 내용에 화들짝.
근데 그보다 더 나를 화들짝하게 했던 건
내가 책에 너무 빠져들고 있었다는 것!
애 주제에 어른 흉내 내려는 현수,
어른 주제에 애 흉내 내려는 미스터 서프라이즈.
그 외에도 아이러니 천지지만
어쩌면 그런 것이
가장 현실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삶, 일상, 그런 것.
'어둡고 폭풍우 치는 밤' 같은 세상을 살아나갈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주어야할지 고민일 때가 있다.
현수 아버지처럼 어른으로서 해줘야할 말들을 멋지게 하기도 하고,
혼자 끌어안아야할 것들은 감추기도 하는 그런 어른....은
내게 어울리지 않지.
반쯤 미치고, 반쯤만 어른인,
그래서 반쯤 남은 분량만큼 애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그런 어른.
그래, 헤아림으로 가자.
아직도 자라는 중인 나는
종종 청소년 문학을 읽으며 자라날 갈피를 잡는다.
왠지모를 이 명료함이 고맙다.
p205 넌 소수처럼 단단해질 거야. 절대 쪼개지지 않는 건 소수랑 탄소, 그리고 최현수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