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 쓴 한국현대사
강만길 지음 / 창비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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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학에 처음 들어간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한국 근, 현대사를 개설해 주는 책은 여러 권 있다. 본인은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학회 세미나 때문에 이런 개설서를 수없이 찾아보고, 읽어보았다. 그러나, 어느 책 하나 제대로 나를 만족시켜 주는 것은 없었다.

역사를 다루는 문제는 총체성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의 문제의식을 흡족하게 충족시켜 줄 만한 책은 없었다.

그러다가, 나에게 홀연히 나타난 책이 바로 고쳐쓴 한국 현대사(한국 근대사)이다. 80년대 말 이후 역사 개설서는 민중적, 민족적 시각의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그 학문적 깊이의 결여와 다소간의 상업적 출판으로 인한 대중영합으로 오래두고 읽은 만한 책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강만길 교수의 <고쳐쓴 한국 근대사/고쳐쓴 한국 현대사>는 80년대를 정면으로 관통하고 이제 90년대를 넘어 새 세기에 이르기까지 역사개설서의 고전으로 남을 만한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책과 다른 점을 뽑으라고 한다면 학문적 깊이와 성실한 접근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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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와 그 적들 1 - 이데아총서 13
칼 R.포퍼 지음 / 민음사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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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란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김소진이던가..소설집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고난 후, 이 제목이 칼 포퍼의 책 이름에서 연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단지 그 이유 때문에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니까 대학교 1학년 멋도 모르는 때, 겉멋만 들어서 방황할 때이다. 사회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운동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이 들떠 있을 때, 포퍼의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이다.

맑스주의의 유령에 혹해 있으면서도, 왠지 모를 갑갑함에 숨막혀 있을 무렵,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어 준 책...

이 책의 제목이 제시하는 열린 사회는 닫힌 사회와 대립적인 성격을 갖는다. 포퍼가 말하는 닫힌 사회는 개인을 넘어서는 거대한 힘이 개인의 판단을 무력화 시키고, 관습이나 규범의 탈을 쓰고 개인의 삶의 양식을 조종하는 사회를 말한다. 열린 사회란 물론 반대의 개념일 것이다. 포퍼는 열린 사회의 특징을 페리클레스의 말을 인용하여 극명하게 나타낸다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정책을 발의할 수 있다 해도, 우리들 모두는 그것을 비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열린 사회만이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사회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포퍼가 말하는 열린 사회의 적들은 누구인가? 포퍼는 여기에서 당돌하게도 서양의 커다란 지적 전통을 송두리째 뒤흔들려고 한다. 포퍼는 역사주의를 비판했는데, 이 그물에 걸리는 사상가들이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등이다. 포퍼에게 있어서 역사주의란 전체론, 역사적 법칙론, 유토피아주의를 합쳐 놓은 것에 불과하다. 포퍼는 역사주의를 이런 측면에서 다각도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어느 측면에서나 마르크스에 대한 비판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나의 독해 능력의 부족이 빚은 상황이겠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의문을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열린 사회라는 곳의 구체적인 상은 과연 어떤걸까?'라는 것이다. 포퍼 자신도 서양의 거대한 지적 전통을 뒤엎는데 힘을 쓴 까닭일까..적들에 대한 비판만한 비젼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책의 가치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자신이 속한 집단만이 진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집단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이들에게 반성의 단초를 던져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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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대로 두지 않는 상수
바둑서당 편집부 엮음 / 바둑서당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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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배우다 보면 체계적인 학습에 질릴 때가 있다. 포석, 정석, 사활, 행마, 끝내기...무엇 하나 만만한 게 없는 바둑. 결국은 한계단씩 올라서야 하는 것이 정도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그렇게 똑바로만 살 수 있는가? 바둑을 두다가 상수에게 자꾸 당해서 짜증이 날 때, 바둑의 색다른 묘미를 알고 싶을 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통상 9급에서 7급의 기력을 가진 분들이 익히기에 좋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정석을 비틀어서 두는 경우중에서 실전에서 많이 나오는 경우를 엄선해서 뽑아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석을 함께 수록해서 공부하기가 편했다.

