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을 찾아서
김신명숙 지음 / 판미동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서평은 판미동에서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쓰는 글입니다.

여신을 찾아서 - 김신명숙 


언제부턴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왜 여성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는가?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하면 착한 약자 혹은 현명한 조력자 밖에 되지 못하는가?"
"나의 세상에서 왜 여성은 늘 남성의 벽에 가로막혀 있는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살고 있는 나는 도데체 뭔가?"

꽤 오래된 의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명쾌하게 답을 내려본 적이 없었다.

시대가 변해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다양한 이론들과 해석들이 나오면서. 여성과 여성의 처우에 대한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마음은 답답했다. 나의 의문은 전혀 풀리지 않았기에.


그러다 우연히 만난 책 “여신을 찾아서.”  
남신들의 세상이 된 현대에 잊혀진 여신을 찾는 여신운동이 있었고, 그 여신을 찾기위한 여정을 직접 다녀온 작가의 이야기.
왠지 나의 의문에 조금이라도 답을 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서평단 신청을 했고. 운좋게 책을 받아 볼 수 있게 되었다.

무려 25년이나 되는 역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여신운동과 여신순례는 너무 낯선 이야기였다.
그들의 여정 하나하나가 문화적 충격이었다. 어떤 부분들은 쉽게 받아지지 않을 정도로.

작가가 여신운동을 처음 경험하게 되는 크레타에서의 여신순례이야기가 담긴 1부와 여신에 대한 각성을 가지고 한국의 여신들을 따라 순례한 2부로 나누어서 작가는 본인이 만난 여신에 대한 이야기를 주관적으로 혹은 다양한 사료의 힘을 빌려 이야기를 한다.
분명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신화나 동화속 이야기들이 여신순례를 통해 전혀 다른 내용으로 해석되는 것을 보면서 어떤 부분은 고개가 끄덕여 졌으나 너무 생경해서 에이 설마.. 라고 생각되는 부분들도 많았다.

작가는 서문에서 "여신운동은 종교가 아님" 을 확실히 짚고 간다. 
영성 혹은 문화운동으로 생각하자고 정리하고 여정을 시작한다. 그 여정을 글로 따라가는 우리 역시 하나의 새로운 사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 책을 받아들이기 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온 사람의 학문적인 에세이를 읽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그 사회에서 권력이란 지배가 아니라 모성의 책임감 같은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신을 숭배하면서도 미노아 남자들은 결코 종속적이지 않았다.
책의 가장 앞부분에 나오는 구절이지만, 가장 인상깊은 구절이었다.
부계냐 모계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남성 여성이 서로 존중하고 동등한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젠더의 분리 싸움이 없는 그냥 각자를 인정하는 사회였다는 것.
왜. 지금은 그렇게 되지 못하는가. - 책이 답을 주지는 못하지만-

기독교에서 이브와 뱀을 실낙원의 주범으로 지목한 이후, 서구에서 여성과 뱀은 원죄의 상징이 되었다. 여자는 뱀 같은 존재로 여겨졌고, 존중의 대상에서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책을 읽으면서 아! 하고 감탄했던 부분들은 바로 뱀의 상징에 대한 부분이었다. 
성서에서 콕찝어 부정하다 말하는 두 종류. 
바로 아무것도 모르는 이브를 꼬여낸 뱀과 선악과를 따먹는 죄를 저지른 이브(여성) 이었다. 


전쟁 후 승리를 거둔 승전국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그들의 문화와 뿌리를 없애는 것이다. 터부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여신과 그들의 대표적 심볼인 뱀의 몰락. 

작가가 여신순례를 떠나서 만난 미노아 문명 역시, 크레타가 그리스에게 정벌 당하면서 신화속 괴물이야기로 바뀌게 된다.
그렇다면 다른 신화 속에서도 여신에 관한 왜곡된 이야기 들이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한국사 에서는 어떤 여신들이 있고, 왜곡되게 전해지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도 생기기 시작했다.
(새, 나비 , 벌 등의 다른 상징에 대한 이야기들도 함께 풀어낸다.)

한국의 여신문화를 다루는 챕터2에서는 샤머니즘에 집중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 이전의 고대문화 자연을 숭배하거나 다신교를 믿었던 시기를 미개하다고 터부시하는 것 역시 남신위주의 문화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 역시 본토 부터 제주까지 해안선과 내륙곳곳에 여신문화들이 가득했다.
제주의 할망문화와 뱀 여신들 그리고 다양한 신당 이야기도 신기했지만,  지리산의 절들중 여산신을 모시는 절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더 신기했던 것은 여근석들. 남근석이야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지만. 여근석이라니...
미노아 문명을 읽을때와는 달리 한국의 여신문화를 읽으면서는 이질감이 많이 들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산물에대한 선입관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은.

작가의 여신순례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의 영혼을 살리고 일상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파괴되는 자연의 신성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고대의 여신을 다시 살려낼 필요가 있다.

남신을 숭배했기 때문에 세상이 각박해지고 파괴되었다는 결론으로 생각하면 이 책을 반만 읽었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남신과 여신 두 개의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하는 세계에 남신의 바퀴만 굴려왔기 때문에 세상이 한 축으로 기울었던 것을 여신을 살려내어 세상을 평행한 축에서 굴러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여신운동이 아닌가 생각된다.

익숙하지 않은 이론과 역사고증, 그리고 작가 개인적인 여정이 섞여 있어서 책 자체가 비전문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있었으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인 여신의 세계를 알게해 준 것 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참 의미가 있었다.

좋은 책을 출판하고, 읽을 기회를 주신 판미동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