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린사회와 그 적들 1 - 이데아총서 13
칼 R.포퍼 지음 / 민음사 / 1998년 2월
평점 :
절판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란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김소진이던가..소설집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고난 후, 이 제목이 칼 포퍼의 책 이름에서 연유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단지 그 이유 때문에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니까 대학교 1학년 멋도 모르는 때, 겉멋만 들어서 방황할 때이다. 사회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운동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이 들떠 있을 때, 포퍼의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이다.
맑스주의의 유령에 혹해 있으면서도, 왠지 모를 갑갑함에 숨막혀 있을 무렵,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어 준 책...
이 책의 제목이 제시하는 열린 사회는 닫힌 사회와 대립적인 성격을 갖는다. 포퍼가 말하는 닫힌 사회는 개인을 넘어서는 거대한 힘이 개인의 판단을 무력화 시키고, 관습이나 규범의 탈을 쓰고 개인의 삶의 양식을 조종하는 사회를 말한다. 열린 사회란 물론 반대의 개념일 것이다. 포퍼는 열린 사회의 특징을 페리클레스의 말을 인용하여 극명하게 나타낸다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정책을 발의할 수 있다 해도, 우리들 모두는 그것을 비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열린 사회만이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사회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포퍼가 말하는 열린 사회의 적들은 누구인가? 포퍼는 여기에서 당돌하게도 서양의 커다란 지적 전통을 송두리째 뒤흔들려고 한다. 포퍼는 역사주의를 비판했는데, 이 그물에 걸리는 사상가들이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등이다. 포퍼에게 있어서 역사주의란 전체론, 역사적 법칙론, 유토피아주의를 합쳐 놓은 것에 불과하다. 포퍼는 역사주의를 이런 측면에서 다각도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어느 측면에서나 마르크스에 대한 비판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나의 독해 능력의 부족이 빚은 상황이겠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의문을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열린 사회라는 곳의 구체적인 상은 과연 어떤걸까?'라는 것이다. 포퍼 자신도 서양의 거대한 지적 전통을 뒤엎는데 힘을 쓴 까닭일까..적들에 대한 비판만한 비젼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책의 가치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자신이 속한 집단만이 진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집단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이들에게 반성의 단초를 던져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