바둑책에 대해서 까지 서평을 쓰는 이유는 이 책을 통해 배운 내용을 실전에서 많이 써 먹었고, 그만큼 재미를 보았기 때문이다. 잠시 바둑의 정도를 벗어나고픈 분들이라면 한 번 꼭 보시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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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1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 해냄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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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심심할 때 소설책을 빌려보곤 했는데, 태백산맥은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그냥 손에 잡혀서 읽게 된 경우였다.

나 또한 태백산맥을 숨돌릴틈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그뿐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진술에 충격을 받기도 했고, 지루할만 하면 나오는 남녀간의 성관계를 묘사한 대목에서 한참이나 눈길을 멈추기도 했다.

태백산맥의 문학적 가치는 역사에 대해 침묵하는 문학의 주류를 거슬러 역사와 진실에 솔직히 맞부딪혀 보고자 몸부림친 흔적에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시대에 그만한 작품을 내 놓은 작가의 정신을 존경한다.

그러나, 문제는 '오늘'이다.

태백산맥은 이제 어지간한 도서추천목록에는 다 끼어 있는 책이 되었다. 그만큼 그 책에 대한 나침반은 정확히 마련되어야 한다.

태백산맥의 역사의식도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 반대편이 사이비라고 해서 그것과 맞은 편에 있으면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태백산맥에 녹아 있는 역사의식에 대한 메타적 지식을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소설속에서 여성 묘사가 지나치게 남성위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성관계에서 조차 수동적이고, 운명을 감내해 내고... 좀더 엄격히 따져보면 남녀간의 관계를 설정한 부분들은 상업소설의 냄새까지를 맡을 수 있었다.

결국 책은 시대와 독자에 의해서 다시 구성된다. 태백산맥을 읽는 독자들도 굳은 눈이 아니라, 열린 눈으로 책이 담지 못한 또 다른 면까지를 살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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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모서리 문학과지성 시인선 130
김중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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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육을 전공하면서도 대학 1,2학년 때에 알고 있던 시인은 교과서에서 배운 시인과 박노해가 전부였다. 어떤 지적 자만심이었는지는 몰라도, 시라는 것이 너무 시시해 보였나보다.

그러다가 군대에 있을때 한 친구가 김중식의 '이탈한 자가 문득' 이라는 시를 써서 보내 주었는데, 깊은 감동을 받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이탈한 자가 문득' 중에서

결국 김중식의 <황금빛 모서리>라는 시집을 사게 되었고, 시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시인은 중심으로부터 언제나 저만치 떨어져 있다. 인간으로 하여금 열정을 쏟게 하는 온갖 이데올로기, 생각없이 걷다가는 영락없이 걸리게 되는 올무와 같은 제도와 관습까지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이탈하고 전복하고자 한다. 그러나 왜 그런 시인의 모습이 무책임하다거나, 과격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걸까?

그것은 삶에 대한 솔직함과 진지함에 기초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식당방에 딸린 방 한 칸'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시인의 무섭도록 솔직한 자기 고백에 몸서리쳤다. 어쩌면 나의 지난 기억과 유사한 체험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까이 가려면 천 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라는 시는 인간관계에서 늘 느끼면서도 뭐라고 해야할지 몰랐던 가려운 부분을 엄마손처럼 긁어준 작품이다. 한동안 주문처럼 '천 개의 강'을 입에 달고 다니기도 했다.

문학에 대해 어떤 평을 할 만큼 소양을 닦지 못해서, 시집 전체에서 이 시인이 나타나는 모습을 모두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래 두고 읽고 싶고, 시 한편 한편이 버릴 것이 없는 시집이기에 누군가가 시집 한 권 추천해 달라고 하면 난 이 시집을 주저없이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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