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1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 해냄 / 199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심심할 때 소설책을 빌려보곤 했는데, 태백산맥은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그냥 손에 잡혀서 읽게 된 경우였다.

나 또한 태백산맥을 숨돌릴틈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그뿐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진술에 충격을 받기도 했고, 지루할만 하면 나오는 남녀간의 성관계를 묘사한 대목에서 한참이나 눈길을 멈추기도 했다.

태백산맥의 문학적 가치는 역사에 대해 침묵하는 문학의 주류를 거슬러 역사와 진실에 솔직히 맞부딪혀 보고자 몸부림친 흔적에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시대에 그만한 작품을 내 놓은 작가의 정신을 존경한다.

그러나, 문제는 '오늘'이다.

태백산맥은 이제 어지간한 도서추천목록에는 다 끼어 있는 책이 되었다. 그만큼 그 책에 대한 나침반은 정확히 마련되어야 한다.

태백산맥의 역사의식도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 반대편이 사이비라고 해서 그것과 맞은 편에 있으면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태백산맥에 녹아 있는 역사의식에 대한 메타적 지식을 독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소설속에서 여성 묘사가 지나치게 남성위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성관계에서 조차 수동적이고, 운명을 감내해 내고... 좀더 엄격히 따져보면 남녀간의 관계를 설정한 부분들은 상업소설의 냄새까지를 맡을 수 있었다.

결국 책은 시대와 독자에 의해서 다시 구성된다. 태백산맥을 읽는 독자들도 굳은 눈이 아니라, 열린 눈으로 책이 담지 못한 또 다른 면까지를 살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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