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지식의숲 K
메튜 베틀스 지음, 강미경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인문 일반 :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LIBRARY, AN UNQUIET HISTORY



 

  책이 좋고 도서관이 좋아 문헌정보학과에 진학했던 기억이 난다. 돌잔치때 돌잡이 물건으로 책을 잡았다고 하고, 3살 때는 동화책을 줄줄 외웠다고 하니 책에 대한 사랑이 어찌나 각별했던지. 초등학교 때는 지금도 걸어서 40분이 걸리는 도서관에 혼자 매일같이 갔던 기억이 난다. 그 책들의 냄새, 군중 속의 고요함. 사각사각거리는 필기소리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 도서관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 내내 도서부에 들어가 학교 도서관 관리도 도맡았고, 그런 성장배경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문헌정보학과에 진학했다. 도서관에서 실습 했던 생생한 기억들. 그래서 그런지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도 참 좋아한다. 아쉽게 전공을 살리진 못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책과 함께 살아가는 생활은 반복되고 있다.


도서관은 완전하면서도 완전할 수 없는 세상으로, 그 안에는 비밀이 가득 차 있다. 세상과 마찬가지로 도서관에도 변화와 계절이 있다. 이는 책이 상징하는 영원성과는 사뭇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 - p. 17


도서관의 책은 단지 소비재가 아니라 자본재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결국 책 속에 존재한다. - p. 23


책은 우리에게서 벗어날수록 보존이 잘 된다. 하지만 우리로 하여금 계속 책을 수집해들이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역설이다. - p. 335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도서관은 조용하지만 도서관의 역사는 소란스럽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제목인지. 그 옛날 최초 도서관 얘기로부터 시작해서 책들이 사용되던 재질들, 그로 인해 보관이 어느정도 용이한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또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을 듯한 분서갱유. 서적 파괴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이 아프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책은 서적 파괴의 두 가지 종류에 대해 말해준다. 과거를 다시 쓰려는 의도와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다른 종교 서적의 파괴.


  그런가하면 나치시대의 도서관과 사서들에 대한 이야기나 흑인 차별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도서관에 출입하는 것도 인종차별이 있었다니! 도서관에 대한 이론과 실용적 측면만 보다가 이렇게 역사 측면으로도 접근하니 정말 흥미진진했다. 기왕이면 학부생활을 할 때 봤으면 더 좋았을 듯 해서 좀 아쉽다.


우리는 책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인쇄물의 범람 앞에서 "우리 사서들은 과연 어떻게 그 많은 자료를 분류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없다. - p. 21


책들은 독자의 취향과 상관없이 연일 도서관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독자들은 그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며, 책들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 p. 168


  그렇다. 우리는 쏟아지는 책들 사이에서 살고 있다. 필사를 해야했던, 탁본을 해야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인쇄술의 발달로 인해 그야말로 정보의 물결 속에 있다. 과거에는 분류체계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책은 들어온 순서대로 기록이 되었으며, 사서들은 그 모든 책의 위치와 서가정보에 대해 빠삭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넘쳐나는 정보들로 인해 과거의 방식으로는 관리가 불가능하다. 이 때 듀이가 나온다.


듀이는 두 가지 체계, 즉 인식론적 체계와 숫자 체계를 하나로 통합시켜 혁신을 이룩했다. - p. 221


  문헌정보학과 학생이라면 절대 모를 수가 없는 듀이! 이 명석한 사서는 색인카드와 분류체계를 마련한다. 현대에 와서는 색인카드도 사라지고 온라인으로 대부분을 기록하고 있지만, 내가 학창시절을 보낼 때만 하더라도 색인카드를 사용했었다. 그 책 뒤에 붙어져있는 카드들! 거기에 이름을 적어 넣는 것이 또 어찌나 뿌듯했던지! 지금의 온라인 방식이 참 편리하긴 하지만 그 때의 그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립고 또 그립다.


  듀이의 방식도 여러가지 고질적인 문제들을 낳긴 했지만 인식론적인 체계와 숫자 체계를 통합하여 하나의 분류 방식을 만들었다는 점은 정말 혁신적이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도서관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개성은 찾기 힘들어졌지만, 도서관의 일반적인 형식과 업무절차로 인해 독자들은 꼭 사서를 통하지 않고서도 그들이 원하는 도서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독자 개개인의 발전 단계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사서의 몫이다. 보모가 아이들을 양육하듯, 사서는 도서관의 독자들을 양육한다. 독자는 책을 읽고, 사서는 독자를 읽는다. - p. 233


  그렇다고 사서들의 역할이 줄어들었냐 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 사서들은 업무와 관리, 그리고 공간부족과 재정적자 등 도서관의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모색도 물론 중요하지만 독자에 대한 인도자 역할 또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도서관은 보물창고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책들의 무덤이라고 할 정도로 읽히지 않는 책들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처음 책을 접하는 독자들은 그 압도적인 양에 질려 선택적 독서를 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런 경우에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독서 선호를 판단하고, 그 개개인의 독자들에게 맞는 추천을 하는 것도 사서의 한 역할이다. '독자는 책을 읽고, 사서는 독자를 읽는다.'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지!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안에는 이렇게 도서관의 역사 뿐만 아니라 사서의 역할 변화, 책 양식의 변화 등 다양한 정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도서관에 관한 이 책을 보며 과거에 가졌던 반짝이는 꿈을 추억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이러한 정보들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이 책이 꼭 마음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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