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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고독 -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 시간
고도원 지음 / 꿈꾸는책방 / 2017년 1월
평점 :
한국 에세이 : 절대고독
고도원 작가의 신작 에세이 '절대고독'을 해냄출판사 신간 5종 서포터즈 활동의 두 번째 책으로 받아보게 되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 작가. 그는 매일 아침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있다. 2001년 8월에 그가 좋은 글귀에 단상을 덧붙여 주변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아침편지. 이 편지들과 단상을 모아 여러 저서를 써냈다고 하는데, 이번 에세이에서는 그 중에서도 '고독, 선택, 멈춤과 자기치유, 상처, 시간, 자기와의 싸움, 도전, 꿈, 삶의 의미'의 총 9가지 주제를 다루었다.
어느 날 문득 이 광막한 인생의 광야에 홀로 서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더라도 너무 겁내지 마십시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 지독한 외로움 때문에 더 열심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을요. 더 열심히 땀을 흘리고, 더 열심히 살고, 더 열심히 사랑한다는 것을요. - pp. 6-7
절대고독은 내면의 고요를 빚어냅니다. 소란스러웠던 내면이 비워지고 번잡했던 생각들이 정화된 지혜가 드러납니다. 그것을 우리는 영감이라 하고 직관이라고도 부릅니다. 비로소 내 안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고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일부러라도 고독한 시간을 만들어 나 자신에게 선물해 주어야 합니다. - p. 7
혼영, 혼밥, 혼술 등 혼자 무엇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대. 바야흐로 '혼자'의 시대가 도래했다. 무슨 일이든 혼자 하는 것이 눈길을 끌지 않으며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 생활을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는 '1코노미'라는 신규 경제용어까지 생겨났다. 이제는 혼자 하는 것이 유행을 넘어 2017년에는 그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어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해 일코노미족을 겨냥한 이벤트나 제품 등이 성행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렇게 혼자 하는 것들이 심화된 세상. 혼자 하는 것이 편리하고 자신의 취향에만 맞추면 되니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고독할 때가 많이 찾아온다. 무엇을 해도 나아지지 않는 그런 '절대 고독'의 상태. 고도원은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고독할 때 내면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그리고 또 그러한 고독의 시간이 나 자신에게 무엇을 선물하는지에 대해 말하며 고독의 장점에 대해서도 짚어준다. 고독은 '나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기에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 고독에 지쳐 너무 힘들 때에는 용기를 내어 '자기 휴식'의 시간을 주기도 해야 한다는 점 등. 오롯이 나와 마주하고 고독을 겁내지 말라고 용기를 복돋아준다.
대통령은 언어를 통해 정치를 한다. 그 언어의 핵심이 바로 연설이다. (중략) 대통령의 연설은 그 시대의 정신이다. 그 시대에 국가가 나아가는 비전의 불꽃과도 같다.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점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에 대통령의 연설문은 사람을 움직이고 역사를 바꿔야 한다. 도도히 흘러가는 역사의 추진력을 높이거나 방향을 바꾸는 데 동원되는 것이 바로 연설문이다. 지엄한 것이다. 엄청난 것이다. 이 의미를 놓치면 국가의 비전을 잃는 것이다. (중략) 국민적 자존감이 무너졌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던 사람으로서 이런 비상식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중략) 대통령의 언어는 자신이 과거에 썼던 언어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숙성돼 나오는 것이다. 과거에 썼던 언어의 저장고가 취약한 사람은 그 언어의 저장고를 채우는 일은 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대통령의 언어는 자신의 언어가 아닌 것이다. - pp. 266-268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점은 고도원 작가가 이 '절대 고독' 수필집에 현 시국에 대한 인터뷰를 실었다는 점이다. 고도원 작가는 청년 시절에 연세대학교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의 편집국장을 지내며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글을 썼고 그 뒤에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인해 제적생이 되었다. 그 후에는 '뿌리깊은 나무'라는 잡지사에서 일한 후 '중앙일로'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1998년부터는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실에서 5년간 지낸 연설담당 비서관이었다. 이런 이력을 지니고 있는 고도원 작가가 에세이가 끝난 후 자신의 경험을 담아 현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니 얼마나 흥미로운지. 그리고 작금의 이 세태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사건인지 곱씹으며 또 한번 탄식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찾아옵니다.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찾아와 지독히도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억지로 피하려 하면 도리어 슬럼프의 늪에 더 깊이 빠지고 맙니다. 슬럼프를 한 때의 친구쯤으로 여기는 것이 좋습니다. 어깨의 힘을 빼고 슬럼프를 벗삼아 지내다 보면, 어느덧 그 슬럼프가 새로운 도착의 발판이 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 p. 86
고독과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찾아오고, 몇 번이나 견뎌야 하며 반드시 그런 시간들은 성장을 가져다 준다고 말해주는 이 에세이. 선택과 상처, 도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며, 때로는 치유와 힐링을 위해 멈춰야한다는 것. 또한 꿈의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더욱 고독이 자주 찾아옴을 말하며, 자기만의 싸움인 그러한 시간이 더욱 그 꿈을 위한 도약을 가져다주고, 그로 인해 형성되는 삶의 의미까지 두루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 고도원의 '절대 고독'에세이를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